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킬로그램

by김경훈

[관리 기록]


단지 · 312세대 4개 동

직위 · 관리사무소장

근속 · 6년

음식물 종량기 · 2대

분리수거일 · 매주 수요일

문제 · 세대 코드 1건

현재 상태 · 근무 중



수요일


관리소장 일은 대부분 민원이다.


층간소음 주차 애완동물 흡연 그리고 분리수거다.


이 다섯 개가 전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분리수거 민원이 제일 많다. 왜냐면 그건 매주 있고 다들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누가 잘못 버렸는지가 보인다.


우리 단지는 수요일이다.


수요일 아침 6시에 수거장을 연다. 밤 10시에 닫는다. 그 사이에 내다 놓으면 목요일 새벽에 업체가 가져간다.


내가 하는 일은 그걸 관리하는 것이다.


관리라고 해봐야 안내문 붙이고 민원 받고 업체랑 정산하는 게 다다.


6년 하면 이 단지 쓰레기를 다 안다.


몇 동 몇 호가 뭘 버리는지도 안다. 알고 싶어서 아는 게 아니라 그냥 알게 된다.


이 일을 6년 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사람은 자기가 버린 걸로 설명된다.


기저귀가 나오면 애가 있는 집이고 약봉지가 나오면 아픈 사람이 있는 집이다. 이사 갈 집은 한 주 전부터 티가 난다.


나는 그런 걸 보고 싶어서 보는 게 아니다.


정산을 하려면 봐야 한다.


그리고 6년째 설명이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종량기


음식물 쓰레기는 따로다.


우리는 무선 인식 방식 종량기를 쓴다. 아르에프아이디라고 한다.


세대마다 카드가 있다. 그 카드를 대면 뚜껑이 열린다. 안에 넣으면 저울이 무게를 잰다. 뚜껑이 닫히면 그 세대 앞으로 무게가 기록된다.


기록된 무게만큼 관리비에 붙는다. 킬로그램당 얼마다.


이게 좋은 점이 있다. 많이 버리는 집이 많이 낸다. 안 버리면 안 낸다.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공동으로 나눠 냈으니까 그때가 편했다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단지에 두 대 있다. 1번 종량기와 2번 종량기다.


기록은 서버로 올라간다. 나는 사무실에서 그걸 본다.


세대 코드와 시각과 무게가 한 줄씩 뜬다.


312세대니까 코드가 312개다.


이건 안 바뀐다.


세대수는 정해져 있고 사람이 들고 나도 세대는 그대로다. 이사를 가면 카드를 반납하고 새로 온 사람이 받는다. 코드는 집에 붙어 있지 사람에게 붙어 있지 않다.


집이 없어지지 않는 한 코드는 그대로다.


그래서 312다.



코드 하나


작년 9월에 정산하다가 봤다.


한 달치 배출 기록을 뽑았다. 세대별로 합계를 내서 관리비에 넣어야 하니까 매달 한다.


세대 코드가 313개였다.


하나 많았다.


코드 형식은 동 번호와 호수를 조합한 것이다. 101동 1503호면 그렇게 조합된다.


313번째 코드를 봤다.


105동이었다.


우리 단지는 101동부터 104동까지다. 105동이 없다.


호수도 봤다. 1201호였다.


우리 단지에서 제일 높은 층이 15층이다. 12층은 있다.


그러니까 있을 법한 호수인데 있을 수 없는 동이다.


처음엔 오타인 줄 알았다.


101동을 105동으로 잘못 친 건가 싶었다. 그런데 코드는 사람이 치는 게 아니다. 시스템이 만든다.


101동 1201호는 따로 있다. 그 세대도 정상적으로 배출한다.


두 코드가 같이 있다.



1.2킬로그램


그 코드 배출 기록을 봤다.


한 달에 네 번이나 다섯 번이다. 수요일마다 한 번이다.


시각이 다 같다.


새벽 4시 40분이다.


수거장은 밤 10시에 닫고 아침 6시에 연다. 닫는다는 건 문을 잠근다는 뜻이다.


그 사이에는 못 들어간다.


무게도 같다.


