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기록]
학교 · 면소재지 초등학교
직무 · 조리사
근속 · 31년
현재 전교생 · 6명
교직원 · 5명
폐교 예정 · 내년 3월
현재 상태 · 급식 운영 중
식수
급식은 숫자로 시작한다.
식수 인원이라고 한다. 오늘 몇 명이 먹느냐다.
아침에 각 반에서 결석을 알려준다. 그걸 빼고 교직원 수를 더한다. 그 숫자가 오늘 숫자다.
그 숫자에 1인분을 곱해서 재료를 낸다.
밥은 한 사람에 몇 그램 국은 몇 밀리리터 반찬은 몇 그램 이렇게 정해져 있다. 학년마다 다르다. 저학년이 적고 고학년이 많다.
31년 하면 손이 안다. 저울을 안 쓰고도 한 국자에 몇 그램인지 안다.
그래도 잰다. 재라고 되어 있으니까 잰다.
내가 처음 왔을 때 이 학교 전교생이 400명대였다.
지금 6명이다.
그 숫자가 줄어드는 걸 31년 동안 봤다.
400명일 때는 조리사가 다섯이었다.
지금은 나 혼자다.
여섯 명 밥을 짓는 데 사람이 다섯 필요하지는 않으니까 그건 당연하다.
그래도 급식실이 크다. 옛날 크기 그대로다. 솥도 크고 배식대도 길다.
여섯 명이 그 앞에 줄을 서면 줄이 안 찬다.
그게 이 학교에서 제일 이상한 풍경이다.
이 얘기부터 해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적는다.
식판
식판은 스테인리스다.
한 사람에 하나씩 낸다. 배식대 앞에 쌓아놓고 애들이 하나씩 가져간다.
식사 끝나면 걷어서 세척기에 넣는다.
세척기가 한 번에 스무 개 들어간다. 지금은 한 번만 돌리면 된다. 옛날에는 스무 번을 돌렸다.
씻기 전에 센다. 몇 개 나갔고 몇 개 들어왔는지 봐야 하니까 그렇다. 하나라도 없어지면 교실에 놔두고 온 거다.
작년 4월부터 하나가 더 들어온다.
그날 식수가 13명이었다. 학생 8명하고 교직원 5명이다.
배식대에 13개를 냈다.
세척기에 14개가 들어갔다.
세 번 세었다.
14개였다.
그날 이후로 매일 그렇다.
작년 4월부터 오늘까지 하루도 안 빠졌다.
방학 때는 급식이 없으니까 그때는 없다.
개학하면 첫날부터 다시 하나 많다.
배식대에 남은 게 있나 봤다. 없었다. 13개를 다 냈고 13개가 다 나갔다.
배식
배식은 내가 한다.
여섯 명이니까 줄이 안 선다. 애들이 하나씩 와서 식판을 내민다.
나는 이름을 부른다.
31년 동안 애들 이름을 다 불렀다. 400명일 때도 불렀다. 그때는 다 못 외웠지만 아는 애는 불렀다.
지금은 여섯 명이니까 다 부른다.
배식할 때 국자를 몇 번 뜨는지가 정해져 있다. 저학년은 한 국자 고학년은 한 국자 반이다.
작년부터 국자가 한 번 더 나간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 손이 그렇게 한다는 뜻이다.
여섯 명한테 다 주고 나면 손이 한 번 더 뜬다.
정신 차리고 보면 국자에 국이 담겨 있다.
그러면 나는 그걸 다시 통에 넣는다.
처음엔 놀랐는데 요즘은 안 놀란다.
31년 하면 손이 먼저 움직인다. 나는 그걸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유
우유 급식이 있다.
학생 수만큼 들어온다. 아침에 배달되고 점심때 나눠준다.
작년 4월부터 하나가 모자란다.
들어온 개수를 아침에 센다. 8개가 들어오면 8개다. 그건 확인한다.
점심에 나눠주면 하나가 모자란다.
애들이 하나씩 가져가는데 마지막 애가 없다고 한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센 줄 알았다. 우유 상자를 열어서 아침에 다시 센 적도 있다.
8개였다.
점심에 7개였다.
냉장고에 넣어두는데 냉장고는 급식실 안에 있고 급식실은 잠근다. 열쇠는 나하고 영양사 선생님만 갖고 있다.
우유 회사에 물어봤다. 배송 기록을 봤다. 8개로 되어 있었다.
