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출차

by김경훈

[작업 기록]


현장 · 상가 부설 지하주차장 3개 층

주차 면수 · 312면

카메라 · 12대

소속 · 관제 시스템 유지보수 협력업체

작업 · 연간 정기 점검

작업 시작 · 23시 40분



점검 대상


이 현장은 1년에 한 번 온다.


야간에 하는 이유는 주차장을 비워야 해서다. 상가는 밤 11시에 문을 닫는다. 그때부터 새벽 6시까지가 작업 시간이다. 혼자 온다. 두 명 보낼 만한 단가가 아니다.


점검 항목은 정해져 있다.


카메라 12대의 하우징 상태와 초점과 야간 감도. 진입 게이트와 출차 게이트의 인식률. 각 주차면 초음파 센서 3부 표본 점검. 관제 서버 로그 무결성 확인. 이 순서로 한다.


차를 몰고 들어왔다. B1에 세웠다. 진입 게이트를 통과할 때 인식음이 났다. 삑 하고 한 번 난다. 잘 읽혔다는 뜻이다.


공구 가방을 들고 내렸다.


지하주차장은 소리가 오래 남는 곳이다. 차 문을 닫으면 그 소리가 두 번 세 번 되돌아온다. 발소리도 마찬가지다. 한 걸음 걸으면 소리가 1초쯤 뒤에 다시 온다. 층고가 낮고 벽이 콘크리트라 그렇다.


그 반향으로 공간 크기를 대충 안다. 넓은 데는 길게 남고 좁은 데는 짧게 끊긴다.


이건 이 일 하면서 저절로 배운 거다.


이 일을 3년 했다. 하청업체 기사고 담당 현장이 41곳이다. 대부분 상가나 오피스텔 부설 주차장이다. 1년에 한 바퀴를 돈다.


현장마다 성격이 있다. 관리사무소가 깐깐한 데가 있고 아무것도 안 물어보는 데가 있다. 여기는 후자다. 작년 보고서를 보니까 확인란에 도장만 찍혀 있었다.


내가 담당 현장 개수를 세다가 41이라는 숫자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건 나중 일이다.



1번 · 지상 진입 게이트 · 23시 44분


1번은 진입 게이트 카메라다.


하우징을 손으로 잡아봤다. 미지근했다. 정상이다. 안에 열이 안 나면 전원이 안 들어온 거고 뜨거우면 팬이 죽은 거다. 미지근한 게 제일 좋다.


고정 나사 4개를 다 만져봤다. 하나가 반 바퀴쯤 헐거웠다. 조였다.


인식률 시험은 서버에서 한다. 최근 30일 인식 성공률이 99.1퍼센트로 나왔다. 좋은 수치다. 이 정도면 손댈 게 없다.


밖은 5월인데 여기는 계단 두 칸만 내려가도 온도가 다르다. 지하는 계절이 늦게 온다.


작업 시작 전에 온도계를 꺼내서 기준값을 잡아뒀다. 습관이다. 결로 민원이 있는 현장에서는 층별 온습도를 미리 재놓는다. 나중에 원인을 따질 때 그게 근거가 된다.


이날 그 습관 덕을 봤다.



3번 · B1 램프 · 23시 51분


램프는 층과 층 사이 경사로다. 3번은 B1에서 B2로 내려가는 램프에 달려 있다.


램프에서는 발소리가 이상하게 들린다. 경사가 있으니까 소리가 위아래로 갈린다. 위로 올라간 소리가 늦게 돌아온다.


3번 하우징도 정상이었다.


작업 지시서를 다시 봤다. 특이사항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12번 카메라 렌즈 결로 반복 발생. 확인 요망.


이게 이번 지시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작년에도 있었고 재작년에도 있었다. 나는 작년에 왔던 사람이 아니지만 기록은 남아 있다.


12번 카메라는 3년 동안 6번 교체됐다. 12대 중에 나머지 11대를 다 합쳐서 2번 교체됐다.



미출차 목록 · 23시 55분


서버 점검을 램프 중간에서 했다. 노트북을 무릎에 올리고 앉았다.


로그 무결성 확인은 항목 몇 개를 대조하는 작업이다. 입차 건수와 출차 건수와 정산 건수를 맞춰본다. 세 숫자가 맞으면 넘어간다.


