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로 관리 기록]
소속 · 국립공원 사무소
직위 · 계약직
근무 · 2년 4개월
담당 탐방로 · 1개 노선 6.8킬로미터
계수기 · 입구 1대 정상 1대
문제 · 인원
현재 상태 · 근무 중
계수기
이 일 하기 전에는 산에 안 다녔다.
취업이 안 돼서 왔다. 계약직이고 1년씩 갱신한다. 지금 두 번 갱신했다.
처음 왔을 때 선배가 그랬다. 여기서 하는 일 중에 제일 중요한 게 사람 세는 거라고.
농담인 줄 알았다.
농담이 아니었다.
탐방객 수는 예산이다. 예산이 인원이고 인원이 시설이다. 몇 명이 다녀갔는지가 다음 해 모든 걸 정한다.
그래서 센다.
계수기는 두 대다. 입구에 하나 정상 부근에 하나 있다.
적외선 방식이다. 길 양쪽에 기둥이 서 있고 그 사이를 사람이 지나가면 빔이 끊긴다. 끊길 때마다 1이 올라간다.
방향은 못 가린다. 올라가는 사람이나 내려오는 사람이나 똑같이 1이다.
그래서 하루 총계를 반으로 나눈다. 한 사람이 두 번 지나가니까 그렇게 잡는다.
이게 정확하지는 않다. 두 명이 나란히 지나가면 한 번만 세고 개가 지나가도 세고 큰 새가 지나가도 센다.
오차가 있다는 걸 다들 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오차 얘기다.
오차라는 말은 편하다.
숫자가 안 맞으면 오차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아무도 더 안 묻는다. 나도 안 묻는다.
나는 2년 4개월 동안 오차라는 말을 참 많이 썼다.
오차
작년 3월부터 이상했다.
우리 노선은 왕복 코스다. 다른 길로 못 내려온다. 능선이 끊겨 있어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려면 다른 사무소 관할로 가야 하는데 그쪽은 출입 통제 구간이다.
그래서 입구 계수기를 두 번 지난다. 올라갈 때 한 번 내려올 때 한 번이다.
입구 계수기 값이 짝수여야 한다.
늘 짝수는 아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오는 사람도 있고 계수기가 놓치는 것도 있다.
그래도 대충 짝수 근처다.
작년 3월부터 홀수가 나온다.
매일 그렇다.
하루 이틀이면 오차인데 한 달 내내 홀수는 확률이 이상하다.
동전을 서른 번 던져서 서른 번 다 앞면이 나오는 셈이다.
방향
이걸 확인하려고 방향 구분 장비를 빌렸다.
본부에 열화상 방식 계수기가 몇 대 있다. 이건 방향을 구분한다. 사람 체온을 잡아서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안다.
한 달 빌렸다.
작년 5월이다.
입구에 설치했다.
한 달치를 봤다.
상행 3844.
하행 3856.
12명 많다.
한 달에 12명이 더 내려온다.
이건 계수기 오차로 설명이 안 된다. 오차는 양방향에 고르게 생긴다. 한쪽만 12명 많을 수가 없다.
그리고 12라는 숫자가 그 달만 그런 게 아니었다.
장비를 두 달 더 빌렸다.
6월에도 12명이었다.
7월에도 12명이었다.
한 달에 12명이다. 매달 정확히 12다.
정상 계수기
정상 계수기도 봤다.
여기는 왕복이니까 정상에서도 두 번 지난다.
상행과 하행이 같아야 한다.
같았다.
정상 계수기는 안 틀린다. 열두 달치를 다 봤다. 상행과 하행이 매번 맞았다.
입구만 틀린다.
그러니까 12명은 정상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다.
정상 아래 어딘가에서 합류한다.
구간
노선 중간에 계수기를 하나 더 놓기로 했다.
이건 정식 요청은 아니고 내가 그냥 해봤다. 폐기 예정인 구형 계수기가 창고에 있어서 그걸 썼다.
작년 9월에 놓았다.
3.4킬로미터 지점이다. 딱 중간이다.
한 달 뒤에 값을 봤다.
정상 계수기 값과 같았다.
그러면 합류 지점은 3.4킬로미터 아래다.
10월에 1.7킬로미터 지점으로 옮겼다.
같았다.
