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석

by김경훈

[운행 기록]


시설 · 지방 시외버스 터미널

노선 · 종점까지 1시간 50분

막차 · 22시 40분

차량 · 45석

관련자 · 3명

현재 상태 · 운영 종료 예정



매표소


윤은 이 터미널에서 19년째 표를 판다.


매표소는 유리창 아래 반달 모양 구멍이 뚫려 있다. 그리로 돈이 들어오고 표가 나간다. 겨울에는 그 구멍으로 찬 바람이 들어온다.


윤은 그 자리에 앉아 19년을 보냈다.


전산은 8년 전에 들어왔다. 그 전에는 좌석표를 손으로 찍었다.


막차 노선은 22시 40분에 나간다. 45석짜리다.


윤은 막차 정산을 마지막에 한다. 23시쯤 화면을 닫으면 그날이 끝난다.


작년 4월부터 정산이 한 자리 더 나온다.


발권 건수와 판매 좌석 수가 안 맞는다.


발권은 44건인데 좌석은 45석이 팔린 것으로 잡힌다.


금액도 45석어치가 들어와 있다.


윤은 처음에 카드 결제 오류인 줄 알았다.


전산 업체에 전화했다. 업체는 그런 오류는 안 난다고 했다. 발권 없이 좌석만 팔릴 수는 없다고 했다.


윤은 그 말을 믿었다. 자기가 19년 판 물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다.


그런데 매일 그렇다.


45석짜리 버스에 44명이 타고 45석이 팔린다.


팔린 자리는 매번 같다.


12번이다.


윤은 12번이 어디쯤인지 안다.


앞에서 여섯 번째 창가다.


45석짜리 시외버스는 통로를 두고 좌우 두 자리씩이다. 홀수가 왼쪽 창가고 짝수가 오른쪽이다.


12번은 오른쪽에서 여섯 번째다.


윤은 그 자리에 앉아본 적이 없다.


19년 동안 표만 팔았지 그 버스를 타본 적이 없다.


타볼 이유가 없었다.



승강장


박은 이 노선을 11년 몬다.


막차는 22시 40분에 나간다. 정류장이 여섯이고 종점까지 1시간 50분이다.


박은 승차할 때 사람을 센다.


요즘은 안 세는 기사가 많다. 단말기가 세니까 그렇다. 박은 센다. 11년 그렇게 했다.


문 옆에 서서 올라오는 사람을 본다. 입술을 안 움직이고 센다.


작년 4월부터 숫자가 안 맞는다.


박이 세면 44명이다.


단말기에는 45명이 찍힌다.


박은 처음에 자기가 놓친 줄 알았다. 어두우니까 그럴 수 있다.


두 번 세어봤다. 세 번 세어봤다.


44명이다.


문을 닫고 출발하기 전에 통로를 한 번 훑는다. 그것도 11년 습관이다.


빈자리를 센다.


45석에 44명이면 빈자리가 하나여야 한다.


빈자리가 없다.


박은 그 다음부터 통로를 안 훑는다.


한 가지는 계속 했다.


정류장마다 내리는 사람을 센다. 이건 안 할 수가 없다. 문을 열고 닫아야 하니까 본다.


여섯 정류장에서 내린 사람을 다 더하면 탄 사람 수가 나와야 한다.


44명이 타면 44명이 내려야 한다.


45명이 내린다.


마지막 정류장이 아니다.


세 번째 정류장에서 하나 더 내린다.


세 번째는 다리 건너기 전이다. 강가에 있는 정류장이고 주변에 집이 없다.


거기서 내리는 사람은 원래 거의 없다.


박은 그 정류장에서 문을 열 때마다 앞만 본다.



청소원


한은 이 터미널 차고지에서 청소를 한다.


막차가 들어오면 청소한다. 자정이 조금 넘어서 시작한다.


혼자 한다. 45석짜리 한 대에 30분쯤 걸린다.


쓰레기를 걷고 바닥을 쓸고 좌석을 훑는다.


한은 좌석을 손바닥으로 훑는다. 물건이 떨어져 있는지 보려면 그게 제일 빠르다.


작년 4월부터 12번 좌석이 따뜻하다.


차가 들어온 지 20분쯤 지난 시점이다. 다른 좌석은 다 식어 있다.


12번만 따뜻하다.


한은 처음에 히터 배관인 줄 알았다. 버스는 바닥으로 온수 배관이 지난다.


