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

by김경훈

나는 인형 뽑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데 돈 쓰는 사람들을 좀 한심하게 봤던 것 같다. 천 원짜리 인형 하나를 뽑겠다고 삼만 원을 쓰는 사람들. 차라리 그 돈으로 인형을 사지, 왜 저러나. 나는 서른다섯이고,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다. 손해 보는 건 질색이다. 인형 뽑기는 세상에서 제일 손해 보는 게임이다.


나는 뭐든 계산하는 사람이었다. 마트에서 그램당 단가를 계산하고, 카드 할인율을 계산하고, 지하철과 버스 중 뭐가 삼 분 빠른지를 계산했다. 회사에서 하는 일도 계산이었다. 남의 회사 숫자를 엑셀에 넣고 더하고 빼는 일. 나는 손해 보지 않는 데 인생을 다 썼다. 그런데 서른다섯이 되어 돌아보니, 손해는 안 봤는데 남은 것도 없었다. 이득도 손해도 아닌, 딱 본전인 인생. 통장 잔고처럼 정확하게 비어 있는.


그맘때 나는 삼 년 사귄 사람과 헤어진 참이었다. 헤어진 이유도 딱히 계산이 안 맞아서였다. 이 사람과 십 년을 더 가도 남는 게 없겠다는, 그런 계산. 나는 사랑도 손익으로 보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남는 게 없지. 못생긴 인형 하나 못 뽑아 안달하기 전까지, 나는 뭔가에 손해를 무릅쓰고 달려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런데 그 인형을 본 뒤로, 나는 매일 밤 그 앞에 서 있게 됐다.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무인 인형 뽑기 가게가 하나 있다. 밤에도 문이 열려 있고, 기계 스무 대가 저마다 다른 노래를 조그맣게 틀어 놓는다. 사람은 없고 노랫소리만 스무 개. 사장도, 알바도 없다. 동전 교환기와 CCTV, 그리고 인형만 있다. 나는 원래 그 앞을 그냥 지나쳤다. 다 큰 어른이 그런 데 왜 들어가나 싶었으니까.


밤의 인형 뽑기 가게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온다. 술 취해서 여자친구 주겠다고 삼만 원을 태우는 남자, 시험 끝나고 몰려온 교복 애들, 그리고 나 같은 사람. 다들 눈이 좀 풀려 있다. 인형 뽑기를 하는 사람의 눈은 도박하는 사람의 눈과 똑같다. 나는 그걸 나중에야 알았다.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어느 날 밤, 유리 너머로 그게 보였다. 제일 구석 기계, 제일 안쪽에 낀 인형 하나. 곰인지 토끼인지 애매한 얼굴이었다. 눈이 짝짝이로 박혀서,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이었다. 못생겼다. 다른 인형들은 다 예쁘고 알록달록한데, 그것만 구석에서 먼지를 쓰고 있었다. 아무도 안 뽑을 인형이었다. 딱 봐도.


나는 왜 그 앞에 멈췄을까. 지금도 잘 모르겠다. 예쁜 인형 앞이었으면 안 멈췄을 거다. 못생겨서, 아무도 안 뽑을 것 같아서, 저건 내가 아니면 아무도 안 꺼내 주겠구나 싶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이미 진 거였다. 인형 뽑기는 인형을 뽑는 게임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게임이다.


첫날엔 삼천 원을 썼다. 집게는 힘이 없었다. 인형을 잡긴 잡는데, 살짝 들었다가 툭 놓는다. 매번 그런다. 아, 잡았다 싶으면 놓는다. 나는 알고 있었다. 집게 힘은 사장이 조절한다는 걸. 무인이라도 어딘가 먼 데서 사장이 확률을 조절한다. 몇 번에 한 번만 잡히게. 사람은 없어도 손해는 안 보게. 그래도 나는 삼천 원을 더 썼다.


뽑기에도 기술이 있다는 걸 나는 영상으로 배웠다. 집게 발이 두 갠지 세 갠지, 인형의 무게 중심이 어디인지, 어느 타이밍에 버튼을 떼야 하는지. 나는 회의 시간에도 그걸 생각했다. 부장이 뭐라고 하든, 머릿속으로는 집게의 각도를 재고 있었다. 한번은 인형을 배출구 바로 앞까지 끌고 갔다. 손가락 하나 거리였다. 거기서 집게가 힘을 풀었다. 인형은 다시 구석으로 굴러갔다. 나는 유리를 손바닥으로 쳤다. 무인 가게라 아무도 뭐라고 안 했다. 그게 더 서러웠다. 화낼 상대조차 없다는 게.