11월에 0.9킬로미터 지점으로 옮겼다.
같았다.
12월에 입구에서 200미터 되는 자리에 놓았다.
여기서 12명이 나왔다.
그러니까 합류는 입구에서 200미터 안쪽이다.
200미터
입구에서 200미터는 그냥 길이다.
포장이 안 된 흙길이고 폭이 2미터쯤이다. 왼쪽이 계곡이고 오른쪽이 사면이다. 사면은 경사가 급해서 사람이 못 올라온다.
샛길이 있나 찾았다.
이건 우리 일이기도 하다. 샛길이 생기면 막아야 한다. 식생이 망가지고 사고도 난다.
세 번 뒤졌다. 두 번은 낮에 했고 한 번은 새벽에 했다.
없었다.
이 구간은 양쪽이 다 막혀 있다. 지나갈 데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열두 명이 붙는다.
한 번은 여기 앉아 있어봤다.
작년 12월 마지막 주다. 입산 통제 시각 지나서 아무도 안 올라오는 시간에 200미터 지점에 앉아 있었다.
두 시간 있었다.
아무도 안 지나갔다.
그날 계수기 값을 봤다.
한 명 많았다.
내가 앉아 있는 동안이었다.
시각 기록을 봤다. 계수기는 시각별로 남는다.
내가 앉아 있던 시간대에 한 번 찍혀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고 아무도 안 지나갔다.
바람이 세면 나뭇가지가 흔들려서 빔이 끊길 수 있다. 그건 있는 일이다.
그날은 바람이 없었다.
쓰레기
다른 걸로도 확인해봤다.
우리는 쓰레기를 수거한다. 탐방로에 쓰레기통이 없어서 다들 들고 내려가는데 그래도 나온다.
무게를 잰다.
탐방객 수 대비 쓰레기 무게는 대충 비례한다.
봤다.
비례했다.
12명분이 더 안 나온다.
화장실도 봤다. 입구에 화장실이 있고 사용량이 물 사용량으로 잡힌다.
12명분이 더 안 나온다.
주차장도 봤다. 차량 대수와 탐방객 수 비율이 있다.
정상이다.
그러니까 이 열두 명은 쓰레기를 안 버리고 화장실을 안 쓰고 차를 안 타고 온다.
내려가기만 한다.
이걸 표로 만들어놓고 한참 봤다.
세상에 내려가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내려가려면 올라와야 한다.
선배
작년 12월에 선배한테 말했다.
12년 근무한 분이다. 정규직이고 나한테 이 일을 다 가르쳐준 사람이다.
자료를 다 보여줬다. 열화상 계수기 데이터하고 구간별 값하고 다 보여줬다.
선배가 한참 봤다.
그러고 이렇게 물었다.
너 이거 누구한테 보여줬냐.
선배님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럼 됐다.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선배가 커피를 마시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일은 사람이 몇 명 다녀갔는지 세는 거야. 몇 명이 안 돌아왔는지 세는 게 아니고.
더 많이 돌아오는 건요.
그건 세는 게 아니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선배가 웃었다.
나도 몰라. 나도 3년 차 때 이거 봤어.
그때 몇 명이었느냐고 물었다.
12명.
그러고 나가셨다.
며칠 뒤에 다시 여쭤봤다.
선배님 그때 어떻게 하셨어요.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세지 마.
그게 답이었다.
그런데 우리 일이 세는 거잖아요.
세라는 거지 맞추라는 게 아니야.
무슨 차이냐고 물었다.
선배가 서류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세면 숫자가 나와. 맞추려고 하면 이유를 찾게 되고.
이유 찾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선배가 거기서 손을 멈췄다.
그러고 이렇게 말했다.
나 3년 차 때 나보다 먼저 있던 사람이 있었어.
그분은 어디 가셨느냐고 물었다.
그만뒀어.
언제요.
3월에.
작년 3월부터 12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선배는 그 말을 안 했다. 나도 안 물었다.
무전
우리는 무전기를 쓴다.
산에서는 전화가 잘 안 터진다. 능선에서는 터지고 계곡으로 내려가면 안 터진다. 무전기가 확실하다.
채널이 정해져 있다. 사무소하고 각 초소하고 순찰조가 같은 채널을 쓴다.
