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순회

by김경훈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주인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주인이 없다는 사실이 그 가게가 파는 단 하나의 물건이다.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사러 거기 가는 게 아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 잠깐 다녀오려고 간다. 봉투 드릴까요, 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되고, 포인트 적립하시겠어요, 라는 말에 고개를 젓지 않아도 되고, 카드를 내밀 때 누구의 눈도 피하지 않아도 된다. 도시는 그 모든 면제를 편의라고 부른다. 편의(便宜). 편하고 마땅하다는 뜻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가장 마땅한 일은, 사람이 없는 일이 되었다.

밤이 되면 그런 가게들에 불이 켜진다. 사람은 없고 불만 켜진 가게. 멀리서 보면 누군가 깜빡 잊고 끄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 불은 꺼지지 않는다. 무인의 불은 사람을 기다리는 불이 아니라, 사람이 없어도 된다는 걸 증명하는 불이다.

나는 그런 가게들을 돌본다. 정식 직함은 무인 점포 순회 관리원이다. 앱이 일감을 보내면 나는 밤의 도시를 차로 돌며 냉동고를 채우고, 단말기의 영수증 용지를 갈고, 바닥에 말라붙은 단 자국을 닦는다. 건당 천이백 원. 한 점포에 오래 머무를수록 손해다. 그래서 나는 빠르다. 들어가고, 채우고, 나온다. 한 곳에 평균 사 분. 마음만 먹으면 단 한 사람과도 말을 섞지 않고 일 년을 보낼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이 일을 택했다.

앱은 자정쯤 그날의 순회를 띄운다. 점포 코드, 주소, 보충 품목, 예상 소요 시간. 나는 그것을 받아 차에 시동을 건다. 도시의 밤은 두 종류의 불빛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호등과, 무인 점포. 둘 다 사람 없이 켜졌다 꺼진다. 둘 다 나를 위한 불은 아니다.

원래 나는 계산대 안쪽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십이 년 동안 문구와 담배와 복권을 팔았다. 단골들의 얼굴을 알았고, 그들이 사 가는 담배 종류로 그들의 하루를 짐작했다. 새벽에 들어와 소주 한 병과 숙취해소제를 같이 집어 드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법을 알았다. 그게 십이 년 동안 내가 배운 전부였다. 묻지 않는 법.

어느 봄, 건물주가 임대 조건을 바꿨다. 요즘은 무인으로 돌리는 편이 세가 잘 나간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람이 없으면 사람 쓸 돈이 들지 않고, 사람이 없으면 사람이 부릴 말썽도 없다.

가게를 비우던 날, 키오스크 설치 기사 둘이 왔다. 그들은 내 계산대를 뜯어냈다. 십이 년 동안 내 허리께에 닿던 나무 상판이 드라이버 몇 번에 떨어져 나갔다. 한 기사가 땀을 닦으며 물었다. 여기 원래 사장님이세요? 나는 네, 하고 대답했다. 그가 말했다. 요즘 이 동네 가게들 다 이렇게 바껴요. 편하잖아요. 나는 편하다는 말을 입속에서 굴려보았다. 누구에게 편한가, 하는 질문은 끝내 하지 않았다. 묻지 않는 법을, 나는 십이 년 동안 배웠으니까.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내 가게에 손님으로 들어가 보았다. 키오스크에서 담배 한 갑을 샀다. 화면을 누르고, 카드를 꽂고, 거스름돈을 받았다. 기계는 거스름돈을 정확히 내주었다. 나는 십이 년 동안 단 한 번도 그렇게 정확했던 적이 없다. 늘 백 원쯤 더 얹어 주거나, 단골에게는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기계는 그러지 않는다. 기계는 틀리지 않는 대신, 봐주지도 않는다. 어쩌면 그게 사람들이 원하는 친절의 최종 형태인지도 모른다. 틀리지도 않고, 봐주지도 않는 것.

