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by김경훈

[계류 기록]


시설 · 축산물 작업장

직무 · 계류장 관리

근속 · 19년

계류 능력 · 소 80두

야간 근무 · 단독

문제 · 두수

현재 상태 · 계류 중



계류장


이 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표정을 바꾼다.


19년 하면 그 표정을 안 보게 된다. 나는 사람들 얼굴을 잘 안 본다. 소도 얼굴을 안 본다. 이 일에서 얼굴을 보기 시작하면 오래 못 한다.


내가 하는 건 계류장이다.


도축 전에 소를 쉬게 하는 자리다. 트럭에서 내려서 바로 라인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다. 몇 시간을 여기서 지낸다.


이유가 있다.


수송 스트레스를 받은 채로 잡으면 고기가 나빠진다. 근육에 젖산이 쌓여서 색이 어두워지고 육질이 질겨진다. 그래서 쉬게 한다.


물은 준다. 사료는 안 준다. 위장을 비워야 작업이 깨끗하다.


이게 이 일의 전부다. 나는 소를 쉬게 하는 사람이다.


밤에는 나 혼자 있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사람들이 이 일을 오해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소를 괴롭히면 손해다. 놀란 소는 고기가 나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소를 조용히 다룬다. 소리를 안 지르고 때리지 않는다.


그게 착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도 안다.


나는 19년 동안 소가 쉬는 걸 지켰다. 마지막 몇 시간을 편하게 만드는 게 내 일이다.


그 일을 잘하려고 나는 소리를 배웠다.


배운 게 이제 문제가 됐다.



소리


계류장은 밤에 조용하다.


소는 밤에 눕는다. 눕고 되새김질을 한다. 그 소리가 난다.


되새김질 소리는 낮고 규칙적이다. 한 마리가 40초에서 60초 사이에 한 덩이를 씹는다. 씹는 동안 턱이 좌우로 움직인다. 그 소리가 사각사각 난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하면 소리가 겹친다. 겹치는데 완전히 하나가 되지는 않는다. 주기가 조금씩 다르니까 그렇다.


19년 들으면 몇 마리인지 안다.


정확히는 못 센다. 스무 마리쯤 넘어가면 안 된다. 다섯이나 여섯까지는 정확하다.


그래서 나는 칸별로 센다.


계류장은 여덟 칸이다. 한 칸에 열 마리씩 들어간다. 칸마다 벽이 있어서 소리가 갈린다. 칸 앞에 서면 그 칸 소리만 들린다.


열 마리는 못 센다.


그래서 열 마리가 들어온 날은 안 센다. 다섯 마리 이하로 들어온 칸만 센다.


작은 칸이 항상 있다. 물량이 딱 떨어지는 날은 드무니까 그렇다.


이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다.


두수는 시스템이 센다. 귀표를 읽으면 자동으로 잡힌다. 내가 귀로 셀 이유가 없다.


그냥 밤이 길어서 시작한 거다.


19년 하면 그런 게 생긴다.



3월


작년 3월에 처음 그랬다.


그날 마지막 칸에 세 마리가 들어왔다. 입고 대장에 세 마리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직접 몰아서 넣었다.


밤 11시쯤 그 칸 앞을 지났다.


네 마리였다.


주기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이 각각 다른 박자로 씹고 있었다.


칸을 열고 들어가서 손으로 세었다.


세 마리였다.


등을 짚으면서 셌다. 소 등은 따뜻하고 털이 짧다. 손바닥으로 짚으면 숨 때문에 오르내린다.


세 마리다. 확실하다.


나와서 다시 들었다.


넷이었다.


세 번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가면 셋이고 나오면 넷이다.


네 번째에는 문을 열어놓고 문지방에 섰다. 몸 절반은 안에 있고 절반은 밖에 있는 자세다.


그때는 아무 소리도 안 났다.


네 마리가 다 멈췄다.


되새김질은 잠들어도 계속한다. 소는 하루에 여덟 시간쯤 되새김한다. 네 마리가 동시에 멈추는 건 뭔가에 놀랐을 때다.


놀란 소는 일어난다.


다 누워 있었다.



4월


그 뒤로 매일은 아니다.


한 달에 서너 번쯤이다. 규칙은 못 찾았다.


두수가 적은 칸에서만 그런 건 아니었다. 한 마리만 들어온 칸에서도 그랬다. 그날은 둘이 들렸다.


