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인텔을 관리한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무인텔을.
정확히는 일곱 개다. 시 외곽에 흩어진 일곱 개의 무인텔을, 나는 이 작은 사무실에서 관리한다. 모니터 두 대, 노트북 한 대, 휴대폰 두 대. 그게 내 카운터다. 손님은 키오스크로 체크인하고, 키오스크로 결제하고, 키오스크에서 객실 번호를 받는다. 나는 그 모든 걸 화면으로 본다. 일곱 개 건물, 백마흔 개 객실의 점유 현황이 실시간으로 뜬다. 빈방은 회색, 손님이 든 방은 빨간 글씨로. 점유 중.
이 일을 택한 이유를 대라면, 사람을 안 봐도 되기 때문이다. 옛날엔 모텔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십 년쯤. 카운터에 앉아 있으면 별사람을 다 본다. 바람난 사람, 가출한 아이, 울다 들어오는 사람, 막 무슨 일을 저지르고 온 것 같은 사람. 모텔은 도시에서 사람이 가장 비밀스러워지는 곳이고, 카운터는 그 비밀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자리다. 십 년을 보니 지긋지긋했다. 그래서 무인으로 옮겼다. 이제 나는 사람들의 비밀을 숫자로만 본다. 302호, 점유 중. 그 빨간 글씨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에겐 한 줄의 상태값이다. 비밀을 몰라도 되는 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사무실이라고 해 봐야 원룸 한 칸이다. 나는 여기서 먹고 자고 일한다. 모니터 불빛이 유일한 동거인이다. 밤새 일곱 개 건물의 방들이 켜졌다 꺼진다. 빨간 글씨가 하나 뜨면 누가 들어온 거고, 회색으로 바뀌면 누가 나간 거다. 나는 그 점멸을 보며 사람들의 밤을 짐작한다. 두 시간 만에 나가는 방, 아침까지 안 나가는 방, 며칠씩 묵는 방. 나는 그 방들의 사연을 모른다. 다만 길이를 안다. 사람의 밤을 시간으로만 아는 일에, 나는 익숙해졌다.
무인텔의 밤은 대개 조용하다. 가끔 키오스크가 카드를 못 읽어 전화가 오고, 가끔 온수가 안 나온다고 전화가 오고, 가끔 방을 잘못 잡았다고 전화가 온다. 나는 전화로 다 해결한다. 원격으로 객실 문을 열고, 환불을 누르고, 다음 방으로 안내한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모르고, 그들도 내 얼굴을 모른다. 우리는 목소리로만 만난다. 새벽 세 시의 목소리들은 하나같이 조금씩 지쳐 있다. 다들 어딘가에서 도망쳐 온 목소리다.
한번은 어떤 여자가 새벽에 전화를 걸어, 문 좀 잠가달라고 했다. 객실 문은 자동으로 잠기는데도. 누가 따라온 것 같다고, 자기 방 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해달라고. 나는 시스템으로 잠금 상태를 확인하고, 잘 잠겼습니다, 안심하세요, 했다. 여자는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끊었다. 나는 그 여자의 얼굴도,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객실 잠금 정상, 이라는 한 줄을 봤을 뿐이다. 무인텔에서 나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가장 무서운 순간을 스친다. 한 줄의 상태값으로.
그날 밤, 사 번 무인텔 302호가 퇴실되지 않았다.
자동 퇴실 시각은 낮 열두 시다. 그런데 밤 열한 시가 되도록 302호는 점유 중이었다. 시스템상 손님은 아직 방 안에 있었다. 그때 다음 예약 손님이 키오스크 앞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302호 예약했는데요, 문이 안 열려요.
화면을 보니 302호는 여전히 점유 중이었다. 앞 손님이 안 나간 것이다. 열한 시간째. 나는 그 손님에게 옆방을 내줬다. 303호, 환불 대신 업그레이드. 손님은 고맙다며 끊었다. 흔한 일이다. 자동 퇴실이 밀리는 건 종종 있다. 손님이 늦잠을 자거나, 추가 요금이 무서워 뭉개거나. 나는 추가 요금을 물리려고 302호로 전화를 걸었다.