그 가게는 반년 만에 무인 밀크티 가게가 되었다. 그다음엔 무인 밴드 매장. 무인은 무인으로 교체된다. 사람만 한 번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지금, 계산대 자체가 없는 가게들을 돌본다. 세상은 나를 안쪽에서 바깥으로, 다시 안도 바깥도 아닌 자리로 차례차례 옮겨놓았다. 기계를 돌보는 사람은 기계의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순회는 늘 같은 순서다. 무인 빨래방, 무인 사진관, 무인 아이스크림, 무인 스터디카페,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아이스크림. 새벽 한 시에 시작해 동이 트기 전에 끝난다.

무인 빨래방은 밤에도 따뜻하다. 건조기 여섯 대가 끝없이 도는 소리는 누군가의 깊은 숨소리 같다. 더운 섬유유연제 냄새가 천장까지 차오른다. 가끔 그 온기 속에 사람이 잠들어 있다. 의자 세 개를 붙여놓고 모로 누운 남자. 캐리어를 끌어안은 노인. 갈 곳 없는 사람들은 무인을 안다. 무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으니까. 신분증을 보자고도, 왜 여기 있느냐고도 하지 않으니까.

삼 번 건조기는 벌써 보름째 같은 옷을 돌리고 있다. 누군가 넣어두고 찾으러 오지 않는 이불 한 채. 동전을 더 넣는 사람도 없는데 건조기는 멈추지 않는다. 누가 멈추라고 하지 않으면 기계는 멈추지 않는다. 그게 기계의 미덕이자 저주다. 나는 그 이불을 꺼내 개어둘까 하다가 그만둔다. 나는 그들을 깨우지 않는다. 깨워서 물어볼 말이 내게는 없다.

무인 사진관에는 커튼을 친 부스가 네 개 있다. 새벽에 거길 청소하다 보면 바닥에 잘려나간 사진 조각이 떨어져 있다. 네 컷 중 마음에 들지 않은 한 컷을 사람들은 거기 버리고 간다. 웃다 만 얼굴, 눈을 감은 얼굴, 둘이 들어왔다가 한 사람만 남은 자리. 나는 그것들을 쓸어 담으며 가끔 생각한다. 버려진 컷이 차라리 진짜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하고. 사람들은 가장 자기 같지 않은 한 장을 골라 남기고, 가장 자기 같은 한 장을 버린다.

한번은 한 컷의 흰 여백에 누군가 작게 적어둔 걸 보았다. 미안해, 라는 세 글자였다. 누구에게 미안한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둘이 들어와 한 사람만 나간 그 부스에서, 미안하다는 말만 잘려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한참 들고 있다가, 결국 다른 조각들과 함께 쓸어 담았다.

무인 스터디카페에는 바카라상이 마흔 개쯤 줄지어 있다. 사람이 없어도 천장의 센서등은 가끔 혼자 켜진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통로를 따라 불이 차례로 켜졌다 꺼진다. 누구를 따라가는 불일까. 한 바카라상에는 다 식은 컵라면이 반쯤 남아 있다. 충전기는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은 채 콘센트에 꽂혀 있다. 모니터에는 포스트잇 한 장. 자리 맡아둠. 맡아둘 사람도, 빼앗을 사람도 없는데. 나는 컵라면을 버리고, 충전기를 뽑고, 포스트잇은 그대로 둔다. 어떤 자리는, 주인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주는 편이 낫다.

문제의 가게는 순회의 끝에서 두 번째, 점포 코드 312였다.

312는 골목 안쪽에 있어 손님이 많지 않았다. 냉동고 여섯 대, 천장 구석의 카메라 하나, 계산대 자리에는 사람 대신 카드 단말기가 서 있었다. 냉동고 중 두 번째 것은 조명이 미세하게 깜박였다. 푸른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흔들렸다. 고치라는 지시는 없었다. 깜박이는 것까지가 그 가게의 상태였다. 매번 비슷했다. 채울 것도 닦을 것도 적었다. 나는 그곳에서 가장 빨리 일을 끝냈다.

그날도 그랬다. 두 번째 냉동고 바닥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영수증 뒷면이었다. 312의 단말기에서 나온 용지였다. 누군가 그 위에 볼펜으로 글씨를 써서, 냉동고 안쪽 콘 아이스크림들 사이에 꽂아두었다. 차가운 종이였다. 받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없는 문장이었다.