1.2킬로그램이다.


소수점 아래 한 자리까지 같다.


우리 종량기는 10그램 단위로 잰다. 1.2킬로그램이면 정확히 1200그램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정확히 같은 무게로 나오는 집은 없다.


그건 6년 보면 안다. 한 집이 매주 버리는 양이 0.4에서 3킬로그램 사이를 오간다. 명절이면 늘고 여름 휴가철이면 준다.


1.2가 안 흔들린다.



정산


업체 정산을 봤다.


음식물은 업체가 가져가서 무게를 잰다. 차에 저울이 달려 있다.


그 무게로 우리가 돈을 낸다.


우리 종량기 기록 합계와 업체 계량이 맞아야 한다.


맞는다.


그 1.2킬로그램까지 포함해서 맞는다.


빼고 계산하면 1.2킬로그램이 모자란다.


넣고 계산하면 맞는다.


그러니까 그 1.2킬로그램은 실제로 통 안에 들어 있다.


무게가 있는 것이 들어 있다.


관리비는 부과가 안 된다. 105동 1201호가 없으니까 청구할 데가 없다.


그 금액은 공용 관리비로 나눠서 잡는다. 한 세대당 몇십 원이다.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



재활용


음식물 말고 재활용도 본다.


이건 무게로 세대별로 안 매긴다. 그냥 단지 전체로 나온다.


업체가 가져가면서 무게를 잰다. 종이 플라스틱 유리 캔 비닐로 나눠서 잰다.


우리 단지는 한 주에 대략 얼마씩 나온다. 6년치 자료가 있으니까 평균을 안다.


작년 9월부터 그것도 조금 많다.


한 세대분쯤이다.


이건 정확한 계산이 아니다. 세대마다 배출량이 다르니까 평균은 참고만 한다.


그래도 4주 연속으로 같은 방향이면 보게 된다.


52주를 다 봤다.


52주 다 그랬다.


한 세대분씩 많다.


우리는 그 처리비를 낸다. 공용 관리비로 나간다.


한 세대당 한 달에 300원쯤이다.


아무도 안 따진다. 따질 만한 금액이 아니다.



시디


시디브이가 있다.


수거장에 두 대 있다. 하나는 입구를 보고 하나는 종량기를 본다.


작년 9월에 그날 영상을 봤다.


새벽 4시 40분 앞뒤로 20분을 봤다.


아무도 없었다.


수거장 문은 잠겨 있고 안에는 아무것도 안 움직인다.


그런데 종량기 화면이 켜졌다.


대기 상태에서는 화면이 어둡다. 카드를 대면 밝아진다.


4시 40분에 밝아졌다.


뚜껑이 열렸다.


3초쯤 열려 있다가 닫혔다.


그 사이에 아무것도 안 들어갔다.


영상으로는 안 들어갔다.


닫히고 나서 화면에 숫자가 떴다. 화질이 나빠서 안 읽힌다. 그런데 뭔가 떴다.



직접


작년 11월에 한 번 나가봤다.


수요일 새벽 4시 20분에 수거장에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안에서 다시 잠갔다.


불은 안 켰다. 종량기 화면 불빛만 있었다.


수거장 냄새는 나쁘다. 음식물 통이 있으니까 그렇다. 겨울인데도 났다.


종량기 옆에 서 있었다.


4시 40분에 화면이 밝아졌다.


내 옆에서 밝아졌다.


아무도 안 왔다. 문은 잠겨 있었다.


뚜껑이 열렸다.


유압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그건 기계 소리다. 정상 소리다.


3초 있다가 닫혔다.


닫히면서 탁 하고 걸렸다.


화면에 숫자가 떴다.


1.2킬로그램이다.


통 안을 봤다. 손전등을 켰다.


들어 있었다.


음식물이었다. 위쪽에 새로 얹힌 것이 있었다.


앞에 쌓여 있던 것들하고 달랐다. 색은 안 적겠다. 냄새도 안 적겠다.


새것이었다는 것만 적는다.


나는 그날 이후로 새벽에 안 나갔다.


오늘까지는 안 나갔다.



경비 반장


경비 반장한테 물어봤다.


