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by김경훈

[면담 기록]


주제 · 교정시설 근무자 구술 채록

대상 · 남 · 1951년생 · 교도관 33년 근무

장소 · 자택

녹음 · 1시간 47분

정리 · 발췌

표기 · 물음과 답을 번갈아 적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근무 기간부터 여쭤볼게요.


1976년에 들어가서 2009년에 나왔어요. 33년이지요.


어느 시설에서 근무하셨나요.


세 군데 돌았어요. 처음이 지방 소재지고 그다음이 큰 데였고 마지막에 다시 작은 데로 갔어요. 마지막이 제일 편했지요. 나이 먹으면 큰 데는 못 있어요.


주로 어떤 업무를 하셨습니까.


계호예요. 사동 근무요.


사동이라는 게.


수용자들 방이 있는 건물을 사동이라고 해요. 복도가 있고 양옆에 방이 있어요. 방을 거실이라고 불러요.


거실이요.


이상하지요. 남의 집 거실 같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불러요. 옛날부터 그랬어요.


말을 그렇게 만드는 이유가 있을까요.


있겠지요. 나는 안 물어봤어요.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교대예요. 주간이 있고 야간이 있어요. 야간이 힘들지요.


야간에는 뭘 하십니까.


점검하고 순찰해요.


점검이 인원 확인인가요.


그렇지요. 인원점검이요. 우리는 점검이라고만 해요.


하루에 몇 번 하나요.


정기적으로 하는 게 아침저녁이고 그 사이에 수시로 해요. 야간에는 취침 점검이 있고 그 뒤로 순찰 돌면서 계속 봐요.


어떻게 세나요.


방마다 정원이 있어요. 여섯이면 여섯이 앉아 있어요. 문 앞에 서서 시찰구로 봐요. 작은 구멍이 있어요.


눈으로 세는 거네요.


취침 점검은 소리로도 해요.


소리로요.


번호를 불러요.


수용 번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에요. 그냥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이렇게요. 앉은 순서대로요.


아 네.


그러면 우리가 밖에서 들어요. 여섯이면 여섯 번 나야 되잖아요. 여섯 번 나면 넘어가요.


눈으로 확인하는 게 더 확실하지 않나요.


취침 시간에는 불을 꺼요. 복도 불만 켜놓고요.


아 그렇군요.


그리고 다 누워 있잖아요. 이불 쓰고 있으면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려요. 옛날에 그거 가지고 사고 난 적도 있어요.


어떤 사고요.


이불 밑에 옷 뭉쳐놓고 나간 거지요.


그런 일이 실제로 있나요.


있지요. 그래서 소리로 해요. 소리는 못 속여요.


목소리를 다 아시나요.


알지요. 한 사동에 오래 있으면 다 알아요. 문 밖에서 들어도 누가 누군지 알아요.


야간에 사동이 조용한가요.


조용하지요. 그런데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건 아니에요.


어떤 소리가 나나요.


숨소리요.


문이 닫혀 있는데 들리나요.


시찰구가 열려 있어요. 그건 안 닫아요. 봐야 되니까요.


아 네.


한 방에 여섯이면 여섯이 숨을 쉬잖아요. 그게 복도로 나와요. 방마다 나와요.


복도 전체에서 나겠네요.


그렇지요. 사동에 열두 방이면 일흔두 명이에요. 그게 다 섞여서 나요.


그러면 방별로 구분이 안 되지 않나요.


문 앞에 딱 서면 그 방 것만 들려요. 신기하지요. 그게 되더라고요.


몇 년 걸리셨나요.


한 3년쯤이요.


33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많지요. 뭐 하나만 물어보세요.


그러면 근무 중에 설명하기 어려웠던 일이 있으셨는지요.


그런 걸 물으시네.


부담되시면 넘어가겠습니다.


아니에요. 그거 물어보러 오신 거잖아요.


아닙니다. 구술 채록이 목적이고요.


됐어요. 나이 먹으면 그런 거 다 보여요.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 없어요. 얘기해드릴게요. 어차피 나 말고 아는 사람 몇 없어요.