오늘은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게 나쁘지 않았다는 게, 조금 무섭다.

나는 그 종이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손님이 흘린 메모일 수도, 누가 장난으로 써둔 것일 수도 있었다. 나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버리지 않은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날 순회의 나머지 내내, 주머니 속 종이가 작은 돌처럼 묵직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 다행이면서 무서운 마음을, 나는 너무 잘 알았다.

사흘 뒤, 같은 냉동고 같은 자리에 또 한 장이 있었다.

비가 와서 우산을 사러 들어왔다가, 우산이 없어서 그냥 나간다. 무인 가게에는 우산이 없다. 사람이 없으니 잃어버릴 사람도 없고, 잃어버릴 사람이 없으니 우산도 없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답을 썼다. 312 단말기에서 영수증 한 장을 뽑아 그 뒷면에 적었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한참 펜을 들고 서 있었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법을 잊은 지 오래였다. 묻지 않는 법만 배운 사람은, 말을 거는 법을 끝내 잃는다.

우산은 옆 건물 편의점에 있습니다. 거긴 아직 사람이 있어요.

써놓고 보니 한심했다. 그래도 나는 그것을 같은 자리에 꽂아두고 나왔다. 그날 밤 순회 내내, 나는 누군가 그 종이를 펼치는 장면을 상상했다. 십이 년 만에 처음으로, 내가 한 말을 누군가 읽는다는 상상을.

다음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답장은 처음이에요. 편의점 우산은 비쌌어요. 그래도 사람이 있어서, 좋았어요.

우리는 그렇게 일주일에 두세 번, 냉동고 속에서 만났다. 만난 적은 없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몰랐다. 다만 같은 냉동고를 알았고, 같은 깜박이는 조명을 알았다. 그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무인에 오는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러 오지 않는다. 우리가 주고받은 건 대부분 사소한 것이었다. 오늘 단말기 용지가 떨어졌더라. 두 번째 냉동고 조명이 또 깜박인다. 바닐라가 다 나갔다. 그런 것들. 그런데 그 사소한 것들이 이상하게도, 내가 십이 년 동안 계산대에서 나눈 어떤 말보다 가까웠다.

그 사람은 늘 바닐라를 가져갔다. 영수증에 찍힌 품목으로 알 수 있었다. 다른 건 손대지 않고 바닐라 콘 하나. 나는 순회 때마다 바닐라 칸을 가장 신경 써서 채웠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건당 천이백 원에는 포함되지 않은 일이었다.

한번은 이런 종이가 있었다.

여기 오면 마음이 놓여요. 아무도 나한테 잘 지내냐고 안 물어서. 잘 지내냐는 말이, 제일 대답하기 어렵잖아요.

나는 그 밤, 오래 답을 쓰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만 적었다.

잘 지내지 않아도 돼요. 여기서는.

나는 312를 순회의 맨 마지막으로 미뤘다. 사 분이면 끝날 일을 삼십 분씩 끌었다. 건당 천이백 원을 까먹으면서. 냉동고를 채우고도 가지 않고, 계산대 앞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한번은, 막 차에 오르려는데 가게 안에서 도어벨 소리가 났다. 딸랑. 나는 차 문을 열다 말고 돌아섰다. 유리문 너머 가게는 환했고, 냉동고 여섯 대가 웅웅거렸고, 아무도 없었다. 센서가 바람에 반응했거나, 내가 잘못 들었거나. 그러나 그날 앱에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방문 1회. 새벽 세 시 십일 분. 내가 막 등을 돌린 그 시각이었다.

그 뒤로 나는 그 시각을 피해 다녔다.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우리가 종이로만 이어져 있는 동안에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얼굴을 보는 순간, 무언가가 끝날 것 같았다. 무인의 관계에는 무인의 예의가 있다. 서로의 얼굴을 끝내 모르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앱에 공지가 떴다. 점포 코드 312, 폐점 예정. 사유 칸에는 짧게 적혀 있었다. 매출 부진. 그리고 그 아래, 누가 손으로 덧붙인 것처럼 한 줄. 방문객 없음.

