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사상비(思傷脾): 지나친 생각은 비장을 상하게 한다. — 《황제내경》
1
강민정은 결정을 잘 못 했다.
정확히는 결정을 하기는 하는데, 하고 나서 후회하는 데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데 이십오 분이 걸렸고 골라놓고 나면 다른 걸 시킬걸 싶었다. 계절 옷을 정리할 때는 버린 옷이 생각나서 잠을 못 잤다. 지난 추석에는 가족 모임 장소를 정하는 데 혼자 사흘을 고민하다가 결국 어머니가 알아서 잡는 것을 보고 사흘치 고민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경험을 했다.
이런 사람이 입시 컨설턴트를 직업으로 삼았다는 게 강민정 본인도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직업의 핵심이 결정이었다. 아이의 수준을 파악하고, 목표 대학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로드맵을 설계해주는 일. 학부모들은 돈을 내고 강민정의 결정을 샀다. 강민정은 그 결정을 잘 팔았다. 목소리에 확신이 있었고, 데이터를 잘 다뤘고, 무엇보다 남의 문제는 잘 보였다.
문제는 남의 문제를 보는 동안 본인 문제가 쌓인다는 것이었다.
수성구 학원가에서 컨설팅 센터를 열고 나서 오 년이 됐다. 처음 삼 년은 바빴고 다음 일 년은 더 바빴다. 작년부터는 바쁜데 뭔가 이상했다.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았다. 무겁고 더부룩한 느낌이 하루 종일 위장 언저리에 눌어붙어 있었다. 소화기내과에서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했다. 약을 먹었다.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은 결정이 더 어려워졌다.
원래도 느렸는데 이제는 느린 정도가 아니었다. 상담 중에 학부모가 "어느 쪽이 나은가요?"라고 물으면 머릿속에서 경우의 수가 끝없이 펼쳐졌다. A를 선택하면 생기는 문제, B를 선택하면 생기는 문제, A를 선택했는데 B가 맞았을 때의 문제, B를 선택했는데 A가 맞았을 때의 문제. 스무 살 아이의 인생이 걸린 일이었다. 한 번 잘못 짚으면.
"선생님, 괜찮으세요?"
학부모가 물었을 때 강민정은 자신이 십 분째 아무 말을 안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한의원 얘기를 꺼낸 건 같은 건물 일 층 분식집 사장이었다.
"약령시에 좀 특이한 한의원이 하나 생겼어요. 소화 문제로 갔는데 뭔가 좀 달라서. 아, 근데 원장 선생님이 포르쉐 타고 다녀요."
"포르쉐요?"
"약령시 골목에 포르쉐가 서 있으면 그 집이에요."
강민정은 그 안내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2
포르쉐는 진짜 있었다.
약령시 골목 입구에 주차된 짙은 남색 포르쉐 카이엔이었다. 강민정은 그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한약 냄새 가득한 낡은 골목에 포르쉐 카이엔. 골목과 차가 서로를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다들 한 번씩 봤다. 한약재 상점 주인이 의자를 내다놓고 앉아서 그 차를 보고 있었다. 딱히 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일상이 된 것 같은 표정이었다.
강민정은 골목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낡은 3층 건물. 2층 유리문. 심의당. 계단을 오르면서 어느 부자가 이런 데서 진료를 받나 생각했다. 아니면 포르쉐는 환자 차인가. 골목에 주차를 저렇게 하면 불법 아닌가. 결론이 나지 않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대기실에 들어서니 여자가 앉아서 폰을 보고 있었다. 강민정이 들어서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저, 진료 받으러 왔는데요."
"앉으시면 돼요."
강민정은 앉았다. 잠깐 있다가 물었다.
"혹시 저 밖에 포르쉐요."
"네."
"누구 차예요?"
박나리가 폰에서 눈을 떼고 강민정을 잠깐 봤다.
"선생님 차요."
"……원장 선생님이요?"
"네."
강민정은 잠깐 그 대답을 처리했다.
"그게 여기 주차장이에요?"
"그냥 저기가 선생님 자리예요. 맨날 거기 대거든요."
"불법 주차 아닌가요?"
"딱지 가끔 떼요."
"그럼 어떻게 해요?"
"내요."
박나리가 다시 폰을 봤다. 강민정은 그 대화를 어떻게 이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3
진찰실 문을 열었을 때 김원효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밖을 내다보면서 뭔가를 먹고 있었다. 이번에는 호떡이었다. 한 손에 들고 창밖을 보면서 베어 먹고 있었다. 강민정이 들어서자 돌아봤다.
