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방을 나가면 세상이 끝난다고 믿는 시절에 대하여
탱고 없이 집에 혼자 있어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정기 검진이었다. 별일 아니다. 예방접종하고 심장사상충 약 받고 체중 재고. 보보가 데려갔다. 두 시간이면 돌아온다고 했다.
두 시간.
나는 소파에 앉아서 그 두 시간을 시작했다.
그리고 십오 분 만에 알았다. 내가 지금 이상한 상태라는 걸.
집은 조용했다.
정확히는 조용한 게 아니라 소리가 하나 빠져있었다. 탱고의 숨소리. 탱고가 자리를 옮길 때 나는 발톱 소리. 물그릇에서 물 마시는 소리. 가끔 꿈꾸면서 내는 작은 소리.
이 소리들이 없으니까 집이 이상하게 넓어졌다.
나는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갔다. 평소랑 똑같은 동선이다. 소파에서 냉장고까지 일곱 걸음. 그런데 이상했다. 발밑이 비어있었다. 탱고가 앞장서지 않는다는 것. 탱고가 옆에 없다는 것.
혼자 걸을 수 있다. 당연하다. 집 안이니까. 흰지팡이 없이도 나는 이 집을 완벽하게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심스러워졌다. 발을 평소보다 천천히 옮기고 있었다.
나는 잠깐 멈춰서 스스로한테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물을 마시고 소파로 돌아왔다.
핸드폰을 켰다. 보이스오버가 알림을 읽어줬다. 보보한테 카톡이 와있었다.
보보: 탱고 접종 완료
보보: 체중 33.2kg 정상이래
보보: 30분 뒤 출발할게
나는 답장을 보냈다.
경훈: 응 조심히 와
그리고 핸드폰을 내려놨다.
삼십 분.
삼십 분을 못 견디는 게 이상한 일인가. 나는 성인이고 박사 과정을 마쳤고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고 학회에서 발표하는 사람이다. 삼십 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소파에 앉아서 시계를 세고 있었다.
보이스오버가 낮에 읽어준 게 떠올랐다.
생후 8개월 아기의 불안. 제9개월의 불안이라고 부른다는 것.
엄마가 방을 나가면 아기는 엄마가 죽었다고 믿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운다. 그 나이가 되어야 아기는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엄마와 자기가 한 몸이 아니라는 것. 분리되어 있다는 것.
생후 18개월이 지나야 아기는 일시적 이별을 견딜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문장이 나왔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노년에 이르기까지 경험하게 될 그 밖의 많은 불안 — 고독에 대한 두려움 소중한 존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 의 대부분은 맨 처음 겪는 이 비탄의 연장선 위에 있다.
나는 소파에서 이 문장을 다시 들었다. 보이스오버로 두 번.
내가 지금 겪는 게 그거였다.
서른 몇 살 먹은 남자가 개가 병원에 간 두 시간 동안 생후 8개월 아기의 불안을 겪고 있었다.
현관에서 소리가 났다.
도어락 소리. 문 열리는 소리. 그리고 발톱 소리.
발톱 소리.
탱고가 현관에서 곧장 나한테 왔다. 나는 소파에서 손을 뻗었다. 탱고 머리가 손에 닿았다. 병원 냄새가 났다. 소독약 냄새 낯선 개들 냄새 그리고 탱고 냄새.
탱고가 내 무릎에 턱을 올려놓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야." 보보가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괜찮았어?"
"응."
"진짜?"
나는 잠깐 멈췄다.
"...아니."
보보가 웃었다.
"나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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