한 마리 칸이면 확실하다. 하나하고 둘은 아무리 못 세는 사람도 구별한다.


들어가서 확인했다. 한 마리였다.


나와서 들으면 둘이었다.


들어가면 줄고 나오면 는다.


내가 안에 있으면 안 늘어난다는 뜻이다.



전임자


이 자리에 나보다 먼저 있던 사람이 있다.


내가 들어올 때 인수인계를 해줬다. 한 달쯤 같이 일했다.


그때 그 사람이 한 말이 있다.


밤에 칸 안에 들어가지 마라.


이유를 물었다.


소가 놀란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밤에 사람이 들어가면 소가 일어난다. 일어나면 못 쉰다. 못 쉬면 고기가 나빠진다.


그래서 나는 19년 동안 밤에 안 들어갔다.


작년 3월에 처음 들어갔다.


세 마리가 넷으로 들려서 들어갔다.


그 사람은 지금 다른 일을 한다. 작업장을 그만두고 화물차를 몬다.


작년 여름에 전화를 걸었다.


밤에 칸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신 게 진짜 소 때문이었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들어갔구나.


나는 대답을 안 했다.


그 사람이 이어서 말했다.


몇 마리로 들리는데.


한 마리 많다고 했다.


전화가 끊겼다. 그쪽에서 끊은 건지 신호가 나간 건지는 모르겠다.


다시 안 걸었다.



물


계류장에는 자동 급수기가 있다.


칸마다 수조가 있고 소가 코로 밀면 물이 나온다. 사용량이 계량기에 찍힌다.


물 소비량은 관리 항목이다. 안 마시는 소가 있으면 병이 있는 거고 너무 마시면 그것도 이상하다.


소 한 마리가 계류 중에 마시는 양이 대략 정해져 있다.


작년 4월부터 초과가 나온다.


한 마리분이다.


매달 그렇다. 그날그날은 오차가 있는데 한 달로 합하면 정확히 한 마리분이다.


나는 이걸 계량기 고장으로 보고했다.


계량기를 갈았다. 같았다.



배설물


계류장 바닥은 매일 청소한다.


물로 씻어서 배수구로 내린다. 그 앞에 거름망이 있고 고형분이 거기 걸린다. 그걸 퍼서 처리장으로 보낸다.


무게를 잰다. 폐기물 처리 비용이 무게로 나가니까 그렇다.


작년부터 초과가 나온다.


한 달에 한 마리분이다.


소는 하루에 배설물을 상당히 많이 낸다. 한 마리분이면 적은 양이 아니다. 저울에 확실히 잡힌다.


그러니까 이건 소리가 아니다.


소리는 착각일 수 있다. 배설물은 착각이 아니다.


무언가가 물을 마시고 배설을 한다.



몰이


소를 라인으로 몰 때 요령이 있다.


소는 뒤에서 밀면 안 간다. 옆에서 비스듬히 서서 걸으면 간다. 소가 보는 범위가 사람하고 달라서 그렇다.


19년 하면 손도 거의 안 댄다. 서 있는 자리만 바꾸면 간다.


전기 몰이봉이 있는데 나는 잘 안 쓴다. 쓰면 소가 놀라고 놀라면 고기가 나빠진다. 그리고 쓰고 나면 손목이 아프다.


몰이 통로는 좁다. 어른 어깨보다 조금 넓다. 그래야 소가 뒤로 못 돈다.


통로 벽은 매끄럽다. 19년 동안 소 몸이 스쳐서 그렇게 됐다.


손바닥으로 만지면 반들반들하다.


작년 가을에 통로 벽을 만져보다가 한 군데를 찾았다.


바닥에서 1미터쯤 되는 자리다.


거기만 안 반들거린다.


폭이 어깨너비쯤 되는 구간이고 위아래로는 30센티미터쯤이다.


거기만 거칠다.


소가 안 스치는 자리라는 뜻이다.


통로에서 소가 안 스치는 자리가 있을 수 없다. 소는 통로를 꽉 채우고 지나간다.


그 자리에 등을 대고 서봤다.


내 등이 딱 그 자리였다.



두수


두수는 안 늘어난다.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입고 두수와 도축 두수가 매일 정확히 맞는다. 19년 동안 한 번도 안 틀렸다.


여기서 두수가 틀리면 그건 큰 사고다. 소는 개체별로 귀표가 붙어 있다. 12자리 번호다. 그 번호가 시스템에 등록돼 있고 도축하면 거기 기록이 붙는다.