그 뒤로 나는 하나를 더 시킨다.
내 돈으로 시킨다. 몇 백 원이니까 그냥 시킨다.
그러면 안 모자란다.
애들
애들한테는 안 물어봤다.
물어볼 수가 없다. 여섯 명이고 다 열 살 안팎이다. 그런 걸 물으면 무서워한다.
그런데 한 애가 나한테 먼저 말한 적이 있다.
작년 가을이다. 급식 끝나고 식판을 갖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사님 오늘 반찬 맛있었어요.
고맙다고 했다.
그러고 그 애가 이렇게 물었다.
근데 여사님은 왜 저기다가도 놔요.
어디냐고 물었다.
그 애가 배식대 끝을 가리켰다.
거기는 아무도 안 앉는 자리다. 식탁이 두 개인데 여섯 명이 한 식탁에 앉는다.
내가 거기에 뭘 놓은 적이 없다.
그 애한테 뭘 봤느냐고 물었다.
그 애가 어깨를 으쓱하고 갔다.
그 뒤로 안 물어봤다.
그 애는 올해 졸업한다.
잔반
남은 밥을 잔반이라고 한다.
무게를 잰다. 이건 기록해야 한다. 잔반이 많으면 식단을 고쳐야 하니까 본다.
31년 하면 잔반량으로 그날 반찬이 어땠는지 안다.
애들은 정직하다. 맛있으면 다 먹고 아니면 남긴다. 어른들은 눈치를 보는데 애들은 안 본다.
작년 4월부터 잔반이 준다.
한 명분쯤 준다.
이건 좋은 소식이어야 한다. 애들이 잘 먹는다는 뜻이니까 그렇다.
그런데 애들이 남기는 양은 그대로다. 나는 걷을 때 식판을 하나씩 본다. 누가 뭘 남겼는지 다 안다.
남기는 건 똑같다.
잔반통 무게만 준다.
한 명분이 어디로 간다.
보존식
보존식이라는 게 있다.
법으로 하게 되어 있다. 급식으로 나간 음식을 매 끼니마다 조금씩 따로 담아서 얼려둔다.
식중독이 나면 그걸 검사한다. 원인을 찾아야 하니까 그렇다.
1인분씩 담는다. 반찬마다 100그램 넘게 담아야 한다. 전용 용기에 담고 날짜와 시각을 적는다.
영하 18도 아래에서 144시간 보관한다. 그러니까 엿새다.
엿새 지나면 버린다.
용기가 정해진 개수만큼 있다. 하루에 반찬이 다섯 가지면 다섯 개다. 엿새치면 서른 개다.
작년 6월에 냉동고 정리를 했다.
용기가 하나 더 있었다.
날짜가 적혀 있었다. 시각도 적혀 있었다.
내 글씨였다.
안에 밥이 담겨 있었다.
그날 밥을 담은 용기는 따로 있었다. 그러니까 밥 용기가 두 개다.
무게를 재봤다. 둘 다 정확히 같았다.
같은 날 같은 시각이 적혀 있었다.
그 뒤로 냉동고를 자주 연다.
한 달에 두세 번씩 하나 더 있다.
매번은 아니다. 규칙을 못 찾았다.
용기 개수는 안 맞는다. 냉동고에 있는 용기 수보다 창고 재고가 하나 적다.
용기는 소모품이라 매년 주문한다. 몇 개 들어왔고 몇 개 깨졌는지 적는다.
작년에 들어온 게 60개다. 깨진 게 4개다. 그러면 56개여야 한다.
세면 57개다.
행정실에 말했더니 그런 건 안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몇 백 원짜리 용기 하나가 안 맞는 걸로 뭘 하겠는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안 맞는 대로 둔다.
영양사 선생님
이 학교 영양사 선생님은 세 학교를 겸임한다.
작은 학교는 그렇게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오신다.
작년 여름에 말씀드렸다.
식판이 하나 더 나오고 우유가 하나 모자라고 잔반이 한 명분 준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이 자료를 보셨다.
한참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사님 이거 다 한 명분이네요.
그렇다고 했다.
선생님이 계산기를 두드리셨다.
식판 한 개 우유 한 개 잔반 한 명분요. 다 한 사람이에요.
그러고 이렇게 물으셨다.
식수는요.
식수는 맞는다고 했다. 출석부하고 맞는다.
선생님이 조용해지셨다.