말씀해 주십시오.


마지막 근무지가 작은 데였다고 했지요.


네.


거기 3사동이 제일 오래된 건물이었어요. 1950년대 지은 거예요. 나머지는 새로 지었는데 거기만 남았어요.


왜 남았나요.


예산이지요 뭐. 그런 게 다 예산이에요.


그 건물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12실이 있어요.


12번 방이요.


정원이 여섯이에요.


네.


취침 점검을 하면 일곱이 나요.


일곱이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하고 나서 하나가 더 나요.


일곱이라고 하나요.


아니요. 그냥 소리가 나요. 숫자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무슨 소리인가요.


대답하는 소리요. 말은 아닌데 대답이에요.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러실 거예요. 나도 처음에 그랬어요.


아까 숨소리로 방을 구분하신다고 하셨는데요.


했지요.


12실은 어땠나요.


거기는 안 됐어요.


안 된다는 게.


문 앞에 서도 그 방 것만 안 들려요. 섞인 채로 들려요.


다른 방 소리랑요.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그러면요.


한참 있다가 답하였다.


복도 전체 소리가 그 방에서 나요.


무슨 말씀이신지.


일흔두 명 숨소리가 그 방 안에서 나요.


시찰구로 보시면 여섯인데요.


그러니까요.


시찰구로 보시면 몇 명이 있었나요.


여섯이요.


세어보셨나요.


세지요. 그게 일인데요.


그러면 소리만 하나 더 나는 건가요.


그렇지요.


방 안 사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안 물어봤어요.


왜요.


물어보면 안 돼요.


왜 안 되나요.


조사원 양반. 거기가 어떤 데인 줄 아세요.


죄송합니다.


사람 백 명 이백 명이 갇혀 있는 데예요. 그 안에서 뭐가 도는 게 제일 무서워요. 소문 하나가 돌면 사동이 뒤집혀요.


아.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입을 열면 안 돼요. 물어보면 그게 소문이 돼요.


그러면 어떻게 하셨나요.


그냥 넘어갔어요. 여섯 세고 다음 방 갔어요.


방 안 사람들은 그 소리를 못 들었을까요.


들었겠지요.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던가요.


12실에 오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무슨 뜻인가요.


다들 방 바꿔달라고 해요.


이유를 말하던가요.


이유는 다 달라요. 춥다고 하고 옆 사람이랑 안 맞는다고 하고 그래요.


실제로는요.


나도 모르지요. 안 물어봤다고 했잖아요.


방을 바꿔주셨나요.


바꿔줄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요. 자리가 있어야 바꿔주지요.


안 바꿔주면요.


그러면 그냥 있어요.


계속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나중에는 말을 안 해요.


적응하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요.


다른 가능성은요.


조사원 양반 물 한 잔 드세요.


감사합니다. 얼마나 자주 그랬습니까.


한 달에 한 번이요.


정확히 한 달인가요.


날짜는 달라요.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은 있어요.


몇 년 동안이요.


내가 거기 있던 게 11년이에요.


11년 내내요.


네.


다른 근무자들도 알았나요.


알았지요.


이야기를 나누신 적이 있나요.


없어요.


한 번도요.


한 번도요.


그런데 어떻게 아셨나요.


교대할 때 알아요. 12실 지나면서 서로 얼굴을 안 봐요.


얼굴을요.


12실 지날 때만 그래요. 다른 방 앞에서는 얘기도 하고 그러는데 거기서는 다들 앞만 봐요.


기록상으로 확인되는 부분이 있나요.


있어요.


어떤 기록인가요.


점검부요. 점검하고 인원 적는 장부가 있어요. 방마다 몇 명인지 적고 서명해요.


거기에 일곱으로 적으셨나요.


여섯으로 적었지요. 여섯이 맞으니까요.


그러면 기록상으로는 문제가 없네요.


그게요.


네.


점검부가 두 장 겹쳐서 쓰는 거예요. 먹지를 대고 써요. 위에 쓰면 아래에 배기잖아요.


