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

by김경훈

[물질 기록]


어촌계 · 제주

물질 · 42년째

등급 · 상군

장비 · 테왁 망사리 빗창 눈 납 8킬로그램

같이 드는 사람 · 9명

현재 상태 · 물질 중



여섯물


숨비소리는 이름표다.


물 위로 솟으면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쉰다. 호오이 하는 소리가 난다. 휘파람 같다고들 하는데 휘파람은 아니다. 목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


그 소리가 사람마다 다르다.


순자는 짧고 높다. 한 번에 끝난다.

영옥이는 끝이 갈라진다. 담배를 오래 피워서 그렇다.

명자는 두 번 나눠 쉰다. 호 하고 끊었다가 오이 한다.

성례는 소리가 낮다. 남자 소리 같다.


42년 들으면 다 붙는다.


우리 조는 아홉이다. 아홉 소리를 다 안다. 물에 들면 서로 안 보인다. 파도가 조금만 있어도 사람 머리는 안 보인다.


그래서 소리로 센다.


솟으면 소리를 낸다. 소리가 나면 살아 있는 거다. 안 나면 찾으러 간다.


이게 규칙이다. 아무도 안 가르쳐주는데 다 지킨다.


소리로 아는 게 또 있다.


멀고 가까운 걸 안다. 가까우면 소리 앞에 물 튀는 소리가 같이 온다. 멀면 그게 안 들리고 소리만 온다.


방향도 안다. 파도가 있으면 소리가 한쪽으로 밀린다. 밀리는 걸 감안해서 듣는다.


몸 상태도 안다. 힘들면 소리가 짧아진다. 두 번 세 번 끊어 쉰다. 그런 소리가 나면 옆에서 슬쩍 붙는다. 붙어서 같이 뜬다. 말은 안 한다. 말하면 자존심 상하니까 안 한다.


우리 조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여든셋이다. 그 삼촌 소리가 제일 짧다.


나는 그 소리를 제일 먼저 듣는다.



일곱물


물속에서는 시계를 못 본다.


시계를 차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보려면 눈앞까지 가져와야 한다. 그럴 시간이 없다. 손이 바쁘다.


그래서 몸으로 잰다.


나는 맥으로 잰다.


물에 들어가면 심장이 느려진다. 물속에 얼굴을 담그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그리고 소리가 커진다. 귀 안에서 쿵 쿵 하고 들린다. 물이 조용해서 그런 것도 있다.


느려지니까 세기가 편하다.


나는 보통 쉰 번쯤 세고 올라온다. 물 밖에서 재보면 55초쯤이다.


바닥이 좋은 날은 예순 번까지 간다. 70초다.


일흔 번은 안 간다. 그 위로는 위험하다.


상군이라고 오래 참는 게 아니다. 오래 참으면 죽는다. 오래 참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참는 거다.


나는 42년 동안 한 번도 안 넘겼다.


그래서 나는 아직 살아 있다.


같이 시작한 사람이 열넷이었다. 지금 물에 드는 사람은 나까지 셋이다.


나머지가 다 죽은 건 아니다. 그만둔 사람이 더 많다. 뭍으로 나간 사람도 있고 무릎이 나가서 못 드는 사람도 있다.


물에서 안 나온 사람은 둘이다.


둘 다 내가 물에 있을 때였다. 나는 그날 소리를 다 들었다. 둘 다 소리가 안 났다.


소리가 안 나면 안 나는 거다.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그냥 없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별로 안 무서웠다.


소리가 나니까 살아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여덟물


작년 가을부터다.


순자 소리가 이상했다.


내가 들고 솟고 또 들고 솟고 하는 동안 순자 소리가 안 났다.


내가 세 번 솟는 동안 순자가 한 번 솟았다.


내 한 번이 55초에 물 밖 숨 고르는 시간까지 하면 1분 조금 넘는다. 세 번이면 3분 20초쯤이다.


3분 20초다.


그건 사람이 못 한다.


한두 번은 있을 수 있다. 뭐가 걸렸거나 소라를 놓쳐서 다시 잡느라 그럴 수 있다. 그런 날은 얼굴이 벌겋게 올라온다. 숨소리가 거칠다.


순자는 안 그랬다. 평소 소리였다. 짧고 높았다.


물 나와서 물어봤다.


성님 아까 뭐 걸렸수과.


순자가 무슨 소리냐고 했다. 오늘 잘 됐다고 했다. 소라 한 망 채웠다고 했다.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다.