"어서 오이소. 앉으이소."
호떡을 한 입 더 먹으면서 말했다. 시럽이 손가락에 묻었다.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맞은편에 앉았다.
"진료카드 보니까 소화불량이 주증상이네요. 역류성 식도염 진단도 받았고."
"네."
"얼마나 됐어요?"
"1년 됐어요."
"약 먹었는데 안 낫고요?"
"나아지다가 또 생기고 그래요."
김원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고 강민정을 들여다봤다.
"일단 약침 한 방 맞아보이소."
"어디에요?"
"배."
"배요?"
"비위(脾胃) 경혈이 배에 있거든요."
강민정은 약침이 뭔지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배에 맞는다니 잠깐 머뭇거렸다. 그 머뭇거림을 김원효가 봤다.
"아프긴 한데 짧습니더."
"얼마나요?"
"음."
김원효가 잠깐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람마다 다른데."
"아, 그렇군요."
"근데 뭐가 문제가 있으면 더 아프고요."
"그게 뭔 기준이에요?"
"아프면 거기가 문제인 기라예."
강민정은 그 논리를 잠깐 생각해봤다. 반박하기가 어려웠다. 그냥 눕기로 했다.
박나리가 들어와서 약침을 준비했다. 이번에도 폰을 한 손에 들고 있었다. 강민정이 천장을 보고 누워서 긴장하고 있었다.
"힘 빼보이소."
김원효가 말했다. 강민정이 힘을 빼려고 했다.
"이름이 뭐예요?"
"강민정이요."
"직업은요?"
"입시 컨설턴트요."
"수성구 쪽이요?"
"네."
"바쁘겠네요."
"네."
그 타이밍에 바늘이 들어왔다.
"윽."
"참을 만하지예?"
"아파요."
"많이 아파요? 조금 아파요?"
"그 중간요."
"그럼 반은 맞는 기라예."
강민정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다 그냥 뒀다. 물어봐도 또 뭔가 순환하는 대답이 올 것 같았다.
4
맥을 짚고, 혀를 보고, 복부를 눌러보는 순서는 지난 환자와 같았다.
배를 누르자 강민정이 "으" 소리를 냈다. 명치 아래쪽이었다.
"여기요?"
"네. 밥 먹고 나서 항상 거기가 불편해요."
"비위가 약해졌어요. 소화가 안 되는 게 위장 문제가 아니라 비장 기능이 떨어진 기라예."
"비장이요?"
"한의학에서 비(脾)는 생각하는 기능을 담당하거든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비장이 상합니더. 그게 소화 기능을 방해하는 기라예."
강민정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잠깐 멈췄다.
"생각을 많이 하면 소화가 안 된다고요?"
"사상비(思傷脾)라예. 황제내경에 나오는 말입니더."
"저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할 일이 많은 거예요."
김원효가 그 말을 듣고 잠깐 강민정을 봤다.
"그 차이가 뭔데요?"
강민정은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어딘가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비슷한 구조의 대화를 들어본 것 같은 기시감이 있었는데 어디서인지 알 수 없었다.
"생각할 일이 많은 건 상황 문제고, 생각을 많이 하는 건 습관 문제죠."
"그렇구만요." 김원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비장은 그 차이를 모르거든요."
강민정의 미간이 좁아졌다.
"왜 자꾸 장기가 차이를 모른다는 얘기를 해요?"
"장기들이 원래 멍청하거든요."
강민정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직업이 입시 컨설턴트라고요?"
"네."
"하루에 결정을 몇 번 해요?"
"글쎄요. 세어본 적이 없는데."
"많이 하겠네요."
"그렇죠. 그게 일이니까요."
"본인 결정은요?"
"……."
"오늘 점심은 뭐 드셨어요?"
강민정은 대답을 하려다 멈췄다. 오늘 점심. 순대국밥집 앞에 서서 이십 분을 고민하다가 결국 들어가지 못하고 편의점 삼각김밥을 집어든 게 생각났다. 그것도 참치마요와 불고기 사이에서 오 분을 더 고민했다.
"……삼각김밥이요."
"왜요?"
"고르기가 귀찮아서요."
"평소에도요?"
강민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밥 먹는 것도 이제 결정하기가 싫어요."
김원효가 무릎에 손을 올리고 강민정을 봤다.
"하루 종일 남의 결정을 대신 해줬으니까요."
5
탕약이 나오는 한 시간 동안 강민정은 대기실에 앉아서 박나리 옆에 있었다.
