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바이 더 파이어플레이스

Maison Margiela Replica By the Fireplace

by김경훈

지난번 면담 상대가 봄 아침의 꽃시장이었다면, 오늘은 정반대 계절에서 손님이 왔다.


같은 집안 사람이다.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라인. 그런데 플라워 마켓과 바이 더 파이어플레이스는 형제라기보다 정반대 계절에 태어난 쌍둥이에 가깝다. 한쪽이 차가운 냉장고 속 꽃다발이라면, 다른 한쪽은 장작이 타닥거리는 벽난로다. 흥미로운 건 두 향수를 만든 조향사가 겹친다는 점이다. 마리 살라마뉴. 플라워 마켓을 공동으로 조향했던 그 사람이, 이번엔 혼자서 겨울을 빚었다.


대구의 신혼집에 겨울 저녁이 일찍 내려앉던 날이었다. 보보가 보일러를 올리고, 탱고가 거실 한가운데 제일 따뜻한 자리를 차지하고 누웠다. 나는 손목에 이 향수를 올리고 원고 앞에 앉았다.



연구자: 당신은 벽난로를 담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도시 아파트에는 벽난로가 없습니다.


바이 더 파이어플레이스: 그게 핵심입니다. 저는 당신이 가진 적 없는 기억을 드립니다.


연구자: 가진 적 없는 기억이라니, 모순 아닙니까?


바이 더 파이어플레이스: (잠시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듯) 벽난로 앞에서 밤을 구워본 적 없어도, 이 향을 맡으면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게 레플리카의 방식입니다. 경험을 복제하는 게 아니라, 경험하지 못한 것까지 기억으로 만들어드리는 것.



탑 노트는 클로브, 핑크 페퍼, 오렌지 블로섬이다. 첫 분무는 의외로 알싸하다. 정향의 매콤하고 따뜻한 향신료 냄새가 먼저 올라온다. 뜨거운 와인에 정향을 띄운 뱅쇼처럼, 추운 날 몸을 데우는 그 첫 모금의 냄새. 핑크 페퍼가 약간의 톡 쏘는 생기를 더하고, 오렌지 블로섬이 그 사이에서 살짝 달콤함을 비춘다.


미들로 내려가면 이 향수의 정체가 드러난다. 체스트넛, 가이악 우드, 그리고 타들어가는 나무 냄새. 군밤이다. 정확히는, 겨울 거리에서 군밤을 구울 때 피어오르는 그 연기와 단내. 겨울에 군밤 장터가 있는 도시를 거닐던 추억, 시골집 벽난로 옆에서 밤을 구우며 따뜻한 음료를 마시던 오후. 가이악 우드의 스모키함이 그 장면에 연기를 입힌다.



연구자: 군밤 냄새를 향수에 담는다는 발상이 독특합니다.


바이 더 파이어플레이스: 사람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건 화려한 냄새가 아닙니다. 따뜻했던 순간의 냄새예요. 군밤, 장작, 데운 우유 같은. 저는 그런 걸 모았습니다.


연구자: 그래서 이렇게 포근하군요.


바이 더 파이어플레이스: 많은 분들이 저를 두고 '담요 같다'고 합니다. 나쁘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이스는 바닐라, 페루 발삼, 캐시메란이다. 군밤과 연기가 서서히 가라앉으면, 바닐라의 달콤하고 크리미한 온기가 그 자리를 메운다. 단순한 디저트 바닐라가 아니다. 불에 살짝 그슬린 바닐라, 연기를 머금은 바닐라. 페루 발삼이 수지(樹脂)의 끈적하고 따뜻한 질감을 더하고, 캐시메란이 부드러운 우드 머스크로 모든 것을 감싼다.


이 향수가 흥미로운 지점은 '연기'와 '달콤함'의 균형이다. 너무 달기만 하면 디저트 향수가 되고, 너무 연기만 강하면 재떨이 냄새가 된다. 바이 더 파이어플레이스는 그 사이의 아주 좁은 길을 걷는다. 달콤하되 느끼하지 않고, 스모키하되 불쾌하지 않은. 한 리뷰어가 향수를 믿지 않던 냉소적인 비평가였다가 이 향수 하나로 마음이 풀렸다고 길게 고백한 글을 본 적 있는데,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보보가 부엌에서 따뜻한 코코아 두 잔을 들고 왔다. 탱고가 코를 들어 올리며 코코아 쪽인지 내 손목 쪽인지 모를 방향으로 킁킁거렸다. 창밖으로는 대구의 겨울바람이 불고, 방 안은 군밤 냄새가 났다. 벽난로 없는 집에서 벽난로의 기억이 피어올랐다.


레플리카는 그런 마법을 부린다. 가져본 적 없는 겨울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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