그날 집에 와서 생각해봤다.


내가 잘못 셌을 수도 있다. 물질하다 보면 정신이 없다. 소라가 잘 나오면 세는 걸 잊는다.


그 다음 물때에 작정하고 세었다.


내 것 말고 남의 것만 세었다. 소리 하나에 하나씩 손가락을 접었다. 물 밖에 나와서 숨 고르는 동안에 세니까 정확하다.


여덟 명이 세 번 솟는 동안 순자가 한 번 솟았다.


두 번 세었다. 물때가 두 번 지나는 동안 다 세었다.


같았다.



아홉물


그 다음 물때에는 영옥이였다.


영옥이 소리가 3분 20초 만에 났다.


그 다음에는 명자였다.

그 다음에는 성례였다.


매번 한 사람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런 적은 없다.


그리고 매번 다른 사람이다.


불턱에서 물어봤다.


아까 누구 오래 있었지예.


아무도 대답을 안 했다. 못 들었다는 게 아니라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명자가 그랬다. 오늘 다 잘 됐는데 무신 말이꽈.


내가 다시 말했다. 누구 하나가 되게 오래 있었잖아요.


명자가 나를 한참 보다가 이랬다.


성님 요즘 귀가 안 좋아졌수과.


나는 그 얘기를 더 안 했다.



열물


테왁을 봤다.


물에 들면 테왁은 위에 띄워둔다. 테왁 아래에 망사리가 달려 있고 거기에 잡은 걸 넣는다. 사람이 물에 있으면 테왁만 물 위에 뜬다.


그러니까 테왁 위치가 그 사람 위치다.


조류가 있으면 테왁이 밀린다. 55초면 서너 미터는 밀린다. 그래서 솟으면 테왁이 처음 자리에 없다. 헤엄쳐서 따라간다.


3분 20초면 열 미터도 더 간다.


그날 순자 테왁을 봤다.


안 움직였다.


3분 20초 동안 한 자리에 있었다. 파도에 위아래로만 흔들렸다.


그날 조류가 없었나 싶어서 내 테왁을 봤다.


내 테왁은 밀렸다. 내가 한 번 들었다 솟는 사이에 네 걸음쯤 밀려 있었다.


같은 자리 같은 물이다.


한 가지 더 봤다.


사람이 물에 들면 테왁이 아래로 살짝 눌린다. 망사리가 아래 달려 있고 거기 잡은 게 쌓이면 더 눌린다. 물 위로 뜬 높이가 달라진다.


우리는 그걸로 그 사람이 오늘 얼마나 땄는지 대충 안다.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3분 20초 동안 순자 테왁은 높이가 안 변했다.


그러고 순자가 솟았다.


솟고 나서 망사리에 소라를 넣었다. 그때 테왁이 눌렸다.


넣기 전에는 안 눌리고 넣고 나서 눌린다. 그건 맞는 순서다.


3분 20초 동안 순자는 아무것도 안 땄다는 뜻이다.


순자는 그날 소라 한 망을 채웠다.



열한물


빗창 얘기를 좀 해야겠다.


전복은 빗창으로 뗀다. 껍데기 옆에 날을 찔러 넣고 지렛대처럼 젖힌다.


한 번에 떼야 한다.


첫 번에 못 떼면 전복이 알아채고 더 붙는다. 그러면 사람 힘으로 안 떨어진다. 그때 빗창을 놓고 올라와야 한다.


놓기 싫어서 붙들고 있다가 죽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빗창에 끈을 매지 않는다. 손목에 감으면 더 안 된다.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걸 처음 배울 때 우리 어머니가 그랬다.


바다에 두고 오는 걸 아까워하면 안 된다. 아까워하면 니가 남는다.


나는 42년 동안 빗창을 세 개 놓고 왔다.


세 번 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나는 놓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42년 동안 아까워서 남은 적이 없다.



열두물


작년 겨울에 방송국에서 왔다.


해녀 다큐 찍는다고 했다. 이런 건 자주 온다. 유네스코 되고 나서 더 자주 온다.


물 위에 마이크를 띄워놓고 녹음했다. 배에서 붐대라는 걸 내려서 소리를 담았다.


며칠 있다가 그 사람들이 편집한 걸 들려줬다.


내가 부탁했다. 그날 물질하는 소리를 편집 말고 통으로 한 번만 들려달라고 했다.