박나리는 이번에도 폰을 보고 있었다. 강민정이 힐끗 보니 쇼핑몰이었다. 원피스를 보고 있었다.
"살 거예요?"
박나리가 폰을 들어 강민정에게 보여줬다. 흰 바탕에 꽃무늬 원피스였다.
"이거요, 괜찮아요?"
강민정은 그 원피스를 봤다. 입시 컨설턴트의 직업병이 발동했다. 디자인은 무난한데 흰색이라 관리가 어렵고, 꽃무늬가 요즘 트렌드이긴 한데 봄 한정이라 가성비가 떨어지고, 소재를 보면 세탁기 돌리기가 애매할 것 같고.
"어디 입을 거예요?"
"그냥요."
"계절이 별로 안 남았는데."
"지금 사면 내년에 입으면 되죠."
"보관이 문제인데."
"왜요?"
"흰색이라서."
박나리가 폰을 도로 가져갔다.
"그냥 괜찮냐고 물어본 건데요."
강민정은 입을 다물었다.
박나리가 장바구니 담기를 눌렀다. 고민이 없었다. 이 년치 보관 문제도 세탁 방법도 없었다. 그냥 담았다.
"안 고민해요?" 강민정이 나도 모르게 물었다.
"뭘요."
"살지 말지."
"마음에 들면 사는 거죠."
"근데 흰색은."
"더러워지면 버리면 되죠."
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러워지면 버리면 된다. 그렇게 살 수도 있다는 게 이진수에게 신기했다. 아니, 강민정에게.
그때 진찰실 문이 열리면서 김원효가 나왔다. 가운을 벗고 있었다. 아래로 청바지와 오래된 줄무늬 티셔츠가 나왔다.
"나리야, 나 다음 환자 몇 시야?"
"네 시요."
"그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김원효가 가운을 박나리한테 던졌다. 박나리는 받지 않아서 가운이 박나리 머리에 얹혔다. 박나리는 그걸 무릎 위로 흘리면서 폰을 계속 봤다.
"어디 가요?" 강민정이 나도 모르게 물었다.
"빵집이요."
"빵집이요?"
"근처에 찐빵 파는 데가 있거든요. 탕약 나오는 동안 심심해서."
김원효가 열쇠를 챙기며 나갔다. 강민정은 그 열쇠가 반짝이는 걸 봤다. 포르쉐 로고가 있었다. 저 뚱뚱한 한의사가 찐빵 사러 포르쉐를 타고 간다.
"저 차로 가요?" 강민정이 박나리한테 물었다.
"네."
"빵 사러요?"
"네."
강민정은 창문 쪽을 봤다. 잠시 후 아래서 엔진 소리가 났다. 포르쉐 카이엔 특유의 낮고 묵직한 소리였다. 약령시 골목에 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약재 상점 주인이 또 의자에 앉아서 그 소리를 들을 것 같았다.
"……진료비 비싸죠?"
강민정이 박나리한테 물었다.
"아뇨."
"그럼 저 차는."
"선생님 원래 부자예요."
"한의원 해서요?"
"아뇨, 원래부터요."
강민정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잠깐이 걸렸다.
"그럼 왜 여기서."
"글쎄요." 박나리가 폰을 보면서 말했다. "저도 몰라요.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해줬어요."
6
탕약은 김원효가 찐빵을 들고 돌아온 직후에 나왔다.
종이컵에 담긴 검은 액체. 강민정은 지난번에 이 탕약이 어떤 맛인지 들었기 때문에 각오를 했다. 한 모금 마셨다.
생각보다 덜 썼다. 쓴데 뒷맛에 뭔가 달큰한 게 섞여 있었다.
"맛이 어때요?"
"쓴데 이상하게 뒷맛이 있어요."
"감초 넣어서 그래요."
"왜 넣어요?"
"쓴 걸 그냥 주면 못 먹거든요."
"그럼 처음부터 덜 쓰게 만들면 안 돼요?"
"그러면 약이 안 되거든요."
"그게 무슨."
"쓴 게 약이라예. 단 건 밥이고."
강민정은 그 논리를 생각하면서 나머지를 마저 마셨다.
김원효가 팔짱을 끼고 봤다.
"오늘 저녁에 혼자 밥 먹어보이소."
"혼자요? 저 혼자 살거든요."
"아, 그러면 더 쉽네요."
"뭘요."
"메뉴를 아무거나 정해보이소. 뭘 먹을지 삼 분 안에 결정하는 기라예."
강민정이 미간을 좁혔다.
"삼 분이요?"
"삼 분이요."