트럭에서 내릴 때 읽고 라인 들어갈 때 또 읽는다.


한 마리라도 안 맞으면 작업이 선다.


한 번도 안 섰다.


그러니까 여분의 한 마리는 라인으로 안 들어간다.


계류장에만 있다.



지육


한 가지가 안 맞는다.


지육 중량이다.


소를 잡으면 지육이 나온다. 껍질과 내장과 머리와 다리를 뺀 것이다. 그걸 반으로 갈라서 매달아 놓는다.


살아 있을 때 무게 대비 지육 무게 비율이 있다. 60퍼센트 근처다. 개체마다 다르다.


한 마리씩 보면 오차가 크다. 소마다 살집이 다르니까 그렇다.


한 달로 합하면 안정된다.


작년 4월부터 매달 초과다.


한 마리분이다.


400킬로그램쯤이다.


두수는 맞는데 무게가 한 마리 많다.


각 개체 지육 중량을 다 봤다. 이상하게 무거운 개체가 있나 봤다.


없었다.


전부 정상 범위다.


그런데 합하면 한 마리가 더 있다.


냉장고도 확인했다.


지육은 예냉실에 매단다. 레일에 걸어서 하루쯤 식힌다. 심부 온도가 내려가야 다음 공정으로 간다.


레일에 걸린 개수를 세면 두수와 맞아야 한다.


세어봤다. 맞았다.


여섯 번 세었다. 여섯 번 다 맞았다.


무게만 많고 개수는 맞는다.


예냉실은 영하에 가깝다. 안에 들어가면 숨이 하얗게 나온다. 5분 넘게 못 있는다.


한번은 8분쯤 있었다. 세다가 놓쳐서 다시 셌다.


나오는데 손끝이 안 굽었다.


그날 저녁에 손가락 끝이 부었다. 며칠 갔다.


그 뒤로는 다섯 번 이상 안 센다.



등급


등급판정사한테 물어봤다.


이 사람들은 우리 소속이 아니다. 다른 기관에서 나온다. 도체를 절개해서 등급을 매긴다.


한 달치 판정 건수를 뽑아달라고 했다.


두수와 맞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가끔 두 번 판정한 것 같은 게 있어요.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절개면을 보는데 이미 본 것 같은 거요. 같은 소를 두 번 본 느낌이요.


착각 아니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웃었다.


착각이겠죠. 하루에 백 마리를 보는데요.


그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근데 여기서만 그래요.


이 사람은 작업장 세 군데를 돈다.



11월


작년 11월에 야간에 다시 세었다.


그날 마지막 칸에 두 마리였다.


칸 앞에 섰다. 셋이 들렸다.


이번에는 안 들어갔다.


들어가면 줄어드니까 안 들어갔다.


대신 밖에서 서서 들었다. 두 시간을 들었다.


세 마리 주기를 다 따라갔다.


첫째는 47초 주기다. 둘째는 52초다. 셋째는 43초다.


43초짜리가 이상했다.


되새김질 주기는 소마다 다르지만 대개 40초에서 60초 사이에 있다. 43초는 범위 안이다.


이상한 건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었다.


소는 기계가 아니다. 47초짜리도 어떤 때는 45초고 어떤 때는 50초다. 씹다가 멈추기도 하고 물 마시러 가기도 한다.


43초짜리는 두 시간 동안 43초였다.


멈추지도 않았다.


두 시간이면 소는 반드시 한 번은 멈춘다. 자세를 바꾸거나 물을 마시거나 다른 소를 피해서 움직인다.


43초짜리는 안 움직였다.


그날 새벽에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소가 누우면 그 자리가 마른다. 바닥이 젖어 있어도 몸으로 덮인 자리는 물이 안 닿는다. 아침에 소를 몰아내고 나면 마른 자국이 남는다.


그 자국 개수로도 셀 수 있다.


그날 아침에 그 칸을 봤다.


마른 자국이 두 개였다.


두 마리가 들어왔으니까 두 개가 맞다.


그런데 자국이 세 개 있을 자리에 하나가 젖어 있었다.


젖어 있는 게 아니라 젖어 있는 자국이었다.


주변보다 더 젖어 있는 자리다. 소 몸만 한 크기로 그렇다.


바닥은 밤새 마른다. 물을 뿌린 건 전날 저녁이다.


한 자리만 축축했다.


만져봤다. 미지근했다.