안 맞았다.


입차가 출차보다 많았다. 41건이다.


주차 관제에서 이건 드문 일이 아니다. 미출차라고 부른다. 게이트 고장이나 인식 실패나 사고 처리로 생긴다. 보통은 한 달에 두세 건 나오고 관리사무소에서 수동으로 정리한다.


41건은 많다.


기간을 봤다. 3년치였다.


3년 동안 41건이면 사실 많은 것도 아니다. 한 달에 한 건 조금 넘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미출차 목록은 보통 정리가 된다. 관리사무소에서 수동 출차 처리를 하면 목록에서 빠진다.


41건은 하나도 안 빠져 있었다.


3년 동안 한 건도 처리가 안 됐다.


이건 관리사무소가 게을러서 그럴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데가 있다. 미출차가 쌓이면 정산 매출이 안 맞으니까 보통은 정리를 하는데 상가 주차장은 무료 개방인 데가 많아서 정산이 없으면 굳이 안 건드린다.


여기도 3시간 무료다.


그래서 나는 여기까지도 그럴듯한 설명을 갖고 있었다. 미출차가 쌓여도 아무도 손해를 안 보니까 아무도 안 치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미출차 상태로 잡혀 있으면 시스템은 그 차가 아직 안에 있다고 계산한다. 그러면 잔여 면수 표시가 41면 적게 나와야 한다.


입구 전광판을 아까 지나면서 봤다. 312면 중 잔여 311면이었다.


내 차 한 대만 빠져 있었다.


계산이 어디선가 다시 맞춰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로그에는 수동 조정 이력이 없다.



5번 · B2 A구역 · 23시 58분


B2로 내려왔다.


B2는 상가 손님이 제일 많이 쓰는 층이다. 지금은 비어 있다. 차 한 대도 없다.


빈 주차장은 소리가 다르다. 차가 서 있으면 그 차들이 소리를 먹는다. 다 빠지면 반향이 길어진다. 지금은 발소리가 2초쯤 남는다.


5번 카메라 하우징을 만졌다. 정상이었다.


각 주차면에는 초음파 센서가 있다. 천장에 달려서 아래로 초음파를 쏜다. 차가 있으면 반사가 빨리 오고 없으면 늦게 온다. 그걸로 점유 여부를 판단한다. 표시등이 같이 붙어 있다.


표본 점검은 층마다 3면씩 한다. 손을 센서 아래로 넣었다가 뺐다가 하면 점유와 공차가 바뀐다. 그걸로 확인한다.


B2 A구역 3면 다 정상이었다.



7번 · B2 순환로 · 00시 04분


7번은 B2 순환로 끝에 있다.


여기서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41건의 상세를 뽑아봤다.


입차 시각이 다 달랐다. 3년에 걸쳐 흩어져 있다. 계절도 요일도 시간대도 제각각이다. 새벽도 있고 오후도 있다.


차종과 색상 정보가 인식 로그에 같이 남는다. 그것도 제각각이다. 소형도 있고 승합도 있다.


규칙이 하나 있었다.


41건 전부 마지막 인식 이벤트가 있다. 진입 게이트에서 읽힌 게 첫 번째 이벤트고 장내 카메라에서 읽힌 게 마지막 이벤트다.


마지막 이벤트가 찍힌 카메라가 41건 전부 12번이었다.


그리고 입차부터 마지막 이벤트까지 걸린 시간이 41건 전부 같았다.


47분이다.


47분 0초다. 초 단위까지 같다.


이건 시스템이 만들 수 있는 값이 아니다. 카메라 인식 이벤트는 차가 그 앞을 지날 때 찍힌다. 사람이 운전해서 지나가는 시각이 초 단위로 같을 수는 없다.


나는 그 41줄을 두 번 훑었다. 정렬을 바꿔서도 봤다. 입차 시각 순으로도 보고 차종 순으로도 봤다.


47분 0초였다.


그 다음에 내가 한 일은 시계를 본 것이다.


00시 04분이었다. 내가 진입 게이트를 통과한 지 24분 지났다.


나는 그때 이걸 왜 계산했는지 모르겠다. 계산할 이유가 없었다.



계고장 · 00시 08분


관리사무소 공유 폴더에 접근 권한이 있다. 우리 업체가 시스템을 깔았으니까 그렇다.