정비 기사한테 물었다.


12번 아래로는 배관이 안 지나간다고 했다.


한은 그 뒤로 12번을 마지막에 닦는다.


닦고 나서 손을 오래 씻는다.



셋


윤과 박과 한은 서로 안다.


한 터미널에서 오래 일했으니 얼굴을 안다. 인사도 한다.


셋이 같이 있어본 적은 없다.


윤은 아침에 나와서 23시에 퇴근한다. 박은 저녁에 나와서 새벽에 종점 근처 숙소에서 잔다. 한은 자정에 나와서 새벽 4시에 퇴근한다.


시간이 겹치는 구간이 짧다.


윤과 박은 22시 30분쯤 10분쯤 겹친다. 박은 표를 받으러 매표소에 들른다.


박과 한은 안 겹친다. 박이 종점으로 가고 차는 다음 날 아침에 돌아온다.


윤과 한도 안 겹친다.


그래서 셋은 각자 자기가 본 것만 안다.


윤은 좌석이 한 자리 더 팔린다는 것만 안다.


박은 사람이 한 명 더 탄다는 것만 안다.


한은 좌석 하나가 따뜻하다는 것만 안다.


셋 다 12번이라는 것은 모른다.


윤만 좌석 번호를 안다. 나머지 둘은 번호를 세지 않는다.


한은 12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앞에서 여섯 번째 창가라고 생각한다.


박은 통로를 안 훑기로 했으니 어느 자리인지 모른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없다.


세 조각이 다 있는데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다.


터미널에 시디브이가 있다. 대기실하고 승강장하고 매표소 앞을 찍는다.


차 안은 안 찍는다.


차고지도 안 찍는다.


그래서 영상으로도 안 모인다.



4월


작년 4월에 이 노선에서 사고가 있었다.


막차가 아니었다. 오전 차였다.


빗길에 미끄러졌다. 승객 열몇 명이 다쳤다.


한 명이 병원에서 죽었다.


사고가 난 자리가 세 번째 정류장 앞이었다.


다리 건너기 전 그 강가다.


기사는 박이 아니었다. 다른 기사였다.


그 기사는 사고 뒤에 그만뒀다.


죽은 사람은 스물세 살이었다.


승차권 기록이 남아 있다. 그날 그 사람이 산 좌석 번호가 있다.


윤이 그 표를 팔았다.


19년 동안 몇십만 장을 팔았으니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번호는 기억난다.


12번이다.


윤은 그 번호를 작년 4월에 알았다. 조사받을 때 알았다.


경찰이 그날 발권 기록을 요청했다. 윤이 뽑아줬다.


그때 화면에서 봤다.


윤은 그 얘기를 아무한테도 안 했다.


말하면 자기가 판 것 같아서 안 했다.


그 사고 조사 결과를 윤은 나중에 봤다.


회사에 자료가 왔다.


중상자 명단이 있고 사망자가 한 명 있다.


좌석 배치도도 있었다. 어느 좌석에 누가 앉았는지 표시한 그림이다.


윤은 그 그림을 봤다.


12번 자리에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옆 13번에도 이름이 있었다.


13번 사람은 중상이었다. 살았다.


윤은 그 사람 이름을 검색해봤다.


아무것도 안 나왔다.


윤은 그 뒤로 검색을 안 했다.



유족


작년 여름에 한 사람이 매표소에 왔다.


50대 여자였다.


윤한테 물었다.


여기서 표 파시죠.


윤이 그렇다고 했다.


작년 4월에 사고 난 차 표도 여기서 팔았죠.


윤이 그렇다고 했다.


그 여자가 한참 서 있었다.


뒤에 줄이 없었다. 낮이라 사람이 없었다.


윤은 기다렸다.


그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애가 그날 몇 번에 앉았어요.


윤은 대답을 못 했다.


기억이 안 나서 못 한 게 아니다.


그 여자가 다시 물었다.


윤은 모른다고 했다.


그 여자가 알겠다고 하고 갔다.


윤은 그날 정산을 두 번 했다.


두 번 다 45석이었다.


그날 승객이 열한 명이었다.


12석이 팔렸다.



신고


박은 작년 여름에 회사에 보고했다.


인원이 안 맞는다고 했다. 단말기 오류 같다고 썼다.


회사가 단말기를 점검했다.


이상 없음으로 나왔다.


박은 다시 보고했다.


이번에는 답이 안 왔다.