복사본이 남는 거군요.


그래요. 위에 것은 사동에 두고 아래 것은 보안과로 올려요.


네.


어느 날 보안과 것을 볼 일이 있었어요. 뭘 확인할 게 있어서요.


네.


12실 칸에 일곱으로 적혀 있었어요.


아래장에요.


그래요.


위에 장은요.


여섯이었어요.


그러면 누가 고친 건가요.


먹지는 고칠 수가 없어요. 위에 쓴 게 아래로 배기는 거니까요.


그러네요.


위에는 여섯이고 아래는 일곱이에요. 같은 종이 두 장이에요.


몇 번이나 그랬나요.


그날 한 번 봤어요.


그 뒤로는 안 보셨나요.


안 봤어요.


왜요.


봐서 뭐 하게요.


그 방에 과거에 사건이 있었나요.


조사원 양반이 그걸 물어볼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다들 그걸 물어요. 방송국에서도 오고 그랬어요. 다 그걸 물어봐요.


답변이 곤란하시면.


아니에요. 있어요.


어떤 사건인가요.


1974년이에요. 내가 들어가기 전이에요.


네.


화재가 있었어요.


3사동에서요.


12실에서요.


인명 피해가 있었나요.


있었지요.


몇 명인가요.


그게 애매해요.


애매하다는 게.


기록에 여섯으로 되어 있어요.


그러면 여섯 명이.


그런데 그때 12실 정원이 다섯이었어요.


다섯이요.


그때는 방이 더 좁았대요. 나중에 벽을 텄어요.


그러면 한 명이.


그렇지요.


이감 온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럴 수 있지요. 그날 들어와서 명부에 안 올랐을 수도 있어요. 옛날에는 그런 게 있었어요.


그러면 설명이 되는데요.


되지요.


아 네.


그런데 여섯 명 이름이 다 있어요.


다 있어요.


여섯 다 그 전부터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이에요. 명부에 다 올라 있어요.


그러면 정원이 다섯인데 여섯이.


그러니까요.


그 여섯 명 기록을 직접 보셨나요.


봤어요. 사무실에 옛날 자료가 다 있어요.


어떤 자료인가요.


사망자 명부요. 이름하고 수용번호하고 사망 일시가 적혀 있어요.


여섯 명이 다 있었나요.


있었어요.


그러면 확실하네요.


그런데 수용번호가요.


네.


다섯 개예요.


번호가요.


이름은 여섯인데 번호는 다섯이에요.


한 명이 번호가 없나요.


한 명이 다른 사람하고 번호가 같아요.


같은 번호가 두 번 나온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요.


기재 착오 아닐까요.


그럴 수 있지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나도 그렇게 봤어요.


지금은요.


번호가 다섯이면 다섯 명이잖아요.


네.


그러면 그날 그 방에 몇 명이 죽은 거예요.


화재 이후 기록에는 정원이 어떻게 되어 있나요.


여섯이 됐어요.


벽을 트면서요.


아니에요. 벽은 1980년대에 텄어요.


그러면 화재 직후에.


정원만 여섯으로 바꿨어요. 방은 그대로고요.


왜 그랬을까요.


나도 몰라요.


서류상 실수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요.


죄송합니다. 자꾸 반박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괜찮아요. 그렇게 물어야 조사지요.


감사합니다.


나도 33년 동안 그렇게 생각했어요. 서류 실수라고요.


지금은요.


지금은 다르게 생각해요.


어떻게요.


정원을 늘린 게 아니라 맞춘 거예요.


선생님도 그 소리를 직접 들으셨나요.


들었지요. 11년이면 백 번은 넘게 들었어요.


그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무서웠지요.


나중에는요.


나중에는 다른 게 무서웠어요.


어떤 거요.


내가 그 소리를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기다리신다는 게.


여섯 세고 나면 잠깐 서 있어요. 다음 방 안 가고요.


왜요.


안 나면 이상하니까요.


안 난 적도 있었나요.


있지요. 한 달에 한 번이라니까요. 나머지 날은 안 나요.