그 사람들이 좋다고 했다. 노트북에 헤드폰을 꽂아줬다.


들었다.


내가 그날 3분 20초를 들은 구간이 있었다.


그 구간을 두 번 들었다.


숨비소리가 열 개였다.


우리는 아홉이다. 그날 아홉이 들었고 아홉이 나왔다. 출입 대장에도 아홉이다.


녹음에는 열이다.


옆에 있던 피디한테 물었다. 그날 몇 명 찍었냐고 물었다.


아홉 분이요.


소리를 세어봤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웃었다. 그런 걸 왜 세냐고 했다.


한 번만 세어봐 달라고 했다.


세더니 소리가 멈췄다. 마우스 소리도 멈추고 숨소리도 멈췄다.


그러고 이렇게 말했다.


파일이 좀 겹쳤나 보네요.


그 부분은 방송에 안 나갔다.



조금


조금에는 물질을 덜 한다.


물이 안 빠지니까 얕은 데 것을 못 딴다. 조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물 손보고 테왁 손보고 그런다.


그날 어촌계 사무실에 갔다.


출입 대장이 있다. 누가 언제 물에 들었는지 적는 장부다. 요즘은 전산으로도 하는데 종이도 같이 쓴다.


옛날 것도 창고에 있다.


42년치가 다 있는 건 아니다. 중간에 없어진 게 있고 물에 젖어서 못 보는 것도 있다.


내가 스무 살에 처음 든 해 것부터 봤다.


인원 숫자만 봤다. 그날 몇이 들어가고 몇이 나왔는지가 적혀 있다.


숫자는 다 맞았다.


들어간 수와 나온 수가 안 맞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당연하다. 안 맞으면 그건 사고고 사고면 따로 기록이 남는다.


나는 사고 기록은 안 찾았다.


찾을 수 있었다. 어촌계 사무실에 다 있다. 계장한테 말하면 꺼내준다.


안 찾았다.


찾으면 이름이 나온다. 그 이름을 알고 나면 나는 다음 물때에 물에 못 든다.


물에 못 들면 나는 뭘로 사나.


그날 계장이 물었다. 뭐 찾으시냐고.


인원 숫자만 좀 본다고 했다.


계장이 대장을 도로 넣으면서 이랬다.


숫자는 다 맞수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되우다.


내가 걱정한다고는 안 했는데 그렇게 말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도 해녀였다.


나를 물에 넣은 것도 어머니다. 열여섯에 처음 들었다. 그때는 다 그랬다.


어머니는 예순둘에 그만뒀다.


몸이 아파서 그만둔 게 아니다. 그해 봄까지 소라를 제일 많이 땄다. 상군이었다.


어느 날 물 나와서 옷 갈아입고 집에 와서는 이제 안 든다고 했다.


아버지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대답을 안 했다.


나는 그때 서른여섯이었다. 나도 물었다.


어머니가 딱 한마디 했다.


물속에서 니 소리 들리면 그날로 그만해라.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들으면 안다.


그러고는 두 번 다시 그 얘기를 안 했다. 스무 해를 더 사시고 돌아가셨다. 그동안 바다 쪽으로는 안 가셨다. 여름에 물놀이 가는 것도 안 하셨다.


나는 그 말을 스물여섯 해 동안 안 잊었다.


잊은 적은 없는데 무슨 뜻인지 몰랐으니까 그냥 갖고만 있었다.


나는 지금 예순둘이다.



한물


지난달부터 맥이 안 들린다.


물에 들어가면 안 들린다.


물 밖에서는 들린다. 목에 손을 대면 만져지고 밤에 누워 있으면 귀에서도 들린다. 그건 그대로다.


물에 얼굴을 담그는 순간 없어진다.


처음엔 귀가 막혔나 했다. 코를 잡고 불어서 귀를 뚫었다. 물에 들 때마다 하는 거다. 안 하면 귀가 아프다.


뚫었는데도 안 들린다.


그러니까 나는 이제 물속에서 시간을 못 센다.


42년 만에 처음이다.


지금은 그냥 감으로 올라온다.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하면 올라온다. 그건 늦다. 답답해지고 나서 올라오면 이미 늦은 거다.


우리는 답답해지기 전에 올라오도록 배웠다.


숫자로 세니까 그게 됐다.


지금은 안 된다.


병원에도 가봤다.