장기 방치 차량 처리 기록을 찾았다.


절차가 있다. 30일 이상 세워져 있으면 계고장을 붙이고 소유자에게 통지하고 그래도 안 빼면 견인한다. 상가 관리규약에 다 적혀 있다.


41대에 대한 기록이 전부 있었다.


계고장 부착 완료. 부착일자 있음. 부착자 서명 있음. 사진 파일도 첨부돼 있다.


파일명은 차량번호로 되어 있었다. 41개 파일이 다 있었다.


파일 크기가 전부 같았다.


정확히 같았다. 바이트 단위까지 같았다. 3년에 걸쳐 다른 사람이 다른 날 찍은 사진 41장의 크기가 같을 수는 없다.


해시를 떠봤다. 41개가 다 같은 해시였다.


같은 파일이 41번 복사돼 있었다.


나는 그 파일을 안 열었다.


열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건 내 점검 항목이 아니다. 나는 카메라와 센서와 로그 무결성만 보면 된다.


로그 무결성은 이미 깨져 있었다.



9번 · B3 램프 · 00시 11분


B3으로 내려가는 램프다.


B3은 원래 잘 안 쓴다. 상가 손님은 B2까지만 내려온다. 직원 차량이 B3을 쓰는데 지금은 다 나갔다.


램프를 내려가면서 온도가 바뀌는 걸 느꼈다. B1보다 B2가 차갑고 B2보다 B3이 차가워야 한다. 지하는 깊을수록 차갑다. 여기까지는 상식이다.


B3 램프 중간까지는 그랬다.


램프 끝에서 다시 따뜻해졌다.


온도계를 꺼내서 쟀다. B1이 18.2도였고 B2가 17.4도였고 B3 램프 상단이 16.9도였다.


B3 바닥은 19.1도였다.


지상보다 따뜻했다. 오늘 밤 바깥 기온이 15도다.


기계실이 근처에 있으면 그럴 수 있다. 도면을 봤다. 기계실은 B1에 있다.


B3에는 열원이 없다. 배관도 안 지나간다.


19.1도는 사람이 있는 방 온도다.



11번 · B3 B구역 · 00시 17분


11번 하우징을 만졌다. 정상이었다.


여기서 표본 점검을 했다. B3 B구역 3면. 다 정상이었다.


발소리를 들었다.


B3은 B2보다 넓다. 그러면 반향이 더 길어야 한다.


B구역까지는 길었다. 3초쯤 남았다.


C구역 쪽으로 걸어가니까 짧아졌다.


C구역 입구에서 한 번 발을 굴러봤다. 소리가 거의 안 돌아왔다. 0.5초쯤에서 끊겼다.


소리가 안 돌아온다는 건 뭔가가 먹고 있다는 뜻이다. 흡음재가 붙어 있거나 물건이 쌓여 있으면 그렇게 된다.


C구역에는 아무것도 없다.


주차면 41면이 있고 41면이 다 비어 있다.



47분 · 00시 20분


C구역 입구에 서서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초음파 센서 상태를 층별로 다 뽑았다.


B1 정상. B2 정상. B3 B구역 정상.


B3 C구역 41면 전부 점유였다.


표시등도 점유로 켜져 있다. 그건 손으로 만져보면 안다. 표시등 하우징이 미지근하다. 꺼진 등은 차갑다.


41면이 다 미지근했다.


나는 한 면 아래로 손을 넣어봤다. 센서가 반응했다. 점유에서 점유로 바뀌었으니까 아무 변화가 없어야 하는데 값이 한 번 튀었다.


거리 값을 읽었다.


내 손을 넣기 전 값이 1.4미터였다. 천장에서 바닥까지가 2.6미터다.


1.4미터면 바닥에서 1.2미터 되는 지점에 뭔가 있다는 뜻이다.


승용차 지붕 높이가 대략 1.4미터에서 1.5미터다. 그러면 천장에서 1.1미터쯤이 나와야 한다.


1.2미터는 차 지붕보다 낮다.


앉아 있는 사람 머리 높이쯤이다.


41면을 다 읽어봤다.


41면이 전부 1.4미터였다. 소수점 아래 첫째 자리까지 같았다.