"왜 삼 분이에요?"
"사 분이면 안 되거든요."
"왜요?"
"삼 분만 있으면 충분하거든요."
다시 순환이었다. 강민정은 잠깐 눈을 감았다.
"그리고요?" 강민정이 눈을 뜨며 물었다.
"그게 다예요."
"그게 치료예요?"
"연습이라예."
"무슨 연습이요."
"결정하는 연습이요. 비위가 상한 거는 약으로 잡을 수 있는데, 왜 상했는지를 안 보면 또 상하거든요."
강민정은 탕약 종이컵을 두 손으로 쥐고 있었다.
"하루 종일 남의 결정을 해주는 사람이 본인 결정을 못 하는 거예요. 이상한 일이 아니라예.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정해져 있거든요. 다 써버리고 나면 없는 기라예."
"그렇다고 일을 줄일 수는 없잖아요."
"줄이라는 말이 아니라예."
김원효가 일어나며 말했다.
"본인 결정은 아끼라는 기라예. 뭘 먹을지, 뭘 살지, 오늘 어느 길로 갈지. 그런 거는 그냥 정하면 되는 기라예. 이유 없이. 그냥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걸로."
강민정은 그 말을 들으면서 아까 박나리가 원피스 장바구니에 담던 장면을 생각했다. 마음에 들면 사는 거죠. 더러워지면 버리면 되죠.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어렵지예." 김원효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삼 분이라는 기 생각보다 긴 시간이거든요."
7
강민정이 심의당을 나선 건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약령시 골목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한약재 상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한약 냄새는 저녁이 되어도 골목에 남아 있었다.
골목 입구에 포르쉐 카이엔이 여전히 주차되어 있었다. 강민정은 그 앞을 지나치다 멈췄다.
부자가 왜 저 낡은 건물 2층에서 진료를 하는 건지 강민정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박나리도 모른다고 했다. 아마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었다. 이유가 없는 결정도 있는 거라고 김원효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강민정은 폰을 꺼냈다. 배달 앱을 열었다. 음식 목록이 펼쳐졌다. 강민정은 타이머를 눌렀다. 삼 분.
치킨, 피자, 국밥, 순대, 칼국수, 보쌈, 초밥, 파스타, 돈가스.
목록이 스크롤됐다. 강민정의 손가락이 멈췄다.
된장찌개 백반 세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다.
주문을 눌렀다. 타이머를 봤다. 일 분 사십 초가 남아 있었다.
강민정은 타이머를 껐다. 남은 시간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그냥 더 필요하지 않아서였다.
골목을 나서면서 위장 언저리를 눌러봤다. 아직 더부룩한 느낌이 있었다. 당연했다. 약침 한 번에 나을 거라고 김원효도 말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은 해봐야 안다고 했다.
강민정은 그 말을 들었을 때 또 생각이 시작됐었다. 한 달이면 네 번이고, 네 번 동안 나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는지, 한 달 후에 또 다른 결정을 해야 하는 건지.
그 생각들이 골목 어귀에서 잠깐 멈췄다.
된장찌개 백반 세트. 일 분 이십 초 만에.
강민정은 천천히 걸으면서 그 생각의 무게를 느꼈다. 가벼웠다.
아직 모르는 게 많았다. 한 달 후가 어떻게 될지도 몰랐다.
근데 오늘 저녁 뭘 먹을지는 알았다.
그 정도면, 오늘은 충분한 것 같았다.
에필로그
다음 주 목요일, 강민정은 다시 심의당을 찾았다.
계단을 오르면서 지난주에도 이 소리가 났지 생각했다. 삐걱, 끼익. 근데 이번엔 그냥 좋았다. 뭔가 오래된 것의 소리 같아서.
대기실에서 박나리가 폰을 보고 있었다. 지난주에 장바구니에 담은 흰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강민정이 그걸 봤다.
"샀네요."
"네." 박나리가 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좋죠?"
강민정은 그 원피스를 잠깐 봤다.
"네. 좋네요."
이번엔 세탁 방법도 보관 기간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좋았다. 마음에 들면 좋다고 하면 되는 거였다.
박나리가 아무 말 없이 일어나서 쌍화탕을 가져왔다.
강민정은 두 손으로 받아 들고 따뜻한 걸 느끼면서, 지난 일주일을 생각했다.
삼 분 안에 결정한 게 여섯 번이었다. 두 번은 맛있었고 두 번은 평범했고 한 번은 별로였다. 한 번은 까먹고 사 분이 넘었다.
근데 소화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이유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