우리 단지에 경비가 넷이다. 반장은 12년 계셨다. 나보다 6년 위다.


수요일 새벽에 뭐 이상한 거 없느냐고 물었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거장 말씀이시죠.


그렇다고 했다.


그분이 잠깐 있다가 이러셨다.


거기 새벽에 소리 나요.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뚜껑 소리요.


종량기 뚜껑은 유압으로 닫힌다. 천천히 닫히다가 마지막에 탁 하고 걸린다.


그 소리라고 하셨다.


몇 시냐고 물었다.


한 4시 반이나 40분쯤요.


가보신 적 있느냐고 물었다.


처음에 몇 번 가봤다고 하셨다.


그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 잠겨 있어요. 안에 아무도 없고요.


그럼 소리는 뭐냐고 물었다.


그분이 웃으셨다.


소장님 여기 오래 있으면 그런 거 안 궁금해져요.



이력


옛날 기록을 찾았다.


종량기를 2018년에 설치했다. 그 전에는 공동 배출이었다.


설치 업체에 세대 코드 등록 자료를 요청했다.


2018년 등록 목록을 받았다.


312개였다.


105동 1201호가 없었다.


그러면 언제 생겼느냐가 문제가 된다.


서버 로그를 요청했다. 코드 등록은 이력이 남는다.


받았다.


105동 1201호 등록 이력이 없었다.


등록 없이 존재한다.


업체 담당자가 이렇게 말했다.


소장님 이거 등록 안 된 코드는 아예 인식이 안 돼요. 뚜껑이 안 열려요.


열린다고 했다.


그 사람이 원격으로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이틀 뒤에 연락이 왔다.


정상 세대로 잡혀 있다고 했다.


목록에는 있고 이력에는 없다고 했다.


그 사람이 한 가지를 더 말했다.


소장님 이거 저희 다른 현장에도 있어요.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가끔 있대요. 등록 이력 없이 잡히는 코드요. 자기가 관리하는 단지 중에 세 군데쯤 있다고 했다.


몇 세대짜리 단지들이냐고 물었다.


큰 데도 있고 작은 데도 있다고 했다.


공통점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좀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다 재건축이나 사업 변경 있었던 데예요.


그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근데 저희는 그거 안 지워요.


왜 안 지우느냐고 물었다.


지우면 정산이 안 맞아서요.


그 말이 맞다.


빼면 모자란다. 나도 계산해봤다.



예비 카드


카드 얘기를 해야 한다.


세대 카드는 312장이다. 입주할 때 준다. 잃어버리면 재발급한다.


예비 카드가 있다.


30장이다. 재발급용이다. 관리사무소 금고에 봉인해서 보관한다.


봉인은 스티커다. 뜯으면 표가 난다.


작년 10월에 금고를 열었다.


봉인이 그대로였다.


뜯고 세었다.


30장이었다.


카드마다 번호가 있다. 30장 번호를 다 적었다.


그 번호들을 서버에서 조회했다.


29장은 미등록 상태였다. 정상이다. 안 쓴 카드니까 그렇다.


한 장이 등록돼 있었다.


105동 1201호였다.


그 카드는 지금 금고에 있다.


내가 손에 들고 있었다.


들고 있는 동안 그 카드는 아무 데도 안 갔다.


다음 수요일 새벽 4시 40분에 배출 기록이 올라왔다.


1.2킬로그램이다.


그 카드를 봉투에 따로 넣어서 내 서랍에 뒀다.


한 달 뒤에 꺼내봤다.


봉투는 그대로였다.


안이 비어 있었다.


금고를 다시 열었다. 봉인이 그대로였다.


세었다.


30장이었다.


번호를 다 확인했다. 그 번호가 있었다.


돌아가 있었다.



할머니


104동에 오래 사시는 분이 있다.


입주 때부터 사셨다. 2005년 입주니까 20년이다.


이분이 민원을 자주 넣으신다. 대부분 분리수거 관련이다. 누가 뭘 잘못 버렸다고 하신다.


올해 봄에 사무실에 오셨다.


늘 그렇듯이 뭐라고 하시길래 듣고 있었다.


