[문서]
종류 · 근무 수칙서 1부와 메모
장소 · 도심 수족관
근무 · 야간 단독
발견 · 야간 관리실 서랍
특이사항 · 필체 셋
상태 · 사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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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 야간 근무 수칙
신규 근무자는 반드시 숙지할 것
1. 근무 시간은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입니다.
2. 매시 정각에 전 수조를 순찰하고 수온을 기록하십시오. 기록지는 관리실 벽에 있습니다.
3. 메인 수조 앞 유리에 손을 대지 마십시오. 청소는 주간 팀이 합니다.
4. 메인 수조의 개체 수는 147입니다. 순찰 중에 세지 마십시오.
5. 지하 여과실 문은 안에서 잠그지 마십시오.
6. 새벽 3시 17분에 관내 방송이 나오면 끝까지 듣지 마십시오. 관리실 라디오를 켜면 됩니다.
7. 해파리관 조명이 꺼져 있으면 켜지 마십시오. 아침에 주간 팀이 켭니다.
8. 야간 근무자는 당신 한 명입니다.
9. 수조 안에서 사람 형체가 보이면 다이버입니다. 다이버 근무표는 관리실 게시판에 있습니다.
10. 이 수칙서는 10개 항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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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메모
이 아래는 내가 쓰는 거다.
수칙서 뒷면이 비어 있어서 여기다 쓴다. 나중에 까먹을까 봐.
나는 스물여섯이고 해양생물학과 나왔고 취업 못 해서 여기 왔다.
전공 살렸다고 엄마는 좋아하시는데 내가 하는 일은 밤새 물 온도 재는 거다.
전공 살린 거 맞다. 수온은 해양생물학의 기본이니까.
근데 이 수칙서 좀 이상하다.
4번 뭐냐. 세지 말라니. 147이라고 알려주면서 세지 말래.
사람한테 숫자 알려주고 세지 말라는 건 세라는 소리다.
그리고 9번. 다이버 근무표 봤는데 다이버는 주간만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그럼 밤에 보이는 사람 형체는 뭔데.
아무튼 오늘 첫날이다. 인수인계해준 선임은 수칙서만 주고 갔다.
이름은 명찰에서 봤다. 선임은 오늘부로 주간으로 옮긴다고 했다.
좋은 사람 같았다. 말은 별로 없었다.
가면서 이 말 하나 했다.
적힌 대로만 하세요.
나는 그 말을 좀 우습게 들었다.
적힌 대로만 하는 건 내 특기다. 학교에서 실험 프로토콜을 4년 동안 적힌 대로만 했다.
프로토콜 어기면 실험이 망하고 실험이 망하면 졸업이 망한다.
그래서 나는 규칙을 좋아한다.
규칙이 있으면 생각을 안 해도 된다.
이 일을 하면서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알게 됐다.
3일째
147 셌다.
안 세려고 했는데 순찰 돌면서 눈이 자꾸 간다. 물고기 세는 건 전공자의 본능이다. 학교에서 개체 수 조사를 한 학기 내내 했다.
146이었다.
다시 셌다. 146.
한 마리 없다.
사육 기록을 찾아봤다. 폐사 기록 없다. 반출 기록도 없다.
그다음 시간에 셌다.
148이었다.
나 그때 좀 웃었다. 이게 뭐야. 늘었어.
다음 시간에 안 셌다.
그냥 수온만 쟀다.
근데 수온이 이상했다.
메인 수조는 24도로 맞춰져 있다. 열대어라서 그렇다.
온도계가 21도를 가리켰다.
3도 낮다.
히터는 정상이다. 전원 들어와 있고 설정값 24도다.
다음 시간에 쟀다. 24도였다.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다음 날 148이 나온 시간에 또 쟀다. 21도였다.
숫자가 늘거나 줄 때 수온이 떨어진다.
전공 지식으로 설명해보려고 했다.
물속에서 뭔가 들어오거나 나갈 때 차가운 게 딸려 온다.
그런 생물은 없다.
그런 생물이 없다는 걸 내가 안다는 게 제일 싫다.
모르는 사람은 무서워만 하면 되는데 아는 사람은 무서워하면서 계산까지 해야 한다.
1주째
6번 방송 들었다.
3시 17분에 스피커에서 치직 소리 나더니 여자 목소리가 나왔다.
관람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이러길래 나는 그냥 들었다. 무슨 녹음 틀린 건가 했다.
끝까지 듣지 말라고 했으니까 중간에 라디오 켰다.
근데 라디오 켜기 직전에 한 마디 더 들었다.
현재 관내에 계신 관람객은.
거기서 라디오 켰다.
관람객 수를 말하려는 거였다.
밤 3시에 관람객은 없다.
나밖에 없다.
라디오 켜놓고 한참 앉아 있었다. 트로트 나왔다. 트로트가 이렇게 고마운 줄 처음 알았다.
다음 날 방송실에 가봤다.
1층 안내데스크 뒤에 있다.
방송 장비가 꺼져 있었다.
전원 코드도 빠져 있었다.
여과실
5번 때문에 여과실에 한 번 가봤다.
지하다. 계단이 좁고 습하다. 모터 소리가 크다. 수조 물을 거르는 기계가 벽 가득 있다.
문 안쪽에 잠금장치가 있다. 돌리는 손잡이다.
5번은 이걸 돌리지 말라는 거다.
안에 들어가서 둘러봤다.
배관이 벽을 따라 올라간다. 모터 여섯 대가 돈다.
벽에 뭐가 적혀 있었다.
유성펜으로 쓴 글씨다. 날짜하고 이름이다.
한 줄에 하나씩 적혀 있다.
위에서부터 읽었다.
날짜가 3년 간격으로 있었다.
맨 아래 줄이 3년 전이었다.
이름이 선임 명찰에서 본 이름이었다.
그 아래가 비어 있었다.
한 줄 비어 있었다.
유성펜이 그 밑에 놓여 있었다. 뚜껑이 열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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