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이 왔다.
보이스오버가 읽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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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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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전부였다.
모바일 청첩장이다.
신랑 신부 사진이 여러 장 있고 날짜와 장소도 그 사진 안에 글자로 박혀 있다고 한다.
글자가 그림 속에 들어가면 스크린리더한테는 그냥 그림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 결혼식에 초대받았다는 것만 알았다.
언제 어디서인지는 몰랐다.
보보가 대신 읽어줬다.
"사진이 6장이야."
"날짜는."
"다섯 번째 사진 아래쪽에."
"장소는."
"여섯 번째 사진 지도 안에."
나는 이 구조가 조금 웃겼다.
결혼식에 오라는 초대장인데 오는 방법이 그림 속에 숨어 있다.
숨바꼭질이다.
찾아낸 사람만 올 수 있다.
학과 후배의 결혼식이었다.
토요일 점심이었고 예식장은 시내에 있었다.
예식장은 소리로 안다.
로비에서는 하이힐 소리와 구두 소리가 대리석에 부딪힌다.
축의금 봉투 넘기는 소리가 난다.
안녕하세요가 사방에서 동시에 겹친다.
그리고 어디선가 음식 냄새가 올라온다.
갈비찜이다.
탱고의 코가 그쪽으로 한 번 돌아갔다가 제자리로 왔다.
근무 중이라는 걸 탱고도 안다.
그래도 한 번은 돌아간다.
그게 탱고의 인간적인 부분이다.
예식은 20분 만에 끝났다.
요즘 예식은 빠르다.
주례 없이 신랑 신부가 편지를 읽었고 축가가 두 곡 나왔다.
두 번째 축가에서 마이크가 한 번 울었다.
하객들이 동시에 어깨를 움츠리는 기척이 났다.
재밌는 건 예식 자체는 나한테 전부 도착했다는 것이다.
편지는 소리 내서 읽혔다.
신부 목소리가 두 번째 문단에서 떨렸다.
신랑은 읽다가 한 번 웃었다.
하객들이 박수 치는 타이밍도 다 들렸다.
청첩장은 전부 그림이었는데 결혼식은 전부 소리였다.
초대장이 가장 닫혀 있었고 식장이 가장 열려 있었다.
문 앞이 제일 어려웠던 셈이다.
연회장 원탁에 앉았다.
옆자리에 신부 쪽 친척 어른이 앉았다.
목소리로는 예순쯤 된 여자분이었다.
신부 이모라고 했다.
이분은 앉자마자 탱고를 봤다.
"어머 개가 결혼식에 왔네."
"안내견입니다."
"아 그렇구나. 우리 조카가 이런 친구도 있었나."
"신부님은 제 아내 후배입니다."
"아이고 그래요."
이분이 잠깐 조용했다.
그다음 질문이 오리라는 걸 나는 알았다.
이런 자리에서 이런 조용함 다음에는 대체로 같은 질문이 온다.
"실례지만 색시는 어떻게 골랐어요."
"네."
"안 보이시는데 어떻게 골랐나 싶어서."
옆에서 보보가 물을 마시다가 멈추는 소리가 났다.
나는 이 질문이 싫지 않다.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건 안다.
그런데 이분 목소리에는 호기심이 먼저 있었다.
그리고 묻기 전에 실례지만이라고 했다.
그 말을 붙이는 사람은 대체로 진짜로 궁금한 사람이다.
"눈으로 안 골랐습니다."
"그럼 뭐로 골랐어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이 질문은 여러 번 받았는데 대답은 매번 조금씩 다르다.
"목소리요. 그리고 말하는 방식이요. 그리고 제 말을 끝까지 듣는지요."
"끝까지 듣는지."
"말하는 중에 끼어드는 사람이 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드뭅니다."
이분이 잠깐 있다가 웃었다.
"그기 제일 어려운 긴데."
"그렇습니다."
"우리 영감은 40년째 못 하고 있어요."
원탁에 앉은 사람들이 다 같이 웃었다.
그 웃음에 긴장이 풀리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다들 같은 질문을 속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모님이 한마디 더 했다.
"근데 우리 때는 다 그랬어요."
"어떻게요."
