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 기록]
회사 · 법인택시
직무 · 야간 배차 관제
관제 경력 · 6년
운전 경력 · 25년
보유 차량 · 62대
문제 건수 · 월 1건
현재 상태 · 야간 근무 중
관제실
나는 25년을 몰았다.
무릎이 나가서 못 몰게 됐다. 오른쪽이다. 액셀 밟는 다리다. 25년 밟으면 그렇게 된다는 걸 그때 알았다.
회사에서 관제실에 앉으라고 했다. 앉는 일이니까 해보라고 했다.
앉는 일도 쉽지는 않더라.
관제실은 좁다. 모니터가 넷이고 무전기가 하나 있다. 창문이 없다. 야간에는 나 혼자 앉는다.
밤 8시에 앉아서 아침 8시에 일어난다.
일어날 때 무릎이 굳어 있다.
여기서 하는 일은 차하고 손님을 붙이는 거다.
콜이 들어오면 화면에 뜬다. 출발지가 뜨고 도착지가 뜬다. 그러면 근처에 빈 차가 있는지 본다. 지도에 차들이 점으로 떠 있다.
제일 가까운 차한테 보낸다.
기사가 받으면 배차 완료다. 안 받으면 다음 차로 넘어간다.
요즘은 자동으로도 된다. 시스템이 알아서 붙인다. 그래도 사람이 봐야 하는 게 있다. 골목 사정이나 기사 사정이나 그런 거다.
25년 몰았으니까 나는 그걸 안다.
이 도시 골목은 다 안다.
그런데 요즘 지도가 바뀐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 길이 뚫린다. 내가 아는 길이 하나씩 없어진다.
관제실에 앉아서 화면 지도를 보면 내가 모르는 자리가 자꾸 생긴다.
6년 앉아 있으면 그렇게 된다.
밖에 안 나가니까 그렇다.
단계
한 건이 끝나려면 단계가 있다.
접수. 배차. 승차. 운행. 하차. 결제. 완료.
일곱 단계다.
단계마다 시각이 찍힌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찍는다.
접수는 손님이 부른 시각이다. 배차는 기사가 받은 시각이다. 승차는 기사가 태웠다고 누른 시각이다. 운행은 미터기가 켜진 시각이다. 하차는 미터기가 꺼진 시각이다. 결제는 카드나 현금이 처리된 시각이다.
완료는 그 다음이다.
이 일곱 개가 다 차야 한 건이 끝난다.
하나라도 비면 미완 건으로 남는다. 미완 건은 다음 날 아침에 정리한다. 대부분 기사가 버튼을 안 눌러서 생긴다.
내가 하는 일 중에 그 정리도 있다.
6년 하면 미완 건 보는 눈이 생긴다.
비어 있는 칸
작년 여름부터 이상한 게 하나씩 나온다.
한 달에 한 건이다.
일곱 단계 중에 배차 칸이 비어 있다.
접수 있다. 승차 있다. 운행 있다. 하차 있다. 결제 있다. 완료 있다.
배차만 없다.
이게 왜 이상하냐면 순서 때문이다.
배차가 있어야 승차가 있다. 기사가 콜을 받아야 손님한테 가고 손님한테 가야 태운다.
배차 없이 승차가 찍힐 수가 없다.
시스템이 그렇게 안 되어 있다. 배차 안 된 건에는 승차 버튼이 아예 안 뜬다.
전산 담당한테 물어봤다.
그 사람이 화면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거 데이터가 이상하네요.
어떻게 이상하냐고 물었다.
없는 상태예요. 이런 상태가 안 나와요.
고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고칠 게 없다고 했다. 나머지 칸은 다 정상이라고 했다.
미완 건 목록에도 안 올라온다.
미완은 단계가 안 찬 건이다. 이건 완료가 찍혀 있으니까 완료 건이다.
완료 건은 아무도 안 본다.
숫자만 세고 넘어간다.
내가 이걸 본 이유는 하나다.
작년 여름에 콜 접수 건수와 완료 건수를 대조하는 일을 맡았다. 회사에서 실적 자료를 만든다고 시켰다.
그때 한 건이 안 맞았다.
접수보다 완료가 하나 많았다.
무전
관제실에 무전기가 있다.