한 달 뒤에 배차 담당이 박을 불렀다.


박 기사님 그거 그냥 두시죠.


박이 왜냐고 물었다.


담당자가 이렇게 말했다.


인원이 적으면 문제인데 많으면 문제 아니잖아요.


박은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말은 안 했다.


11년 몰면서 배운 게 있다. 말해서 좋아지는 일은 별로 없다.



손


한은 12번 좌석을 닦으면서 한 가지를 알아냈다.


좌석 커버는 천이다. 사람이 앉으면 눌린 자국이 남는다. 일어나면 서서히 펴진다.


12번은 안 펴진다.


한이 청소를 끝내고 나갈 때까지 눌려 있다.


한 번은 30분을 더 기다려봤다.


안 펴졌다.


다음 날 아침에 차를 보러 왔다. 출근 시간보다 일찍 왔다.


펴져 있었다.


한은 그날 이후로 일찍 안 온다.


한은 12번을 닦을 때 장갑을 두 겹 낀다.


이유를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어서 아무한테도 말 안 했다.


한 가지 더 있다.


한은 좌석 아래도 훑는다. 물건이 떨어지면 거기로 굴러가니까 그렇게 한다.


12번 아래에서 나오는 게 있다.


머리카락이다.


버스 청소하면 머리카락은 나온다. 하루에 한 줌씩 나온다. 그건 정상이다.


12번 아래에서만 나오는 게 있다.


길이가 같다.


한은 처음에 그냥 버렸다.


작년 가을에 한 번 재봤다. 청소차 안에 자가 있어서 재봤다.


18센티미터였다.


그 뒤로 몇 번 더 쟀다.


전부 18센티미터였다.


한은 그 뒤로 안 잰다.


버릴 때 손끝에 안 걸린다는 것도 안 적기로 했다.



한 번


작년 12월에 셋이 한 자리에 있을 뻔했다.


눈이 많이 온 날이다. 막차가 40분 늦게 들어왔다.


윤은 정산을 못 하고 기다렸다.


박은 승강장에서 눈을 털었다.


한은 차가 늦어서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셋이 대기실에 있었다.


윤이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 늦었네요.


박이 눈 때문이라고 했다.


한은 아무 말도 안 했다.


셋은 그렇게 5분쯤 같이 있었다.


박이 먼저 나갔다. 차를 대러 갔다.


윤이 그다음에 나갔다. 매표소로 갔다.


한이 마지막에 나갔다.


셋 다 12번 얘기를 안 했다.


각자 그게 자기만 아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막차에 아홉 명이 탔다.


윤은 열 석을 팔았고 박은 아홉을 셌고 한은 좌석 하나가 따뜻한 걸 만졌다.


셋은 5분 동안 눈 얘기를 했다.



11월


작년 11월에 터미널 폐쇄가 결정됐다.


이용객이 줄어서 그렇다. 이 노선도 없어진다. 종점 쪽에 새 터미널이 생겼고 그쪽으로 옮긴다.


폐쇄일은 올해 3월 말이다.


윤은 그때 정년이다. 19년 하고 나간다.


박은 다른 노선으로 간다.


한은 계약이 끝난다.


셋은 그 얘기를 각자 들었다.


셋이 모여서 얘기한 적은 없다.



3월


폐쇄를 앞두고 승객이 줄었다.


막차는 원래도 사람이 적다. 요즘은 열 명도 안 탄다.


윤은 매일 정산한다.


발권이 여덟 건이면 좌석은 아홉 석이다.


발권이 다섯 건이면 좌석은 여섯 석이다.


매번 한 자리 많다.


12번은 안 빠진다.


승객이 셋이면 넷이 팔리고 둘이면 셋이 팔린다.


윤은 승객이 하나인 날을 기다렸다.


그런 날은 안 왔다.


막차에 최소 두 명은 탔다.


윤은 3월 중순에 한 가지를 해봤다.


12번 좌석을 판매 중지로 걸었다. 전산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 고장 좌석은 그렇게 막는다.


그날 정산을 봤다.


12번이 팔려 있었다.


판매 중지 좌석이 팔렸다.


윤은 화면을 세 번 새로고침했다.


세 번 다 있었다.


윤은 판매 중지를 풀었다.


푸는 데 손이 떨렸다.


판매 중지 상태로 팔리는 것보다 정상 상태로 팔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19년 동안 전산을 만졌으니 그런 걸 안다.