나는 미신도 생겼다.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서면 잘 되는 것 같았다. 동전은 꼭 세 개씩 넣었다. 버튼을 누르기 전에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셌다. 다 부질없는 거 안다. 확률은 사장이 정하지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니까. 근데 아무것도 못 바꾸는 사람은 미신이라도 만든다. 미신은 힘없는 사람의 마지막 손잡이다.


그 뒤로 나는 매일 밤 거기 들렀다. 퇴근길에. 오천 원, 만 원. 계산 빠른 내가, 천 원짜리 인형에 만 원을 쓰고 있었다. 한심하게 보던 그 사람들이 바로 나였다. 근데 이상하게 아깝지 않았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아무 의미 없는 엑셀을 채우다가, 밤에 그 앞에 서면 처음으로 뭔가 간절해졌다. 오랜만이었다. 뭔가를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게. 나는 대체 언제부터 아무것도 안 원하는 사람이 됐던 걸까.


비 오는 밤에도 나는 갔다. 우산을 접고 들어가면, 스무 대의 기계가 스무 개의 노래를 틀고 있었다. 죄다 신나는 노래들.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신나는 노래만 스무 개가 겹쳐 울리는 건, 신나는 게 아니라 좀 무섭다. 놀이공원에서 사람만 싹 빠진 것 같다. 나는 그 소음 한가운데서 못생긴 인형 하나를 보고 있었다. 우리 둘만 그 소음 속에서 조용했다.


이상한 건, 그 인형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았다는 거다. 어제는 등을 보이고 있었는데, 오늘은 나를 보고 있었다. 짝짝이 눈으로. 구석에 더 깊이 박혔던 게, 어느 날은 유리 쪽으로 조금 나와 있었다. 그 기계는 나 말고 아무도 안 하는데. 사장이 안쪽까지 손댈 리도 없는데. 나는 그게 착각인 걸 안다. 인형이 움직일 리 없다. 근데 매일 보는 사람은 안다. 그게 오늘 어디 있었는지.


한번은 교복 입은 애가 그 기계 앞에 서 있었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저 애가 내 인형을 뽑으면 어쩌지. 나는 뒤에서 서성이며 기다렸다. 근데 그 애는 몇 번 해 보더니 에이, 하고 다른 기계로 갔다. 못생겨서 안 뽑고 싶었나 보다. 나는 안도했다. 그리고 그 안도가 좀 무서웠다. 나는 어느새, 아무도 그 인형을 안 뽑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만 뽑고 싶어서. 못생긴 걸 두고도 사람은 그렇게 욕심이 난다.


나는 그 인형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소리 내서는 아니고, 속으로. 오늘은 좀 이리 와 봐. 조금만 더. 거기서 뭐 해, 나오지. 미친 사람 같은 거 안다. 근데 무인 가게에는 미친 사람이 돼도 아무도 안 본다. CCTV밖에 없고, CCTV는 판단하지 않는다. 그게 무인 가게의 좋은 점이다. 마음껏 이상해질 수 있다.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나는 이걸 아무한테도 말 안 했다. 회사 사람들한테는 물론이고, 엄마한테도. 서른다섯 먹은 딸이 밤마다 못생긴 인형 하나에 십만 원을 쓰고 있다고, 그걸 어떻게 말하나. 나는 그 인형을 뽑으면 아무렇지 않게 바카라상에 올려놓고, 누가 물으면 그냥 선물 받았다고 할 참이었다. 뽑기라는 말은 안 할 거다. 뽑기는, 뭔가를 그렇게까지 원해 본 사람만 아는 부끄러움이니까.