"중매로 만났거든요. 선보는 날 그 양반 얼굴을 제대로 못 봤어요.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었으니까요. 목소리만 들었어요."
"목소리만요."
"그래서 목소리 듣고 괜찮겠다 했지요. 결혼하고 나서 얼굴 보고 좀 놀랐지만."
원탁이 또 웃었다.
"그럼 이모님도 눈으로 안 고르셨네요."
"그러네요. 나도 안 보고 골랐네."
이모님이 잠깐 조용했다가 이렇게 말했다.
"근데 40년 살아보니까 얼굴은 금방 익숙해져요. 목소리가 계속 가요."
나는 그 말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그날 아침에 읽은 글이 있었다.
피레네 산맥의 어떤 마을들에 1920년까지 있었던 행사 이야기였다.
혼인의 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날이 되면 16살이 된 처녀와 총각이 모두 모인다.
마을 어른들은 남녀 수를 미리 맞춰둔다.
산기슭에서 온 마을이 먹고 마신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 처녀들이 먼저 산으로 들어가 덤불에 숨는다.
총각들이 찾으러 간다.
가장 먼저 찾아낸 총각이 그 처녀와 결혼한다.
처녀는 퇴짜를 놓을 수 없다.
총각은 혼자 돌아오면 안 된다.
혼자 돌아온 총각은 마을에서 쫓겨난다.
그래서 이 마을들에는 노총각과 노처녀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글 가운데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이 행사가 밤에 열리는 것이 못난 처녀들한테는 다행이다.
어둠이 짙을수록 유리한 건 그녀들 쪽이다.
나는 이 문장에서 오래 멈췄다.
어둠이 외모를 지운다는 것.
나는 그 어둠 속에서 산다.
그래서 이 문장이 말하는 줄 세우기가 나한테는 처음부터 없었다.
못난 처녀라는 말은 나한테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나는 사람을 그 줄로 세울 방법이 없다.
이건 자랑이 아니다.
나도 다른 줄을 세운다.
목소리가 좋은 사람과 덜 좋은 사람.
말이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
내 쪽 줄도 공정하지 않다.
다만 적어도 그 줄 하나는 내 세계에 없다.
요즘 세상은 그 마을과 정반대로 간다.
소개팅 앱 이야기를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듣는다.
화면을 열면 사진이 먼저 나온다.
사진을 보고 몇 초 안에 넘길지 말지를 정한다.
자기소개 글은 그다음이다.
대부분은 그다음까지 안 간다.
그 사진에 설명이 붙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까 스크린리더로 앱을 열면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다.
오늘 받은 청첩장이랑 똑같다.
그 마을은 어둠으로 외모를 지웠다.
요즘 앱은 조명으로 외모만 남겼다.
어느 쪽도 공평하지 않다.
한쪽은 목소리를 빼앗았고 한쪽은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안 준다.
내가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분이 있었다.
사진 없이 글만 있는 곳에서는 제가 제일 인기가 많았어요.
농담처럼 한 말인데 농담이 아니다.
어떤 사람의 매력은 어떤 채널에서만 도착한다.
채널이 하나로 정해지면 그 채널로 도착하지 않는 매력은 없는 매력이 된다.
그래서 오늘 이모님 질문에 대한 정직한 대답은 이것이다.
저는 그 밤의 마을에 평생 삽니다.
연회가 끝나고 차로 돌아오는 길에 보보한테 이 이야기를 했다.
보보가 운전하면서 들었다.
나는 조수석에 앉았고 탱고는 내 발밑에 엎드렸다.
갈비찜 냄새가 아직 옷에 남아 있었다.
탱고는 그 냄새를 계속 맡고 있었다.
"근데 자기 그 말 절반만 맞아."
"어떤 절반."
"어둠이 공평하다는 거."
"왜."
"그 마을에서는 다 같이 어두웠잖아. 찾는 사람도 숨는 사람도."
"응."
"우리는 아니었어. 나는 자기 봤어."
나는 잠깐 멈췄다.
맞는 말이었다.
그 마을의 어둠은 모두에게 같은 어둠이었다.
나의 어둠은 나한테만 있는 어둠이다.