설명이 되는 쪽이 낫다.



마지막 날


3월 31일이다.


막차가 22시 40분에 나간다. 이 터미널에서 나가는 마지막 차다.


승객이 세 명이었다.


윤이 표를 팔았다. 세 장이다.


박이 문 옆에서 셌다. 세 명이다.


박은 오늘 통로를 훑었다. 마지막 날이니까 훑었다.


빈자리가 마흔한 개였다.


45에서 3을 빼면 42다.


박은 다시 셌다.


마흔한 개였다.


박은 문을 닫고 출발했다.


세 명이 어디에 앉았는지는 봤다.


뒤쪽이었다. 셋 다 뒤쪽에 앉았다. 사람이 적으면 다들 뒤로 간다.


앞쪽은 비어 있었다.


박은 백미러로 앞쪽을 봤다.


앞에서 여섯 번째 창가가 안 보인다. 각도가 안 나온다.


박은 백미러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안 했다.



정산


윤은 23시에 화면을 열었다.


발권 3건.


판매 좌석 4석.


12번이 있다.


윤은 화면을 닫지 않고 한참 앉아 있었다.


19년 앉은 자리다.


내일부터 이 자리에 아무도 안 앉는다.


윤은 12번 좌석 판매 이력을 처음부터 뽑아봤다.


작년 4월 15일부터다.


사고가 4월 12일이다.


사흘 뒤부터다.


그날부터 오늘까지 하루도 안 빠졌다.


347일이다.


윤은 그 숫자를 종이에 적었다.


적고 나서 찢었다.


그러고 화면을 닫았다.



차고지


한은 자정에 나왔다.


차가 안 들어왔다.


막차는 종점까지 가서 그쪽 차고지에 선다. 원래는 다음 날 아침에 돌아온다.


내일은 안 돌아온다.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그쪽에 그냥 있는다.


한은 그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왔다.


차고지에 차가 한 대 서 있었다.


같은 노선 차다. 번호가 같다.


한은 문을 열고 올라갔다.


불이 꺼져 있었다.


한은 손바닥으로 좌석을 훑으면서 뒤로 갔다.


다 차가웠다.


앞에서 여섯 번째 창가에서 손이 멈췄다.


따뜻했다.


한은 장갑을 안 끼고 있었다.


오늘은 청소 도구를 안 가져왔다.


한은 손을 안 뗐다.


19분을 그러고 있었다. 나중에 휴대폰을 보고 알았다.


따뜻한 정도가 안 변했다.


사람 체온이면 손을 대고 있으면 손도 데워진다. 그러면 온도 차가 없어져서 안 느껴진다.


계속 느껴졌다.


한은 손을 뗐다.


내려와서 차 옆에 섰다.


차 번호를 다시 봤다. 같은 번호다.


이 차는 지금 종점 차고지에 있어야 한다.


한은 회사에 전화하지 않았다.


집으로 갔다.


한은 그날 이후로 이 차고지에 안 온다. 올 이유가 없다. 계약이 끝났다.


그런데 자정이 되면 눈이 떠진다.


19년 한 윤도 11년 한 박도 각자 그럴 것이다.


셋은 그것도 서로 모른다.



종점


박은 22시 40분에 출발해서 0시 30분에 종점에 닿았다.


승객 세 명이 중간에 다 내렸다.


세 번째 정류장에서 마지막 한 명이 내렸다.


거기서 종점까지 40분이다.


박은 40분을 혼자 갔다.


종점 승강장에 차를 대고 문을 열었다.


내리는 소리가 났다.


박은 안 돌아봤다.


11년 몰면서 배운 게 있다.


돌아봐서 좋아지는 일은 별로 없다.


박은 시동을 끄고 내렸다.


문을 닫고 잠갔다.


잠그기 전에 통로를 한 번 훑었다.


빈자리가 마흔다섯 개였다.


박은 문을 잠그고 숙소로 걸어갔다.


10분 거리다.


걸어가면서 세었다.


45에서 3을 빼면 42고 아까 41이었다.


지금 45다.


계산이 맞으려면 44여야 한다.


박은 11년 동안 이 계산을 매일 했다.


오늘 처음으로 맞았다.


맞아서 더 이상했다.


숙소에 들어가서 불을 켰다.


내일부터 이 노선은 없다.


박은 창가에 서서 차고지 쪽을 봤다.


차 안에 불이 켜져 있었다.


박이 방금 다 끄고 나왔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