그러면 안 나는 게 정상 아닌가요.


그렇지요.


그런데요.


안 나면 그 방에 여섯이 있는 거잖아요.


네.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어디 있나 싶더라고요.


아.


그 생각이 들면 사동을 다 돌게 돼요. 다른 방에 있나 싶어서요.


찾으신 적이 있나요.


없어요.


그러면 그 한 달에 한 번 말고는.


그러니까요. 나머지 스물아홉 날은 어디 있는지 몰라요.


퇴직하시고 그 시설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한 번 갔어요. 2015년쯤이에요.


어떤 일로요.


후배가 정년이라고 밥이나 먹자고 해서요.


3사동은 그대로 있었나요.


없어졌어요. 2013년에 헐었대요.


그러면 12실도.


없지요.


후배분이 그 얘기를 하시던가요.


밥 먹다가 내가 물어봤어요. 3사동 헐 때 별일 없었느냐고요.


뭐라고 하시던가요.


그 친구가 숟가락을 놨어요.


아.


그러고 이러더라고요. 형님 그거 왜 물어보세요.


그래서요.


내가 그냥 궁금해서 그런다고 했어요.


답을 들으셨나요.


들었어요.


뭐라고 하시던가요.


헐기 전에 마지막 점검을 했대요. 건물 비우고 나서 확인하는 거예요. 사람 남아 있으면 안 되니까요.


네.


소장이랑 보안과장이랑 다 같이 돌았대요.


네.


12실 앞에서 다들 섰대요.


왜요.


소리가 나서요.


무슨 소리요.


대답하는 소리요.


몇 번이요.


일곱 번이요.


빈 방인데요.


빈 방이지요.


그래서 어떻게 했다고 하던가요.


그냥 헐었대요.


확인 안 하고요.


뭘 확인해요.


퇴직하시고 그 소리를 들으신 적이 있나요.


집에서요.


네.


없어요.


한 번도요.


한 번도요.


다행이네요.


다행이지요.


그런데 표정이.


내가 그거 없으니까 밤에 잠이 안 와요.


무슨 말씀이신지.


11년을 매달 들었잖아요.


네.


그게 없으니까 뭐가 빠진 것 같아요.


아.


사람이 참 그래요. 무서워하던 걸 나중에는 찾아요.


지금도 그러신가요.


요새는 세요.


무엇을요.


밤에 누워서 세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거기까지 세시나요.


거기까지요.


그다음은요.


기다리지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하나만 물어봅시다.


네 말씀하세요.


그거 녹음되고 있지요.


네 아까 동의서 받았습니다.


그거 나중에 들어보세요.


네 정리하면서 다 듣습니다.


세어보세요.


뭘 세라는 말씀이신지.


우리 둘이 얘기했지요.


네.


그럼 목소리가 둘이어야 되잖아요.


그렇지요.


세어보세요.



[주]


본 녹취는 1시간 47분 분량이며 발췌하여 정리하였다.


정리 과정에서 확인된 사항이 있어 기록한다.


1시간 12분 지점부터 배경음에 규칙적인 소리가 확인된다. 처음에는 실외 소음으로 판단하였으나 해당 자택은 5층이며 당일 창문은 닫혀 있었다.


해당 구간을 음성 분리 프로그램으로 처리하였다.


화자가 셋으로 분리되었다.


세 번째 화자의 발화는 언어로 판별되지 않으며 총 열한 차례 확인된다.


발화 시점을 확인한 결과 열한 차례 모두 물음 직후이다.


답 직전이다.


면담 당시에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면담 종료 직전 녹음을 확인하라는 말을 들었다. 해당 발언은 녹취에 포함되어 있다.


그 시점에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면담 3개월 뒤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하였다.


유족에게 활용 동의를 재확인하였다. 유족은 동의하였다.


유족은 통화 말미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밤에 자꾸 숫자를 세셨어요.


몇까지 세셨느냐는 물음에 유족은 답하지 않았다.


본 파일은 원본 그대로 보존한다.


본 건 이후 야간 면담은 수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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