그러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105동 사람들은 왜 우리 쪽에 버려요.


내가 잠깐 못 알아들었다.


여기 105동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분이 나를 보셨다.


그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없어요.


없다고 다시 말씀드렸다.


그분이 한참 계시다가 이러셨다.


내가 뭘 잘못 알았나 보네.


그러고 가셨다.


그 뒤로 그분이 민원을 안 넣으신다.


한 달쯤 뒤에 마주쳤다.


내가 먼저 인사를 드렸다.


그분이 이렇게 물으셨다.


소장님 그때 내가 무슨 소리 했지.


기억이 안 나신다고 하셨다.


105동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분이 웃으셨다.


내가 그랬어. 나이 먹으면 그래.


그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입주할 때 다섯 동이었어. 분양 받을 때 그랬어.


그런데 네 동이더라고. 다들 그런가 보다 했지.


20년 지났는데 아직도 그게 헷갈리네.


그러고 가셨다.


나는 그 자리에 좀 서 있었다.


그분은 105동을 본 적이 없다.


분양 안내만 보셨다.



105동


혹시나 해서 알아봤다.


우리 단지 사업 계획을 찾았다.


2003년 승인 자료다. 구청에 있고 열람 신청하면 볼 수 있다.


원래 계획이 5개 동이었다.


101동부터 105동까지다.


변경 승인이 한 번 있었다.


2004년에 4개 동으로 줄었다. 사유가 적혀 있었다.


부지 여건 및 사업성 조정.


105동 자리는 지금 어린이 놀이터와 주차장이다.


계획 도면을 봤다. 105동은 12층이었다.


101동부터 104동까지가 15층이고 105동만 12층이다.


지어졌으면 12층이 꼭대기다.


1201호는 꼭대기 층이다.


구청 담당자한테 105동이 왜 빠졌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20년 전 일이라 모른다고 했다. 서류에 적힌 게 전부라고 했다.


당시 시공사를 찾아봤다.


부도가 났다. 2006년이다.


지금은 없는 회사다.


인터넷으로 그 시공사 이름을 검색했다.


2004년 기사가 하나 나왔다.


우리 단지 공사 현장 얘기가 아니고 그 회사 다른 현장 얘기였다.


우리 단지 얘기는 하나도 안 나온다.


2004년에 4개 동으로 줄었다는 것만 서류에 있다.


사유는 부지 여건 및 사업성 조정이다.


그 문장을 나는 열 번쯤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아무 말도 아니다.



오늘


오늘이 수요일이다.


지금 새벽 4시 25분이다.


나는 사무실에 있다. 야근이 아니고 그냥 나와 있다.


집이 이 단지다. 6년 전에 소장으로 오면서 여기로 이사했다. 걸어서 3분이다.


수거장 열쇠를 갖고 있다.


이번 달 배출 기록을 아까 뽑아봤다.


이번 달 수요일이 다섯 번이다. 오늘이 다섯 번째다.


지금까지 네 번 다 1.2킬로그램이다.


한 가지가 달라졌다.


지난주부터 코드가 하나 더 늘었다.


314개다.


105동 1202호다.


배출 무게가 0.6킬로그램이다.


1.2의 절반이다.


나는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한 세대가 두 세대가 된 것인지 아니면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4시 33분이다.


수거장은 여기서 걸어서 1분이다.


열쇠를 챙겼다.


뚜껑이 3초 열린다고 했다.


1분이면 간다.


나가기 전에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314번째 코드가 언제 등록됐는지 봤다.


이력이 없다. 105동 1201호처럼 없다.


그런데 목록 순서가 이상했다.


세대 코드는 동 호수 순으로 정렬된다. 104동 다음에 105동이 온다.


105동 1201호 다음에 1202호가 와야 한다.


1202호가 그 앞에 있었다.


1202호 다음에 1201호다.


정렬이 잘못될 수가 없다. 숫자 순으로 자동 정렬이다.


내가 세 번 새로고침을 했다.


세 번 다 1202호가 먼저였다.


먼저 온 쪽이 먼저다.


지금 4시 36분이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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