읍내 내과에 가서 심장이 이상한 것 같다고 했다. 검사를 받았다. 심전도도 찍고 피도 뽑았다.


의사가 그랬다.


어머님 심장 아주 좋으신데요. 이 연세에 이 정도면 드뭅니다.


물속에서 안 들린다고 말했다.


의사가 잠깐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물속에서요.


네. 물속에서요.


의사가 물질을 좀 줄이시라고 했다. 그러고 처방전을 안 써줬다. 쓸 게 없어서 안 써준 거다.


나오면서 간호사한테 진료비를 냈다.


심장이 좋다는 말은 맞을 것이다. 나는 42년 동안 이 심장으로 물에 들었다.



두물


어제 영옥이가 나한테 그랬다.


성님 아까 되게 오래 있었수다.


내가 언제냐고 물었다.


아까 세 번째 들었을 때예. 우리 다 솟았는데 성님만 안 나와서 다들 봤수다.


나는 평소대로 했다.


맥은 못 셌지만 가슴이 답답해지기 전에 올라왔다. 그건 확실하다. 답답한 건 몸이 아니까 못 속인다.


영옥이한테 몇 분이나 됐냐고 물었다.


영옥이가 손으로 세는 시늉을 하더니 이랬다.


우리가 세 번 들었어예.


3분 20초다.


내 것이었다.


여태 나는 남의 것을 들었다. 이제 남이 내 것을 듣는다.


불턱에서 옷 갈아입으면서 아무 말도 안 했다.


명자가 국을 떠주면서 물었다.


성님 요즘 어디 아파예.


아니라고 했다.


집에 와서 앉아 있었다.


내가 남의 것을 들을 때는 그게 그 사람 일이었다. 순자 일이고 영옥이 일이었다. 나는 듣기만 했다.


이제 내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 것을 못 듣는다.


남들은 듣는다.


물속에 있는 사람만 못 듣는다. 그러니까 순자도 영옥이도 명자도 성례도 자기 것은 못 들었다.


그래서 아무도 이상하다고 안 한 거다.


물어봐야 소용이 없었던 거다.



세물


오늘 물에 들었다.


물때가 좋았다. 바람도 없고 물도 맑다.


납벨트 8킬로그램을 차고 들어가면 몸이 알아서 내려간다. 발을 세 번만 차면 바닥이다.


수온이 층으로 되어 있다. 위는 미지근하고 3미터쯤 내려가면 한 겹 차가운 데가 있다. 그 층을 지나면 배가 먼저 안다. 손보다 배가 먼저 안다.


귀를 뚫었다. 잘 뚫렸다.


맥은 안 들린다.


바닥에 소라가 있었다. 손끝에 걸리는 걸로 안다. 소라는 껍데기가 우툴두툴하고 성게는 가시가 먼저 온다. 전복은 바위인 줄 알고 지나쳤다가 손바닥으로 다시 훑으면 가장자리가 잡힌다.


소라를 세 개 뗐다.


가슴이 아직 안 답답했다.


그때 위에서 소리가 났다.


물속에서 위 소리가 잘 들리는 건 아니다. 그런데 들렸다.


숨비소리다.


세었다.


아홉이다.


순자 소리가 있었다. 짧고 높다.

영옥이 소리가 있었다. 끝이 갈라진다.

명자 소리가 있었다. 두 번 나눠 쉰다.

성례 소리가 있었다. 낮다.


그리고 내 소리가 있었다.


내 소리는 내가 안다. 42년 들었다. 시작이 늦고 끝이 길다. 어머니 소리를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아홉 중에 내 것이 있었다.


한 번 더 셌다.


아홉이다. 열이 아니라 아홉이다.


내 소리가 저 위에 있으면 지금 물속에 있는 이건 뭔가 싶었다.


그 생각을 하다가 소라를 하나 더 뗐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42년 하면 그렇게 된다. 생각이 늦고 손이 빠르다.


나는 아직 물속에 있다.


소라 네 개가 망사리에 들어 있다. 오늘 몫으로는 모자란다.


가슴이 아직 안 답답하다.


맥은 안 들린다. 그러니까 몇 초가 지났는지 모른다.


위에서 또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순자 소리 하나다. 두 번째로 솟은 거다.


그러면 나는 여기 오래 있는 셈이 된다.


어머니 말이 이제야 무슨 뜻인지 안다.


그날로 그만하라고 하셨다.


그날은 오늘이다.


숨이 남았다.


나는 아직 안 올라간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