보보는 나를 보고 골랐고 나는 보보를 안 보고 골랐다.
정보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럼 자기가 유리했네."
"유리한 게 아니라 부담이었지."
"왜 부담이야."
"나는 자기가 안 보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뭘 입든 어떤 표정을 짓든 자기한테는 안 도착한다는 걸. 그러면 도착하는 걸로만 말해야 해."
"목소리랑 말."
"응. 그래서 나는 연애할 때 말을 되게 많이 했어."
"자기 원래 말 많잖아."
"그건 자기 옆에서 늘어난 거야."
나는 그 말에 잠깐 조용해졌다.
보보는 나한테 도착하는 채널로만 자기를 보냈다.
옷이나 표정이나 머리 모양 같은 건 다 내려놓고 목소리와 말과 손의 온도만 들고 왔다.
그건 내가 생각해본 적 없는 수고였다.
어둠 속에 사는 사람 옆에 서려면 상대도 어둠에 맞춰야 한다.
그 마을에서는 다 같이 어두웠으니까 아무도 맞출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한쪽만 어두웠으니까 보보가 맞췄다.
잠깐 조용하다가 보보가 다시 말했다.
"근데 그 행사에서 제일 이상한 건 어둠이 아니야."
"뭔데."
"퇴짜 놓을 권리가 없다는 거."
나도 그 대목이 걸렸다.
"그게 핵심이야. 어둠은 오히려 괜찮은 장치야. 외모라는 잡음을 지워주니까. 근데 그 마을은 잡음을 지우면서 신호까지 같이 지웠어."
"신호."
"상대가 원하는지 안 원하는지."
나는 이 말이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정보를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 행사는 이상한 설계다.
잡음을 줄이는 건 좋은 설계다.
그런데 잡음과 함께 가장 중요한 신호를 없애버리면 그건 설계가 아니라 사고다.
외모는 지웠다.
동의도 지웠다.
남은 건 누가 빨리 뛰느냐뿐이다.
글에도 그렇게 써 있었다.
예쁜 처녀를 먼저 찾는 건 잘생긴 총각이 아니라 날래고 눈치 빠르고 꾀 많은 총각이라고.
어둠이 외모의 불공평을 지우자 속도의 불공평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숨는 쪽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나가 더 걸렸다.
16살이라는 나이다.
글은 그 나이를 아무렇지 않게 적어두었다.
16살이 되면 모인다고.
그리고 다음 날 결혼한다고.
이 행사의 목적은 두 사람의 행복이 아니었다.
마을에 노총각과 노처녀가 없게 하는 것이었다.
마을 어른들이 남녀 수를 맞췄다는 대목이 그걸 말해준다.
사람을 맞춘 게 아니라 숫자를 맞췄다.
이 마을에서 결혼은 두 사람의 일이 아니라 마을의 일이었다.
두 사람은 그 일을 처리하는 재료였다.
"그러면 그 마을이 해결한 건 독신이 아니네."
내가 말했다.
"그럼 뭐야."
"통계."
보보가 웃었다.
"노총각 노처녀 비율 0퍼센트."
"응. 숫자는 완벽해. 그 숫자 안에서 누가 원했는지는 아무도 안 셌어."
나는 이런 걸 연구에서 자주 본다.
접근성 개선 사업이 끝나면 보고서에 숫자가 남는다.
점자 안내판 몇 개 설치.
음성 안내 몇 곳 도입.
달성률 100퍼센트.
그 안내판이 실제로 읽히는지 그 음성이 실제로 필요한 자리에서 나오는지는 대체로 안 센다.
설치했다는 숫자와 쓸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른 것이다.
그 마을도 결혼시켰다는 숫자만 남겼다.
"칸트가 그 마을 살았으면 쫓겨났을 거야."
보보가 말했다.
"왜."
"칸트는 평생 결혼 안 했거든."
나는 소리 내서 웃었다.
"칸트는 혼자 돌아왔겠네."
"혼자 돌아와서 결혼이 뭔지 논문을 썼겠지."
"실제로 썼어."
"응. 칸트는 결혼을 계약으로 봤어. 두 사람이 서로를 똑같이 얻는 계약.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얻으면 그건 사람을 물건처럼 얻는 거라서 안 된다고 했어. 서로가 서로를 얻어야 둘 다 사람으로 남는다고."