매달 1일


여분의 한 마리가 언제 없어지는지 찾았다.


물 소비량 일별 데이터를 봤다. 배설물 무게도 봤다.


매달 1일에 초과가 0이 된다.


그날 하루만 정상이다.


그리고 2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지육 중량 초과도 마찬가지다. 매달 1일에 잡힌다.


1일에 한 마리분 지육이 더 나온다.


그날 두수는 맞는다.


이 부분을 나는 오래 붙잡고 있었다. 한 달 내내 계류장에 있던 것이 1일에 라인으로 들어간다는 뜻인데 두수가 안 늘어난다.


들어가는데 세어지지 않는다.


세어지지 않고 무게만 남는다.



귀표


귀표를 세어봤다.


도축하면 귀표를 떼어낸다. 모아서 폐기한다. 하루치가 상자에 담긴다.


작년 12월 1일 상자를 세어봤다.


그날 두수가 97이었다.


귀표가 98개였다.


하나를 골라냈다. 12자리를 읽었다.


시스템에 조회했다.


없는 번호였다.


형식은 맞았다. 자릿수도 맞고 앞자리 규칙도 맞았다. 등록만 안 되어 있다.


그 번호를 수첩에 적었다.


다음 달 1일에도 세었다. 하나 많았다.


번호를 읽었다.


같은 번호였다.


12자리가 다 같았다.


그 뒤로 매달 1일에 센다. 매번 하나 많고 매번 같은 번호다.


나는 이제 그 번호를 외운다.


외우려고 한 게 아니다. 어느 날 보니까 외워져 있었다.


한 가지를 더 해봤다.


이력 조회 사이트에 그 번호를 넣으면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 그건 여러 번 했다.


그런데 앞 열한 자리만 넣고 마지막 한 자리를 0부터 9까지 다 넣어봤다.


열 개 중에 아홉 개가 없는 번호였다.


하나가 나왔다.


출생일자와 품종과 성별이 떴다. 사육 농장도 떴다.


2007년생 암소다. 도축 기록이 있다.


도축 일자를 봤다.


2007년이었다.


출생일자와 같은 날이다.


나는 그 화면을 오래 봤다. 조회를 세 번 다시 했다. 같은 화면이 나왔다.


도축장 이름은 우리 작업장이었다.


2007년이면 내가 여기 온 지 1년째다.


그해 도축 대장을 창고에서 찾았다. 종이로 남아 있다.


그 날짜 페이지를 폈다.


그 번호가 없었다.



오늘


오늘이 1일이다.


작업은 오전에 끝났다. 두수 103이었다. 귀표를 세었다. 104개였다.


그 번호가 있었다.


지금은 밤이다.


내일 아침 물량이 들어와서 계류장에 있다. 여섯 칸이 찼다. 마지막 칸에 네 마리다.


칸 앞에 섰다.


네 마리가 들린다.


47초. 52초. 55초. 49초.


43초짜리가 없다.


1일이니까 없는 게 맞다. 매달 1일에는 정상이다.


나는 여섯 칸을 다 돌았다.


전부 정상이었다.


돌고 나서 계류장 가운데 통로에 섰다.


소들이 조용해졌다.


여섯 칸이 동시에 조용해지는 일은 없다. 한 칸이 잠잠하면 다른 칸이 부스럭거린다. 19년 동안 그랬다.


다 조용했다.


내 숨소리가 들렸다.


내 숨이 43초에 한 번씩 나가고 있었다.


세어봤다. 세 번 세었다.


43초였다.


사람은 1분에 열두 번에서 스무 번쯤 숨을 쉰다. 43초에 한 번은 사람 숫자가 아니다.


숨을 참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답답하지 않았다.


일부러 빨리 쉬어봤다. 열 번쯤 빨리 쉬었다.


다시 조용해지니까 43초로 돌아왔다.


내가 그렇게 만든 게 아니다. 몸이 그렇게 하고 있다.


나는 지금 계류장 가운데 서 있다.


여덟 칸 중에 두 칸이 비어 있다.


수첩을 꺼내서 그 번호를 봤다.


수첩에 안 적혀 있었다.


작년 12월에 적었다. 그 페이지가 있다. 날짜도 적혀 있고 그날 두수도 적혀 있다.


번호 자리만 비어 있다.


나는 그 번호를 지금도 외운다.


12자리를 말할 수 있다.


내일 아침 6시에 라인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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