그러고 이러셨다.
식수를 하나 더 넣어볼까요.
그날 이후로 그 얘기를 안 하셨다.
넣지도 않으셨다.
40인분
한 가지를 더 알아냈다.
우리 급식실은 밥을 취반기로 짓는다. 큰 통에 쌀하고 물을 넣고 돌린다.
취반기가 40인분짜리다. 지금 학교에 맞는 크기가 아니다. 옛날 것을 계속 쓴다.
쌀은 인원 곱하기 1인분으로 계량한다.
작년부터 밥이 조금 남는다.
원래는 딱 맞았다. 31년 하면 딱 맞게 된다.
남는 양을 재봤다.
한 명분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쌀을 한 명분 적게 넣어봤다.
밥이 딱 맞았다.
식수 인원보다 한 명 적게 넣으면 맞는다.
그런데 식판은 한 개 더 나온다.
밥은 한 명 적게 지어야 맞고 식판은 한 개 더 나온다.
이 두 개가 같이 있으면 계산이 안 된다.
영양사 선생님한테 이것도 말씀드렸다.
선생님이 이렇게 정리해주셨다.
밥은 덜 필요하고 그릇은 더 필요하다는 거네요.
그렇다고 했다.
선생님이 잠깐 있다가 이러셨다.
먹지는 않고 받기만 하는 거네요.
그러고 두 분 다 말이 없었다.
선생님은 그 뒤로 이 학교 오시는 날에 급식실에 오래 안 계신다. 서류만 확인하고 가신다.
작년에는 나랑 같이 밥을 드셨다.
31년
작년 가을에 옛날 장부를 찾았다.
급식실 창고에 있다. 30년 넘은 것들이 상자에 들어 있다.
식수 인원 일지가 있다. 매일 몇 명이 먹었는지 적은 것이다. 요즘은 전산인데 옛날에는 손으로 적었다.
내가 처음 온 해 것을 폈다.
그해 전교생이 412명이었다.
일지에 매일 숫자가 적혀 있다.
한 페이지를 보고 이상해서 계산기를 두드렸다.
출석 인원 더하기 교직원 인원이 그날 식수와 안 맞았다.
식수가 하나 많았다.
다음 장도 봤다. 하나 많았다.
그해 것을 다 봤다.
매일 하나 많았다.
31년 전에도 그랬다.
내가 몰랐다.
400명대에서 한 명은 안 보인다. 식판을 400개 세다 보면 하나쯤 틀리고 우유를 400개 세다 보면 하나쯤 헷갈린다.
그때는 오차였다.
6명에서 한 명은 오차가 아니다.
그 상자를 다 뒤졌다.
1970년대 것까지 있었다. 그 앞은 없다. 창고에 물이 든 적이 있어서 아래쪽이 상했다.
있는 해는 다 봤다.
전부 하나 많았다.
1970년대에 이 학교 전교생이 600명 넘었다. 그때도 하나 많다.
그러니까 이건 학생 수하고 상관이 없다.
600명일 때도 하나고 6명일 때도 하나다.
전임자
내 앞에 계시던 분이 있다.
내가 들어올 때 인수인계를 해주셨다. 그때 예순쯤이셨으니까 지금은 아흔이 넘으셨다.
면에 아직 사신다.
작년 겨울에 찾아뵈었다.
떡을 사 가지고 갔다. 나를 기억하셨다.
한참 옛날 얘기를 하셨다. 급식실 얘기하고 애들 얘기하고 그런 것들이다.
내가 여쭤봤다.
어머니 그때 식수 하나 더 잡으셨죠.
그분이 나를 보셨다.
그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거 아직도 그러냐.
그렇다고 했다.
몇 명인데.
여섯이요.
그분이 한참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러고 이러셨다.
그럼 일곱이네.
내가 그게 누구냐고 여쭤봤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도 앞사람한테 그렇게 배웠어. 하나 더 잡으라고. 이유는 안 가르쳐주더라.
그 앞사람은 언제 계셨느냐고 여쭤봤다.
학교 생기고부터.
이 학교는 1938년에 생겼다.
돌아 나오면서 한 가지를 더 여쭤봤다.
어머니 그거 왜 하나 더 잡는지 정말 모르세요.
그분이 문간에 서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몰라야 해.
무슨 말씀이냐고 여쭤봤다.
알면 세게 되잖아.