객실 전화는 신호만 갔다. 받지 않았다. 다시 걸었다. 신호음이 빈방을 울리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그려졌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울리는 전화벨만큼 외로운 소리도 없다. 그런데 302호엔 손님이 있어야 했다. 점유 중이니까.
나는 복도 CCTV를 돌려봤다. 객실 안은 못 본다. 법으로 금지돼 있다. 사람이 가장 발가벗는 공간이니까. 복도만 본다. 전날 오후 네 시 사십 분, 302호 손님이 들어가는 게 찍혀 있었다. 모자를 눌러쓴 남자. 혼자였다. 짐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 뒤로, 302호 문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손님은 들어갔고, 나오지 않았다. 거의 하루 동안.
체크인 기록을 다시 봤다. 302호 손님은 오후 네 시 사십 분에 혼자 들어왔다. 대실이 아니라 숙박을 끊었다. 짐도 없이 혼자, 평일 오후에 숙박을. 나는 십 년 동안 카운터에 앉아 그런 손님을 더러 봤다. 짐 없이 혼자 들어와 오래 머무는 손님. 그런 손님일수록 나는 더 신경이 쓰였다. 무인으로 옮긴 뒤로는 그렇게 신경 쓸 일이 없어 좋았는데, 그날은 오랜만에, 옛날 카운터에 앉았을 때처럼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
보통 모텔이라면 직원이 올라가 문을 두드린다. 손님, 퇴실 시간 지났습니다, 하고. 그런데 여긴 무인이다. 올라갈 사람이 없다. 나는 이 의자에 앉아, 삼십 킬로미터 떨어진 302호 문을 두드릴 방법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화를 걸고, 화면을 보고, 마스터키 권한으로 문을 원격으로 여는 것뿐이다. 그런데 문을 열어서 뭘 어쩌나. 화면엔 복도만 나오는데. 열린 문 안을, 누가 들여다보나.
나는 잠깐, 그냥 무시할까 했다. 매뉴얼대로 추가 요금을 물리고, 다음 손님은 옆방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매뉴얼에는 객실 안에 사람이 쓰러져 있을 경우, 라는 항목은 없다. 매뉴얼은 그런 걸 상상하지 않는다. 무인은 애초에 최악을 상상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최악을 상상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그래서 무인텔에도 나 같은 사람이 하나쯤 필요한 것이다. 화면 뒤에서 혼자 최악을 상상하는 사람.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열 번쯤. 신호음, 신호음, 신호음. 그 소리가 점점 사람의 숨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할 때, 나는 결정했다.
마스터키 권한으로 302호 문을 열었다. 화면에 로그가 떴다.
4호점 302호 · 원격 개방 · 02:14
복도 CCTV에 302호 문이 빠끔 열리는 게 보였다. 안에서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열린 문틈으로 어둠만 보였다. 나는 그 어둠을 한참 들여다봤다. 모니터 속 어둠을. 거기 무엇이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알 방법이 없었다. 삼십 킬로미터 밖에서 문만 열어놓고, 나는 그 어둠을 향해 손전등 하나 비출 수 없는 사람이었다.
결국 나는 112에 신고했다. 손님이 퇴실하지 않고 연락이 안 된다고, 안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경찰이 물었다.
신고자분 지금 현장에 계세요?
아니요.
그럼 어디 계십니까?
나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 관리자인데, 사무실에 있다고 했다. 거기서 모텔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다. 한 삼십 분쯤. 경찰은 알겠다고, 출동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그 모텔의 관리자이면서 그 모텔에 닿는 데 삼십 분이 걸리는 사람이었다. 그 건물에서 가장 가까운 관리자가 삼십 킬로미터 밖에 있는 곳. 그게 무인텔이다. 사람이 가장 위급할 수 있는 공간을, 가장 멀리서 관리하는 것.
경찰을 기다리는 삼십 분 동안, 나는 별생각을 다 했다. 안에 누가 어떻게 돼 있으면, 그건 내 바카라임일까. 나는 문을 열어줄 수도, 닫아둘 수도 있는 사람이었지만, 정작 그 안에 들어갈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권한은 있는데 몸은 없는 관리자. 무인텔의 관리자란 그런 거였다. 모든 문의 열쇠를 쥐고, 어느 문 앞에도 서 있지 않은 사람.