마감 때 순번이 있다.
정상 초소가 먼저 보고한다. 그다음 중간 쉼터. 그다음 입구 초소다.
입구가 마지막이다. 마지막 사람이 마감했다고 말하면 그날이 끝난다.
작년 가을부터 그 뒤에 하나가 더 있다.
내가 마감 보고를 하고 나면 3초쯤 있다가 무전이 한 번 더 열린다.
말은 없다.
무전기는 버튼을 누르면 잡음이 먼저 나온다. 치직 하는 소리다. 그다음에 사람 목소리가 온다. 놓으면 다시 치직 하고 닫힌다.
열리고 닫히는 소리만 난다.
길이가 2초쯤이다.
사무소에 물어봤다. 마감 뒤에 누가 무전 치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안 친다고 했다.
한 번 녹음해봤다. 무전기 스피커에 휴대폰을 대고 녹음했다.
녹음에는 잡음만 있었다.
버튼 누르는 소리는 잡혔다. 그건 확실하다. 파형에 딱 두 번 뜬다.
누가 누른 건 맞다.
표지목
올해 봄에 표지목 점검을 했다.
탐방로에는 표지목이 서 있다. 나무 기둥이고 위쪽에 번호가 붙어 있다. 사고가 나면 이 번호로 위치를 알린다.
우리 노선에 34개다.
번호와 좌표가 대장에 다 있다.
봄에 한 번 전수 점검을 한다. 썩었거나 넘어졌거나 글자가 지워진 걸 찾는다.
올라가면서 세었다.
35개였다.
내려오면서 다시 세었다.
35개였다.
대장을 다시 봤다. 34개다.
하나 더 있는 표지목을 찾았다.
입구에서 180미터 지점이다.
180미터
그 표지목은 다른 것들과 똑같이 생겼다.
같은 나무고 같은 굵기고 같은 높이다. 국립공원 마크가 찍혀 있고 번호판이 붙어 있다.
번호가 있었다.
우리 노선 번호 체계는 노선 코드에 일련번호를 붙인다. 01부터 34까지다.
그 표지목은 00이었다.
00번은 안 쓴다. 어느 노선에도 없다. 전산에 조회하면 없는 번호로 나온다.
만져봤다.
나무가 오래됐다. 표면이 갈라져 있고 손톱으로 긁으면 부스러진다. 다른 표지목들은 3년 전에 다 갈았다. 그때는 내가 없었지만 기록에 있다.
이것만 오래됐다.
번호판은 안 낡았다.
만지면 매끈하고 모서리가 안 삭았다.
오래된 기둥에 새 번호판이다.
번호판을 떼어보려고 했다.
나사 두 개로 박혀 있다. 드라이버를 가져와서 돌렸다.
안 돌아갔다.
나사머리가 있는데 홈이 없었다. 매끈했다. 십자도 아니고 일자도 아니다.
그런 나사는 처음 봤다.
우리가 쓰는 건 다 십자다. 창고에 있는 여분 번호판도 다 십자다.
손톱으로 번호판 가장자리를 들어보려 했다.
안 들렸다.
기둥은 부스러지는데 번호판만 안 움직인다.
그날은 거기서 그만뒀다.
다음 날 다시 갔다.
나사가 십자였다.
돌려봤다. 돌아갔다.
반쯤 풀다가 다시 조였다.
왜 다시 조였는지는 모르겠다.
손이 그렇게 했다.
기록
옛날 기록을 찾았다.
사무소 창고에 노선 관리 대장이 있다. 표지목 설치 이력이 다 들어 있다.
2003년에 이 노선 표지목을 처음 세웠다. 그때 34개다.
2011년에 한 번 교체했다. 34개다.
2022년에 다시 교체했다. 34개다.
한 번도 35개인 적이 없다.
그런데 2003년 설치 도면을 봤다.
180미터 지점에 점이 하나 찍혀 있었다.
번호가 안 적혀 있다. 다른 점들은 다 번호가 적혀 있는데 그 점만 비어 있다.
도면 옆에 손으로 쓴 메모가 있었다.
기존 유지.
기존이라는 건 2003년 전에 있었다는 뜻이다.
2003년 전에 이 노선은 정식 탐방로가 아니었다.
그 전 자료를 찾아봤다.
