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경상심(驚傷心): 놀람은 심장을 상하게 한다. 놀란 심장은 스스로 그것을 기억한다. — 《황제내경》
1
시동을 켜는 것까지는 됐다.
하재민은 운전석에 앉아서 핸들을 잡았다. 십칠 년 동안 잡던 핸들이었다. 손이 기억하는 것과 머리가 기억하는 게 달랐다. 손은 아직 알고 있었다. 어떻게 쥐는지, 얼마나 힘을 주는지. 근데 머리가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차고지에서 도로로 나가는 구간이 이십 미터였다.
그 이십 미터를 못 나갔다.
하재민이 시동을 껐다.
배차 담당이 창 너머로 봤다. 눈이 마주쳤다. 배차 담당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 하재민도 피했다.
버스에서 내렸다. 차고지 밖으로 나왔다. 어디 갈 데가 없었다. 그냥 걸었다.
걷다 보니 약령시 골목 앞이었다. 들어온 게 아니라 발이 온 것 같았다. 동료 홍 씨가 여기 한의원 얘기를 한 게 생각났다. 딱히 이유가 없어서 들어가기로 했다.
골목 입구에 한약재 상점 주인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재민이 심의당을 찾는다고 하니 안쪽을 가리켰다.
"올라가면 돼요. 이 층이오."
"감사합니다."
"근데." 상점 주인이 말을 이었다. 일어서지 않고 앉은 채로. "원효 씨가 거기 열기 전에 뭘 했는지는 우리도 몰라요."
하재민이 멈췄다.
"어느 날 갑자기 저 건물 사가지고 뚝딱 열었거든. 몇 년 됐는데 아직도 몰라."
상점 주인은 거기서 말을 끊고 한약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재민한테 한 말도 아니고 그냥 혼자 한 말 같기도 했다.
하재민이 안으로 들어갔다.
2
계단을 올랐다. 삐걱, 끼익.
대기실에서 젊은 여자가 폰을 보고 있었다. 들어서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진료 받으러 왔는데요."
"들어가시면 돼요."
진찰실 문을 열었다.
김원효이 바카라상에 앉아서 수첩을 보고 있었다. 오늘은 뭔가를 먹고 있지 않았다. 하재민이 들어서는 소리를 듣고 수첩을 덮었다. 서랍에 넣었다. 빠른 동작이었다.
"어서 오이소."
하재민이 앉으면서 진찰실을 한 번 둘러봤다. 바카라장이 있었다. 한의학 바카라들이 빽빽했다. 그런데 중간 칸에 다른 종류의 바카라들이 보였다. 재무, 법률, 뭔가 두꺼운 영문 서적들. 제목을 읽으려는데 시선이 옆으로 흘렀다.
벽에 액자가 걸려 있었다.
뒤집혀 있었다. 앞면이 벽을 보고 있었다. 걸려는 있는데 보여주지 않는 모양이었다.
"저 액자는요."
김원효이 진료카드를 보다가 액자 쪽을 봤다.
"채광 때문이라예."
창문 방향을 봤다. 창문은 액자가 걸린 벽과 방향이 같았다. 액자가 창문 빛을 반사하려면 맞은편에 있어야 했다. 지금 위치에서 채광은 관계가 없었다.
하재민은 그 말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냥 넘어갔다.
3
"일단 약침 한 방 맞아보이소."
"저는 몸이 아픈 게 아닌데요."
김원효이 하재민을 봤다.
"그럼 뭐가 아파요."
하재민이 대답하지 않았다.
"시내버스 기사라고 했는데. 지금 운행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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