요즘은 잘 안 쓴다. 다들 앱으로 하고 급하면 전화한다.
그래도 켜둔다. 규정이라 켜둔다.
한 달에 한 번 그 시각에 무전이 열린다.
4시 15분이다. 승차 시각이다.
2초쯤 열렸다가 닫힌다.
옛날에는 승차하면 무전으로 알렸다. 손님 태웠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게 90년대 방식이다. 2000년대 들어서 없어졌다.
지금 기사들은 그렇게 안 한다. 그렇게 하는 법도 모른다.
무전 채널은 우리 회사 전용이다. 우리 차 무전기에서만 나간다.
62대에 무전기가 다 달려 있다. 안 쓸 뿐이지 달려는 있다.
전부 확인했다. 4시 15분에 아무도 안 눌렀다고 한다.
기사들한테 물으면 다들 웃는다.
무전기 쓸 줄도 몰라요.
차량번호
그 건들에 차량번호가 있다.
운행이 됐으니까 차가 있어야 한다.
번호를 봤다.
우리 회사 차가 아니었다.
우리는 62대다. 번호를 다 안다. 6년 앉아 있으면 외워진다.
그 번호는 없다.
다른 회사 차인가 싶어서 조회해봤다. 우리 시스템에서는 다른 회사 차가 조회가 안 된다.
지인한테 부탁해서 알아봤다.
폐차된 번호였다.
25년 전에 폐차됐다.
그 번호를 나는 안다.
내가 몰던 차다.
내 차
내가 처음 몰던 차다.
91년에 입사해서 그 차를 받았다. 4년 몰았다.
95년에 폐차했다. 사고가 나서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오래돼서 뺐다.
그 뒤로 다른 차를 몰았다. 25년 동안 여섯 대쯤 바꿨다.
첫 차는 기억이 난다.
시동 걸 때 소리가 있었다. 처음에 한 번 걸리는 척하다가 안 걸린다. 두 번째에 걸린다. 겨울에는 세 번째다.
브레이크가 왼쪽으로 조금 쏠렸다. 그거 때문에 타이어가 한쪽만 빨리 닳았다.
기어 넣을 때 2단에서 걸리는 게 있었다.
몸이 그걸 다 기억한다.
번호도 기억한다. 그래서 화면에서 보고 바로 알았다.
그날 밤에 집에 가서 아내한테 말했다.
내 첫 차 번호 기억나느냐고 물었다.
아내가 기억할 리가 없다. 결혼한 게 97년이다.
왜 갑자기 그러느냐고 하길래 그냥 생각나서 그런다고 했다.
아내가 그러고 나서 이런 말을 했다.
당신 요즘 밤에 운전하는 것 같아.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자면서 발을 움직인다고 했다. 오른발을 밟았다 뗐다 한다고 했다.
25년 몰았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관제실 간 뒤로는 안 그랬어. 작년부터 다시 그래.
시각
그 건들은 시각이 같다.
접수가 새벽 4시 12분이다.
초까지 같다. 4시 12분 00초에 접수된다.
승차가 4시 15분이다.
운행이 4시 15분이다.
하차가 4시 33분이다.
18분 운행이다.
결제가 4시 33분이고 완료가 4시 34분이다.
매달 그렇다.
날짜만 다르고 시각은 다 같다.
요금
요금이 14600원이다.
매번 같다.
이게 제일 안 맞는 부분이다.
택시 요금은 거리하고 시간으로 나온다. 신호에 몇 번 걸리느냐에 따라 다르다. 같은 구간을 같은 시각에 가도 몇백 원씩 달라진다.
25년 몰면서 똑같은 요금이 두 번 나온 적이 없다.
14600원이 열 몇 번 나왔다.
그리고 요금이 이상하다.
지금 요금 체계로 8.4킬로미터에 18분이면 14600원 근처가 맞다.
작년 여름에 요금이 올랐다.
오르기 전에도 14600원이었다.
요금 체계가 바뀌었는데 금액이 같다.
역산해봤다.
14600원이 나오려면 어떤 요금 체계여야 하는지 계산했다. 기본요금하고 거리요금하고 시간요금을 넣어서 맞춰봤다.
지금 체계로는 8.4킬로미터 18분에 14600원이 나온다. 우연히 맞다.