공원 지정이 1980년대다. 그때 자료는 사무소에 없다. 본부에 있거나 없다.
대신 마을 쪽 자료가 있었다. 공원 지정할 때 마을에서 낸 의견서 사본이 철에 껴 있었다.
한 장을 읽었다.
이 골짜기 길은 예로부터 마을에서 관리해 왔으므로 통제에서 제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아래에 이유가 적혀 있었다.
명절에 쓰는 길이라고 되어 있었다.
무슨 명절인지는 안 적혀 있다.
그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표목은 그대로 두기를 바람.
표목이라는 말을 나는 그때 처음 봤다. 지금은 표지목이라고 쓴다.
의견서 작성자 이름이 있었다.
성이 우리 노선 자주 오시는 그분과 같았다.
이 동네에 흔한 성이다.
할아버지
우리 노선에 자주 오시는 분이 있다.
일흔 넘으셨고 일주일에 두세 번 오신다. 등산객이라기보다 산바카라하러 오시는 것 같다. 정상까지 안 가시고 중간에서 돌아오신다.
이번 달에 여쭤봤다.
180미터에 있는 표지목 아세요.
그분이 아신다고 했다.
원래 있던 거예요.
원래라는 게 언제냐고 여쭤봤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젊었을 때도 있었어.
여기 탐방로 생기기 전이요.
그때는 그냥 산길이었지. 마을 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길이야.
그 표지목이 뭐 하는 거였느냐고 여쭤봤다.
그분이 잠깐 말씀을 안 하셨다.
그러고 이러셨다.
세는 거였어.
뭘 세는 건지 여쭤봤다.
그분이 산 쪽을 보고 계셨다.
내려오는 사람.
그러고 가셨다.
일주일 뒤에 또 오셨다.
내가 먼저 여쭤봤다. 지난번 말씀이 무슨 뜻이냐고 여쭤봤다.
그분이 무슨 말이냐고 하셨다.
표지목 얘기 하셨잖아요.
그런 얘기 한 적 없는데.
정말 모르시는 얼굴이었다. 그건 안다. 나는 2년 동안 이 초소에서 사람 얼굴을 봤다.
그날 그분이 내려가시고 나서 계수기를 봤다.
그날 한 명 많았다.
그분이 올라가신 시각과 내려오신 시각을 봤다. 나는 두 번 다 봤다. 인사도 했다.
상행에 한 번 하행에 한 번 찍혀 있었다.
정상이다.
여분의 한 명은 다른 시각이었다.
오늘
오늘 마감 근무다.
입산은 오후 2시에 통제한다. 그 뒤로는 아무도 못 올라간다. 해가 짧아지면 시각을 당긴다.
지금 5시 40분이다.
계수기를 마감했다.
상행 214.
하행 215.
한 명 많다.
이번 달 누적을 봤다.
12명이다.
오늘로 이번 달 12명이 찼다.
그러면 이번 달은 끝이다. 매달 12에서 멈춘다. 그건 확인했다.
지금 탐방로에는 아무도 없다. 마지막 하산객이 5시 10분에 내려갔다. 내가 확인했다.
나는 지금 입구 관리초소에 있다.
180미터는 걸어서 3분이다.
표지목 대장을 오늘 다시 봤다.
35개로 되어 있었다.
00번이 등재돼 있다.
작년에 내가 봤을 때는 34개였다.
등재일을 봤다.
2003년이다.
작년에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다. 34와 35는 헷갈리기 쉬운 숫자가 아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그럴 수 있다.
그래도 세러 가야 한다.
이건 내 일이다. 사람 세는 게 내 일이라고 선배가 그랬다.
손전등을 챙겼다.
밖은 아직 완전히 어둡지는 않다.
3분이면 갔다 온다.
나가기 전에 무전을 쳤다.
마감 보고를 했다.
3초 있다가 무전이 열렸다.
이번에는 2초가 아니었다.
계속 열려 있다.
지금도 열려 있다.
무전이 열려 있으면 다른 사람이 못 친다. 채널이 하나니까 그렇다. 누가 버튼을 잡고 있으면 나머지는 아무 말도 못 한다.
사무소에서 지금 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안 들린다.
잡음만 들린다.
문을 열었다.
180미터는 걸어서 3분이다.
이건 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