한 달쯤 됐을 때, 나는 좀 무서워졌다. 통장을 봤는데 인형 뽑기에 십만 원 넘게 썼다. 십만 원이면 그 인형을 백 개는 산다.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나.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오늘 마지막이다. 안 되면 끝이다. 다신 안 온다. 못생긴 인형 하나에 이러는 거, 이제 그만하자.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편했다. 나는 대충 동전을 넣었다. 간절하지 않게. 어차피 안 될 거니까. 집게를 대충 움직여서, 대충 눌렀다. 그동안은 그렇게 신중하게, 각도를 재고 심호흡을 하고 눌렀는데. 그날은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집게가 내려갔다. 인형을 잡았다. 늘 그랬듯 살짝 들렸다. 나는 안 볼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 툭, 놓겠지. 그런데 놓지 않았다. 집게는 인형을 꽉 문 채로 올라왔다. 처음으로. 그리고 배출구까지 끌고 가서, 툭, 떨어뜨렸다.


인형이 배출구로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손을 넣어 인형을 꺼냈다. 먼지 냄새가 났다. 짝짝이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여전히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얼굴로.


막상 손에 쥐니, 그냥 못생긴 인형이었다. 천 원짜리. 솜도 얼마 안 들었는지 홀쭉했다. 십만 원짜리라기엔 초라했다. 나는 그걸 들고 집에 왔다. 오는 내내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겼는데 진 것 같고, 뭘 얻었는데 텅 빈 것 같은.


집에 와서 인형을 바카라상에 올려놨다. 그리고 문득, 그 마지막 밤이 이상했다는 걸 깨달았다. 한 달 내내 그렇게 애를 써도 안 놓던 집게가, 내가 포기한 날 왜 놓지 않았을까. 내가 간절할 땐 안 주고, 포기하니까 준 걸까. 아니면 그 기계가 그동안 나를 지켜보다가, 이제 됐다 싶어서 놔준 걸까. 무인 가게에 무슨 지능이 있을 리 없다. 사장이 확률을 조절할 뿐이다. 근데 그 사장은 나를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하필 그날 확률을 열어 줬을까. 나는 답을 모른다.


인형을 뽑고 나서 며칠은, 이상하게 허전했다. 퇴근길에 발이 자꾸 그 가게 쪽으로 갔다. 뽑을 것도 없는데. 나는 그제야 알았다. 내가 원했던 건 그 인형이 아니었다는 걸. 나는 매일 밤 간절할 무언가가 필요했던 거다. 이겨도 져도 상관없는, 그냥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일. 그 인형은 핑계였다. 못생긴 얼굴로 나를 한 달 동안 살게 해 준 핑계.


어쩌면 그 못생긴 인형은, 나 같은 사람이 나타나길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안 뽑을 걸 뽑으려는, 손해 보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매일 밤 오는, 좀 이상한 사람. 무인의 도시에는 그런 사람이 가끔 필요한 것 같다. 아무도 안 원하는 걸 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야, 구석에 박힌 것들도 한 번쯤 배출구로 나올 수 있으니까.


뽑은 인형은 결국 회사 바카라상에 가져다 놨다. 한 후배가 지나가다 물었다. 이거 뭐예요, 좀 못생겼다. 나는 웃었다. 그러게, 못생겼지. 후배는 웃으며 갔다. 나는 그 인형을 슬쩍 모니터 뒤로 옮겼다. 못생겼다는 말이, 이상하게 나 들으라는 말 같았다. 아무도 안 뽑을 것 같아서 내가 뽑은 건데. 못생긴 걸 데려온 사람은, 어쩐지 자기도 좀 그런 것 같아진다.


요즘도 회사에서 숫자에 파묻혀 있다가, 문득 모니터 뒤를 본다. 못생긴 얼굴이 거기 있다. 그러면 나는 좀 웃는다. 저걸 뽑겠다고 십만 원을 쓴 서른다섯이, 나다. 손해 막심한 한 달이었다. 근데 그 한 달이, 요 몇 년 중에 내가 제일 나 같았던 때다. 계산이 안 맞는데, 이상하게 밑지지 않은 기분이다.


그 인형은 지금도 내 자리에 있다. 모니터 뒤에. 여전히 못생겼고, 여전히 짝짝이 눈이다. 나는 이제 그 인형 뽑기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친다. 다른 구석에 다른 못생긴 인형이 또 박혀 있는 게 가끔 보인다. 나는 안 멈춘다. 한 번이면 됐다. 근데 지나칠 때마다 좀 궁금하긴 하다. 저건 언제쯤, 누가 뽑아 줄까. 아니면 영영 구석에서, 누가 자길 봐 주기만 기다릴까. 나처럼 이상한 사람이 또 하나, 어느 밤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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