작년 체계로 넣으면 13200원이다.
2004년 체계로 넣으면 6800원이다.
지금 체계에서만 14600이 나온다.
그런데 이 건은 8년 전에도 있었다.
8년 전 체계로는 11400원이다.
그때도 14600원이었는지는 확인을 못 했다. 기록이 5년치만 남는다.
결제
결제가 되어 있다.
카드 결제다. 승인번호가 있다.
카드사에 조회해봤다. 회사 경리 통해서 물어봤다.
승인이 되어 있다고 했다.
정상 승인이라고 했다.
카드 번호 앞자리를 봤다. 우리한테는 앞 여섯 자리하고 뒤 네 자리만 보인다.
BIN 번호라는 게 있다. 앞 여섯 자리로 어느 카드사 어느 상품인지 안다.
조회했다.
없는 BIN이었다.
카드사가 승인했는데 카드사에 없는 번호다.
돈은 들어왔다.
정산
매달 정산에서 그 14600원이 남는다.
회사 매출에 잡힌다.
경리한테 물어봤다. 이런 게 왜 있느냐고 물었다.
경리가 그랬다.
원래 몇 건씩 있어요. 시스템 오류인데 금액이 작아서 그냥 잡수익으로 털어요.
원래라는 게 언제부터냐고 물었다.
제가 온 게 8년 전인데 그때도 있었어요.
8년 전이면 내가 관제실에 오기 전이다.
내가 아직 운전하던 때다.
그럼 그때는 내가 몰고 있었는데 내 차 번호로 다른 건이 돌아갔다는 얘기가 된다.
경리가 그때 몇 건이었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 했다.
기록이 5년치만 남는다.
도착지
도착지 주소를 봤다.
지번 주소다.
지도에 넣어봤다.
안 나온다.
우리 시스템 지도에도 안 나오고 인터넷 지도에도 안 나온다.
행정 주소를 찾아봤다.
없어진 주소였다.
2004년에 재개발됐다. 동네가 통째로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지번이 다 바뀌었다.
지금 그 자리에 아파트 단지가 있다.
출발지도 봤다.
출발지는 지금도 있는 주소다.
우리 차고지 앞이다.
그 없어진 동네를 나는 안다.
91년부터 95년까지 그 동네를 하루에도 몇 번씩 갔다. 골목이 좁아서 큰 차는 못 들어갔다. 택시는 들어갔다.
새벽에 그 동네 가는 손님이 많았다. 공장이 있었다. 새벽 근무가 있는 공장이었다.
지금은 아파트다.
한 번 가봤다.
작년 가을에 쉬는 날 갔다.
단지 안에 들어가서 걸었다. 그 지번이 어디쯤이었는지 대충 안다. 지금 몇 동쯤일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히 아무것도 없다. 20년 넘게 지났다.
주차장에 앉아 있다가 왔다.
그날 무릎이 많이 아팠다.
8.4킬로미터
차고지에서 그 없어진 동네까지가 8.4킬로미터다.
지금 도로로 재면 그렇다.
2004년 전 도로로 재면 다르다. 그때는 길이 지금 같지 않았다. 큰길이 안 뚫려 있었다.
옛날 지도를 구해서 재봤다.
9.1킬로미터였다.
그러니까 이 운행은 지금 도로로 간 것이다.
지금 도로로 없어진 주소까지 갔다.
운행기록
차마다 운행기록계가 달려 있다.
디티지라고 부른다. 속도하고 위치하고 브레이크 밟은 것까지 다 기록된다. 법으로 달게 돼 있다.
사고 나면 이걸로 따진다.
그 건들도 운행기록이 있다.
받아서 봤다.
18분치 데이터가 있었다.
속도 그래프를 봤다.
정지가 여섯 번이다. 신호에 여섯 번 걸렸다는 뜻이다.
정지 위치를 찍어봤다.
여섯 곳 중에 네 곳이 지금 신호등이 있는 자리다.
두 곳은 없다.
2004년 전에 있던 신호등 자리다. 재개발하면서 없어졌다.
지금 없는 신호에 두 번 걸렸다.
최고 속도가 시속 61킬로미터였다.
그 구간 제한 속도가 지금 50이다. 2004년 전에는 60이었다.