"그럼 그 마을은."
"찾은 쪽만 얻고 찾아진 쪽은 얻어진 거야. 칸트 기준으로는 결혼이 아니라 획득이지."
"독신인 사람이 결혼의 조건을 제일 정확하게 쓴 거네."
"원래 밖에 있는 사람이 구조를 더 잘 봐."
나는 그 말이 좋았다.
밖에 있는 사람이 구조를 더 잘 본다는 것.
그건 내 일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오늘 청첩장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다.
이미지 여섯 장으로 된 초대장.
날짜와 장소가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초대장.
만든 사람이 나를 배제하려고 그렇게 만든 게 아니다.
그냥 요즘 청첩장이 다 그렇게 생겼다.
사진이 먼저 나오고 정보는 사진 속에 녹아 있다.
그런데 결과는 그 마을의 밤과 비슷하다.
찾아낸 사람만 온다.
찾는 방법이 한 가지뿐이면 그 방법을 못 쓰는 사람은 못 온다.
사진 아래에 날짜와 장소를 글자로 한 줄만 적어두면 된다.
그러면 스크린리더가 읽는다.
한 줄이다.
나는 이런 한 줄을 모으는 일을 한다.
세상에는 한 줄이면 되는 일이 아주 많다.
그날 저녁에 문자가 하나 왔다.
신부였다.
보보가 식이 끝나고 인사하면서 청첩장 이야기를 가볍게 했다고 한다.
신부가 그 자리에서 얼굴이 빨개졌다고 한다.
그건 보보가 알려준 거라 나는 확인할 수 없다.
문자는 글자로만 되어 있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첩장을 그렇게 만든 줄 몰랐어요.
답례 인사는 꼭 글자로 보내드리고 싶었어요.
탱고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보이스오버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이미지라는 단어는 한 번도 안 나왔다.
나는 그 문자를 두 번 들었다.
문 앞이 이번에는 열려 있었다.
그나저나 집에 와서 보보가 물었다.
그 혼인의 밤에 우리가 있었으면 자기가 나를 먼저 찾았을까 하고.
나는 숨는 건 처녀 쪽이니까 자기가 숨고 내가 찾아야 한다고 했다.
보보가 그럼 자기는 절대 못 찾을 거라고 했다.
나는 탱고가 찾을 거라고 했다.
보보가 그건 반칙이라고 했다.
나는 규칙에 안내견 금지 조항은 없었다고 했다.
보보가 1920년에는 안내견이 없었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조항이 없는 거라고 했다.
오늘은 내가 이겼다.
탱고는 이 논쟁 내내 갈비찜 냄새가 밴 내 소매를 맡고 있었다.
[비하인드 스토리]
탱고예오.
오늘 결혼식에 갔어오.
결혼식은 냄새가 아주 많은 곳이에오.
꽃 냄새.
향수 냄새.
새 구두 냄새.
그리고 갈비찜 냄새.
저는 갈비찜 냄새를 한 번만 맡았어오.
정확히는 한 번 고개를 돌렸어오.
그다음부터는 참았어오.
저는 근무 중이에오.
근무 중인 개는 갈비찜을 모르는 척해오.
모르는 척하는 게 제일 힘든 근무예오.
옆자리 이모님이 형한테 색시를 어떻게 골랐냐고 물었어오.
형은 목소리로 골랐대오.
저는 냄새로 골랐을 거예오.
누나 냄새는 좋아오.
형이 잘 골랐어오.
오늘 형이랑 누나가 숨바꼭질로 결혼하는 마을 이야기를 했어오.
찾은 사람이랑 결혼해야 한대오.
싫다고 하면 안 된대오.
저는 이게 이상했어오.
저는 싫으면 버텨오.
위험한 길은 형이 가자고 해도 안 가오.
훈련소에서 그렇게 배웠어오.
싫다고 할 수 있어야 믿을 수 있는 거예오.
P.S. 누나가 그 마을에서는 제가 반칙이래오.
저는 숨바꼭질을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어오.
반칙이 아니라 실력이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