차라면 그럴 수가 없다. 차종마다 지붕 높이가 다르다. 미출차 41건에는 승합차도 있었다. 승합차 지붕은 승용차보다 40센티미터쯤 높다.


41면이 다 1.4미터다.


센서를 의심했다. 고장 나면 고정값을 뱉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손을 다시 넣었다. 손을 넣으면 값이 0.9미터쯤으로 떨어져야 한다. 내 손이 천장에서 그쯤에 있으니까.


떨어졌다. 0.9미터가 나왔다.


손을 빼니까 1.4미터로 돌아갔다.


센서는 정상이다.


시계를 봤다. 00시 20분이다.


내가 진입 게이트를 통과한 게 23시 40분이다.


40분 지났다.



12번 · B3 C구역 · 00시 23분


12번 카메라는 C구역 안쪽 끝에 있다.


거기까지 걸어갔다. 41면을 지나서 갔다. 걸으면서 발소리가 안 돌아왔다.


하우징을 만졌다.


차가웠다.


전원이 안 들어왔거나 팬이 과하게 도는 거다. 팬 소리를 들어봤다. 안 돌고 있었다.


렌즈 커버를 만졌다. 물기가 잡혔다. 결로다. 지시서에 적힌 그대로다.


닦았다. 손끝으로 훑으니까 다시 맺혔다. 3초쯤 만에 다시 맺혔다.


이 정도 속도로 결로가 생기려면 렌즈 표면이 주변 공기보다 한참 차가워야 한다. 하우징 안에 열원이 있는데 렌즈만 차갑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서버에서 12번 카메라 상태를 조회했다.


정상 가동 중이었다. 프레임률 29.97. 현재 영상 수신 중.


전원이 안 들어온 카메라가 영상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화면을 안 봤다.


노트북을 덮으려다가 한 가지만 확인했다. 12번 카메라의 과거 영상 저장 용량이다. 이건 숫자만 보면 되니까 화면을 볼 일이 없다.


다른 카메라는 30일치가 저장돼 있다. 용량이 대당 800기가바이트쯤이다.


12번은 3년치가 저장돼 있었다.


용량은 800기가바이트였다.


3년치가 30일치와 같은 용량이라는 건 대부분이 비어 있다는 뜻이다. 움직임이 없는 구간은 압축이 잘 되니까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러려면 3년 동안 그 자리에 아무 움직임도 없어야 한다.


C구역은 직원 주차 구역이다. 41면이다.


노트북을 덮고 올라왔다.



관리사무소 · 00시 27분


지상으로 올라와서 관리사무소 앞에 앉았다.


여기는 밤에도 형광등이 켜져 있다. 안정기가 치직거린다. 그 소리가 반가웠다.


작업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특이사항란에 뭐라고 쓸지 생각하다가 일단 다른 항목부터 채웠다.


카메라 12대 중 11대 정상. 12번 카메라 결로 지속.

초음파 센서 표본 점검 정상.

게이트 인식률 99.1퍼센트.

로그 무결성 확인.


로그 무결성 항목에서 손이 멈췄다.


미출차 41건을 적어야 한다. 적으면 우리 업체가 3년치 데이터 정합성 문제로 들어가게 된다. 안 적으면 그냥 넘어간다.


적기로 했다.


정확한 건수를 확인하려고 서버를 다시 열었다.


42건이었다.


새로고침을 했다. 42건이었다.


목록 맨 아래에 새로 추가된 한 줄이 있었다.


내 차 번호였다.


입차 시각 23시 40분.

출차 기록 없음.

마지막 인식 이벤트 00시 27분. 12번 카메라.


지금 시각이 00시 27분이다.


나는 B3에 있지 않다.


관리사무소 유리문에 근무자 연락처가 붙어 있다. 야간에는 상주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번호를 눌러봤다. 신호는 갔다. 받지 않았다.


업체 사무실은 새벽에 아무도 없다. 당직이 없는 규모다.


주차장 출입구는 여기서 20미터 앞이다. 차 열쇠는 주머니에 있다.


차는 B1에 세웠다.


B1에 가려면 램프를 내려가야 한다.


램프는 하나다.


나는 지금 보고서 특이사항란에 뭐라고 쓸지 다시 생각하고 있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42건이라고 쓰면 안 된다.


41건이라고 쓰면 내일 아침에 누가 대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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