세면 어떻게 되느냐고 여쭤봤다.
그분이 대답 대신 이렇게 물으셨다.
너 요새 식판 세지.
세고 있다고 했다.
그분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으셨다.
공문
지난달에 공문이 왔다.
내년 3월 폐교다.
전교생이 6명이고 내년에 셋이 졸업한다. 신입생이 없다. 남는 셋은 면 밖 학교로 간다.
31년 다녔으니까 나도 그만둔다.
폐교 절차가 있다. 시설 정리하고 물품 처분하고 그런 것들이다.
급식실은 3월 첫 주까지 돌린다. 마지막 날까지 애들이 밥을 먹어야 하니까 그렇다.
그날 급식이 마지막이다.
식단을 짜고 있다.
애들이 좋아하는 걸로 하려고 한다. 여섯 명이 뭘 좋아하는지 나는 다 안다.
이 학교가 없어지면 이 급식실도 없어진다.
건물은 남는다고 한다. 면에서 뭘 하겠다고 하는데 아직 안 정해졌다.
솥이랑 취반기랑 세척기는 다른 학교로 간다. 쓸 만한 건 옮긴다.
식판은 안 가져간다. 낡아서 폐기한다고 한다.
내가 그건 좀 아깝다고 했더니 행정실에서 웃었다.
여사님 그거 몇 개나 남았어요.
세어본다고 했다.
그날 저녁에 세었다.
원래 420개였다. 400명 다닐 때 숫자다.
깨지고 찌그러져서 버린 게 많다.
지금 남은 게 118개다.
세 번 세었다. 118개다.
장부에는 117개로 되어 있다.
발주 화면
이번 주에 발주를 넣었다.
식자재는 시스템으로 넣는다. 다음 학기 계획도 미리 넣게 되어 있다.
폐교니까 다음 학기가 없다.
그래서 다음 학년도 칸은 안 건드렸다.
어제 그 화면을 열어봤다.
다음 학년도 식수 인원이 들어가 있었다.
내가 안 넣었다.
숫자를 봤다.
1이었다.
전교생 1명이다.
교직원 칸은 0이었다.
담당자 칸에 내 이름이 있었다.
입력 일자가 작년 4월이다.
작년 4월은 식판이 하나 더 나오기 시작한 달이다.
전산 담당한테 전화했다. 교육지원청에 있다.
다음 학년도 칸을 어떻게 지우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폐교 학교는 자동으로 처리된다고 했다. 굳이 안 지워도 된다고 했다.
내가 들어가 있는 숫자가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이 화면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사님 그 학교 다음 학년도 계획 안 잡혀 있는데요.
내 화면에는 있다고 했다.
그 사람이 새로고침을 해보라고 했다.
했다.
그대로 있었다.
캡처해서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캡처를 눌렀다. 화면이 저장됐다.
파일을 열었다.
그 칸이 비어 있었다.
화면에는 있고 캡처에는 없다.
그 사람한테는 잘못 봤다고 하고 끊었다.
오늘
오늘 점심 급식을 했다.
식수 11명이다. 학생 6명하고 교직원 5명이다.
배식대에 11개를 냈다.
세척기에 12개가 들어갔다.
우유는 7개를 시켰다. 6개가 나갔고 하나가 남았다.
남은 하나를 냉장고에 넣었다. 내일 또 나갈 것이다.
잔반을 쟀다. 한 명분 적었다.
보존식을 담았다. 오늘 반찬이 넷이니까 네 개다.
담고 나서 냉동고를 열어봤다.
다섯 개였다.
날짜를 봤다. 오늘 날짜다.
내 글씨다.
폐교까지 급식이 여든 몇 번 남았다.
정확히 세어봤다. 83번이다.
83번 밥을 짓고 나면 이 급식실이 닫힌다.
그날 이후로 여기서 밥을 짓는 사람이 없다.
식수 인원 1명은 그러면 어떻게 되나 싶어서 생각해봤다.
시스템에 들어가 있으니까 시스템은 계속 그 숫자를 갖고 있을 것이다. 학교가 없어져도 서버에는 남는다.
밥을 안 지어도 숫자는 남는다.
나는 그게 제일 마음에 걸린다.
여든세 번 남았다.
내일도 밥을 짓는다.
쌀은 한 명분 적게 넣고 식판은 한 개 더 준비해둔다.
31년 그렇게 했다.
여든세 번 더 그렇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