방문객 없음. 나는 그 네 글자를 오래 보았다. 내가 가장 덜 외로웠던 가게가, 사람이 오지 않아 문을 닫는다고 했다. 바닐라 콘 하나씩을 사 가던 그 사람도, 세 시 십일 분의 그 기록도, 시스템에게는 사람이 아니었다. 매출이 아니었다. 그러니 없는 것이었다.

폐점 전날 밤, 나는 312에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한 번만이라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미리 와서 기다릴 작정이었다. 세 시 십일 분이 오기 전에.

나는 계산대 앞에 섰다. 두 번째 냉동고의 조명이 여전히 깜박였다. 두 시 오십 분. 세 시. 세 시 십 분. 나는 숨을 죽이고 유리문을 보았다. 세 시 십일 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도어벨은 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가게 어딘가에서 작은 진동 같은 게 느껴졌다. 냉동고 여섯 대가 동시에 한 박자 더 크게 웅웅거린 것 같았다. 어쩌면 착각이었다.

나는 앱의 관리자 화면으로 카메라 기록을 돌려보았다. 순회 관리원에게는 그 정도 권한이 있다. 그날 새벽을, 처음으로 거슬러 보았다.

화면 속 312는 비어 있었다. 한 시간, 또 한 시간. 냉동고 여섯 대가 푸른빛 속에서 웅웅거렸다. 두 번째 냉동고의 조명만 일정하게 깜박였다. 그리고 새벽 세 시 십일 분, 화면이 잠깐 흔들렸다. 노이즈인지, 문이 열렸다 닫힌 건지 알 수 없었다. 카메라는 입구를 비추지 않았다. 누군가 들어왔다면 정확히 카메라의 사각으로 들어왔다 사라진 셈이었다. 화면에는 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 흔들림 뒤, 두 번째 냉동고 문이 열려 있었다. 조금 전까지 닫혀 있던 문이.

나는 주머니에서 그동안 받은 종이들을 꺼내 펼쳤다. 글씨를 들여다보았다. 내 글씨와 닮은 것도 같고, 전혀 다른 것도 같았다. 새벽의 312에서 혼자 펜을 들고 서 있던 수많은 밤이 떠올랐다. 답을 쓰고, 다음 순회 때 답을 받고, 또 답을 쓰던 밤들. 그 사이 어디쯤에서, 누가 누구에게 쓴 것인지 흐려진 밤은 없었을까. 나는 그 사람이 나인지 아닌지, 끝내 확신할 수 없었다. 확신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다. 어떤 질문은 답을 모르는 채로 두는 편이 덜 외롭다.

나는 마지막으로 종이 한 장을 새로 썼다. 거기 누가 있든, 혹은 아무도 없든.

가게가 문을 닫는대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어디로 가세요? 거기도 사람이 없나요?

312에는 더 이상 종이를 꽂아둘 이유가 없었다. 내일이면 냉동고는 꺼지고, 카메라는 떼어지고, 깜박이던 조명도 영영 어두워질 것이다. 나는 그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 차에 올라 다음 점포로 향했다. 순회의 마지막, 또 다른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나는 그곳 두 번째 냉동고를 열고, 콘 아이스크림들 사이에 종이를 꽂았다. 가장 차가운 자리, 사람 손이 가장 늦게 닿는 자리에. 우물에 동전을 던지듯이. 누가 그것을 주울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아무도 줍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나처럼 밤마다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들어온 누군가가, 차가운 종이를 펼쳐 들고 한참을 서 있을 것이다.

앱이 울렸다. 오늘 순회 완료. 정산 예정액 일만 사천사백 원. 나는 시동을 걸었다. 동이 트고 있었다. 가로등이 하나둘 꺼지고, 무인 점포의 불빛만 여전히 켜져 있었다.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 불, 사람이 없어도 된다는 걸 증명하는 불. 도시는 곧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고, 사람들은 또 하루 종일,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다닐 것이었다. 나는 그중 가장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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