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미

by김경훈

작가의 말


고백하자면, 나는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일로 글을 시작했다.


나는 사람을 얼굴로 기억하지 못한다. 대신 목소리로 기억한다. "괜찮아요"라고 말하기 직전의 반 박자, 웃음이 한 템포 늦게 따라붙는 순간, 거짓말 앞에서 잠깐 길어지는 숨. 그런 것들이 나에겐 표정이다. 사람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그 말을 언제 멈추고 언제 삼키는지로 자신을 더 많이 들킨다. 나는 오랫동안 그 틈을 주워 모았고, 어느 날 그 조각들이 한 사람씩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이 바카라은 그렇게 걸어 나온 사람들의 기록이다.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남을 읽는 일로 먹고산다. 빈소에서 슬픔의 진위를 감별하는 장례지도사, 거짓말의 냄새를 맡는다는 보험조사관처럼, 그들은 타인의 불운을 읽어내는 능력을 자부심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자부심이 정점에 이른 순간, 늘 누군가 그들을 거꾸로 읽고 있다. 사냥꾼이 사냥감이 되는 그 한순간을 위해, 나는 매번 앞의 모든 장을 깔았다.


남의 일로 먹고사는 직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의사도, 변호사도, 보험회사도,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받아 적는 나 같은 사람도 결국은 그 언저리에 있다. 누군가의 가장 나쁜 날을 재료 삼아 문장을 만드는 일이, 과연 저들과 얼마나 다를까. 그 질문이 부끄러워서 도망치는 대신, 나는 매번 인물의 의자에 직접 앉아보기로 했다. 내가 저 빈소에 있었다면, 저 청구서를 손에 쥐었다면, 나는 정말 다르게 굴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 자신 없음이 이 이야기들을 끝까지 끌고 갔다.


그러니 이 에피소드들을 듣는 당신께 미리 일러둔다. 어느 대목에선가 목덜미가 서늘해진다면, 그건 이야기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인물의 목소리에서 당신 자신의 어떤 박자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을 위해 이 글을 썼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집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