화면 속 302호는 끝까지 점유 중이었다. 빨간 글씨. 그 안에 사람이 있는지, 쓰러진 사람이 있는지, 아니면 진작 어떤 사각으로 빠져나가 텅 비어 있는지 나는 몰랐다. 시스템은 끝까지 점유 중이라고 우겼다. 시스템에게 사람과 빈방은 구별되지 않는다. 결제가 된 순간부터 퇴실이 찍히기 전까지, 그 방은 무조건 점유 중이다. 그 안에서 누가 자든, 울든, 사라지든.
경찰이 302호에 들어간 건 새벽 세 시쯤이었다. 전화가 왔다.
방 비어 있는데요.
비어 있다니요, 손님이 안 나갔는데요. 경찰은 심드렁했다. 아무도 없어요. 침대는 잔 흔적이 있고 수건도 썼는데, 사람도 짐도 없습니다. 창문은요? 안쪽 방이라 창문도 없어요. 그럼 대체 어떻게 나간 거냐고 물었다. 경찰은 그건 자기가 알 바 아니라는 듯, 아무튼 사람은 없으니 신고는 종결하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는 복도 CCTV를 처음부터 다시 돌렸다. 네 시 사십 분, 남자가 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그가 나오는 장면을 찾으려고 열한 시간 분량을 눈이 빠지게 돌려봤다. 없었다. 그는 나오지 않았다. 적어도 화면에는.
그러다 로그 하나를 발견했다. 복도 카메라가 새벽 세 시 이 분부터 세 시 육 분까지, 사 분 동안 꺼져 있었다. 펌웨어 자동 업데이트. 매일 새벽 한 번씩 카메라가 스스로 재부팅하는 시간. 그 사 분 동안, 복도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복도 카메라 · 자동 재부팅 · 03:02–03:06
그는 그 사 분 안에 나갔을 것이다. 아니면 카메라가 닿지 않는 비상계단 어딘가로. 어느 쪽이든 기록에는 없다. 그는 들어온 기록만 있고 나간 기록은 없는 사람이 되었다. 하루 가까이 점유 중이던 방을,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채 비운 사람.
경찰이 종결하자, 시스템은 그제야 302호를 풀어주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풀었다. 강제 퇴실 버튼을 눌렀다. 빨간 점유 중이 회색으로 바뀌었다. 청소 대기. 그리고 잠시 후, 빈방.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옛날 카운터에 앉아 있을 때라면, 나는 적어도 그 남자의 얼굴을 봤을 것이다. 열쇠를 건네고, 좋은 밤 되세요, 했을 것이다. 나갈 때 카운터에 열쇠를 던지고 가는 소리라도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남자가 다녀간 증거라곤, 카드 결제 내역 하나와 열한 시간짜리 점유 중 표시 하나뿐이다. 그마저도 방금 내가 회색으로 바꿔버렸다.
무인텔은 사람을 기억하지 않는다. 사람을 정산할 뿐이다. 들어온 시각과 나간 시각, 결제 금액. 그 사이에 한 사람의 어떤 밤이 통째로 들어 있어도, 시스템은 그걸 점유 중 석 자로만 적어둔다. 그리고 퇴실과 동시에, 그 석 자마저 지운다.
나는 사무실 의자에 기대 동이 트기를 기다렸다. 일곱 개 건물, 백마흔 개 방의 점유 현황이 화면에서 조용히 깜박였다. 빨간 방들 안에서 지금도 누군가의 밤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밤들을 하나도 알지 못한 채 그것들을 관리한다. 그게 내 일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모든 것을 지켜보는 일.
휴대폰이 울렸다. 다른 지점, 다른 방, 다른 목소리. 키오스크가 카드를 못 읽는다고 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말했다. 네, 제가 원격으로 열어드릴게요, 잠시만요. 그리고 버튼을 눌렀다. 삼십 킬로미터 밖 어딘가의 문이 내 손끝에서 열렸다. 나는 그 문 너머를 영영 보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게 이 일의 유일한 자비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