61이면 옛날 기준으로 1킬로미터 초과다.
기사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기사 코드가 있다.
운행 건마다 어느 기사가 몰았는지 코드가 붙는다.
그 건들에도 있었다.
내 코드였다.
91년에 받은 코드다. 관제실로 옮기면서 반납했다. 지금은 안 쓴다.
전산 담당한테 물었다. 반납된 코드가 어떻게 찍히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반납 코드는 시스템에서 막혀 있다고 했다. 입력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화면을 보여줬다.
그 사람이 한참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이거 저한테 보여주지 마세요.
왜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자리로 돌아갔다.
그 뒤로 내 전화를 안 받는다.
한 번 회사에서 마주쳤다.
인사를 했더니 고개만 숙이고 지나갔다.
그 사람은 스물아홉이다. 나한테 잘못한 게 없다.
4시 12분
나는 그 시각에 뭘 했는지 생각해봤다.
25년 몰면서 새벽 4시대는 늘 일하던 시간이다. 야간조는 그 시간에 제일 바쁘다. 술 손님이 그때 마지막으로 나온다.
특별한 날이 있었나 싶어서 기억을 뒤졌다.
없다.
25년이면 하루하루가 다 비슷하다. 특별한 날은 몇 개 없고 그건 다 기억난다. 사고 난 날하고 손님이 두고 간 가방 찾아준 날하고 그런 것들이다.
새벽 4시 12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그 시각에 무릎이 아프다.
작년 여름부터 그렇다.
밤새 앉아 있으면 무릎이 굳는다. 그건 원래 그렇다. 굳는 건 아침에 일어날 때 느낀다.
4시 12분에는 굳는 게 아니라 아프다.
액셀 밟을 때 아픈 자리다.
앉아 있는데 그 자리가 아프다.
병원에 갔다.
정형외과에서 사진을 찍었다. 연골이 닳았다고 했다. 그건 25년 전부터 아는 얘기다.
의사가 언제 아프냐고 물었다.
새벽에 아프다고 했다.
의사가 그러면 밤에 자세가 안 좋아서 그럴 거라고 했다.
앉아서 일한다고 했다.
의사가 잠깐 나를 봤다.
그러고 이렇게 말했다.
앉아 계신데 액셀 밟는 자리가 아프신 거예요.
그렇다고 했다.
의사가 처방전을 써주면서 다른 말을 안 했다.
약은 먹고 있다. 안 듣는다.
오늘
지금 4시 09분이다.
화면에 콜이 하나 떠 있다.
접수 시각이 4시 12분이다.
3분 뒤 시각이 지금 떠 있다.
이건 안 되는 일이다. 접수 시각은 접수된 시각이다. 미래 시각이 찍힐 수가 없다.
출발지가 차고지 앞이다.
도착지가 그 없어진 주소다.
상태가 배차 대기다.
지도를 봤다. 차고지 근처에 빈 차가 세 대 있다.
셋 다 우리 기사들이다. 다들 이 시간에 일하는 사람들이고 나는 셋 다 안다.
배차를 누르면 셋 중 하나한테 간다.
안 누르면 자동 배차로 넘어간다. 3분 뒤에 넘어간다.
수동으로 잡으면 자동이 안 돈다. 그건 규칙이다.
내가 잡을 수 있는 코드가 하나 있다.
반납한 코드는 시스템에서 막혀 있다고 했다. 입력이 안 된다고 했다.
방금 넣어봤다.
들어갔다.
화면에 떴다. 기사 코드 옆에 이름이 뜬다.
내 이름이다.
91년에 등록한 이름이라 한자로 되어 있다. 요즘은 다 한글로 넣는다.
한자였다.
차량 배정 칸도 채워졌다. 자동으로 채워졌다.
그 번호다.
지금 4시 11분이다.
배차 버튼이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있다. 초록색이다.
누르면 배차가 되고 안 누르면 1분 뒤에 자동으로 넘어간다.
자동으로 넘어가면 우리 기사 셋 중 하나한테 간다.
셋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 하나는 아들뻘이다. 작년에 들어왔고 애가 둘이다.
이건 내 코드고 내 차다.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다.
25년 동안 이 시간에 늘 밟고 있었다.
손을 버튼 위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