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신(恐傷腎)

3부

by김경훈

공상신(恐傷腎): 두려움은 신장을 상하게 한다. — 《황제내경》



1


전화가 온 건 화요일 오전이었다.


박나리는 폰으로 유튜브를 보다가 수신 표시가 뜨는 걸 봤다. 심의당 대표 번호였다. 모르는 번호면 김원효한테 넘기면 됐다. 박나리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Hello? Is this the clinic? Shim-ui-dang?"


박나리가 폰을 귀에서 떼고 봤다. 다시 귀에 댔다.


"……네?"


"I'm sorry, do you speak English? I was given this number."


박나리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잠깐 생각했다. 중학교 영어 선생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사라졌다.


"저기요." 박나리가 말했다.


"Yes?"


"잠깐만요."


박나리는 폰을 들고 진찰실 문을 열었다. 김원효가 점심으로 시킨 치킨을 먹고 있었다. 드럼스틱을 들고 창밖을 보면서. 박나리가 폰을 내밀었다.


"영어요."


"응?"


"전화 영어로 왔어요."


김원효가 드럼스틱을 내려놓고 손을 닦았다. 폰을 받아 귀에 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박나리는 그 순간을 나중에도 오래 기억했다.


"Yes, this is Simuido Oriental Medicine Clinic. How can I help you?"


목소리가 달랐다.


경상도 사투리로 "어서 오이소" 하던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 발음이 또렷했고 속도가 달랐다. 무엇보다 톤이 달랐다. 같은 사람 목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종류의 달라짐이었다.


박나리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로 서 있었다.


김원효는 박나리를 보지 않았다. 창밖을 보면서 전화를 받았다. 영어가 계속 나왔다. 유창했다. 막히는 곳이 없었다. 억양이 어디서 배운 건지 박나리는 알 수 없었지만 영어를 잘하는 건 확실했다. 아주 잘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김원효가 다시 드럼스틱을 집어 들었다.


"나리야."


"……네."


"내일 왕진 하나 생겼다. 메모해라."


"선생님."


"응?"


"영어 할 줄 알았어요?"


김원효가 드럼스틱을 베어 물면서 박나리를 봤다.


"몰랐나."


"네. 몰랐는데요."


"그랬구나."


그게 다였다. 김원효는 다시 창밖을 봤다. 치킨을 먹었다. 박나리는 문손잡이를 잡은 채로 잠깐 더 서 있다가 나왔다.


자리에 앉아서 폰을 들었다. 화면이 켜지지 않았다. 폰을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냥 뭔가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선생님이 어디서 영어를 배웠는지 박나리는 몰랐다.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해줬다.


이번에도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2


다음 날 오전, 박나리가 출근하니 김원효가 이미 와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보통 박나리가 먼저 왔다. 약령시 골목에 포르쉐 카이엔이 서는 시간이 사실상 출근 시간이었다. 삐걱이는 계단 소리가 들리면 김원효가 온 거였다.


그런데 오늘은 김원효가 진찰실에 있었다.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평소에 쓰는 왕진 가방이 아니었다. 박나리가 본 적 없는 검은 가방이었다. 크고 무거워 보였다.


"일찍 왔네요."


"응. 왕진 전에 준비할 게 있어서."


"호텔 몇 시예요?"


"열한 시."


박나리가 시계를 봤다. 아홉 시 반이었다.


"차는요? 카이엔이요?"


김원효가 가방 지퍼를 잠그면서 박나리를 봤다.


"오늘은 다른 거 가져왔다."


"다른 거요?"


"응. 나리도 같이 가야 하거든. 왕진엔 보조가 있어야 하니까."


박나리는 창문 쪽을 봤다. 골목 아래가 내려다보였다. 포르쉐 카이엔이 서는 자리에 포르쉐 카이엔이 없었다.


대신 다른 차가 있었다.


박나리가 잠깐 그 차를 봤다. 색깔은 스카이블루였다. 크고 낮고 넓었다. 박나리는 차에 대해 잘 몰랐지만 저 차가 비싸다는 건 알았다. 엠블럼을 봤다. 황소였다.


"선생님."


"응."


"저 차 선생님 거예요?"


"응."


"람보르기니예요?"


"응. 우루스."


박나리는 잠깐 더 그 차를 봤다.


"선생님 차가 두 대예요?"


"응."


"둘 다 SUV예요?"


"응."


"왜요?"


김원효가 가방을 들면서 박나리를 봤다.


"타야 들어가지지."


박나리는 그 말의 의미를 처리하는 데 잠깐이 걸렸다. 그러니까 체형 때문에 SUV만 탄다는 말이었다. 그 이유가 람보르기니 우루스를 사는 이유로 이어지는 논리가 박나리한테는 잘 연결되지 않았다.


"그럼 세단은요?"


"불편하지."


"그래서 람보르기니 SUV를 산 거예요?"


"SUV가 편하니까."


박나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가방을 챙겨서 따라 내려갔다.


계단이 삐걱였다. 두 사람이 내려가니 소리가 두 배였다.



3


약령시 골목에 람보르기니 우루스가 서 있는 장면은 포르쉐 카이엔보다 한 단계 더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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