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아키텍처

by김경훈

지방에서는 요즘 빈집 이야기가 날씨 이야기처럼 흔해졌다.

골목마다 녹슨 자물쇠가 달린 대문이 늘어나고, 허물어져 가는 처마 밑에는 아무도 걷지 않는 마당이 잡초를 키운다.

사람들은 그 빈집들을 바라보며 한탄한다. 지방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어가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어 있는 집보다 더 무서운 것은 비어 있는 돌봄이다.

활동지원사는 부족하고, 병원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 두 번이며, 가족들은 도시로 떠나고 없다.

홀로 남겨진 장애인들은 지역 안에서 점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간다.


슬롯는 빈집을 보면 묻는다. 어떻게 쓸 것인가.

그 질문은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귀촌 체험관, 관광 숙박, 임대주택.

틀린 답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이미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빈집은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이것은 경북의 한 작은 마을에서, 낡은 빈집 한 채 앞에 서서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지던 한 사람을 만나, 집이란 무엇이고 돌봄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 어느 초여름 오후의 기록이다.



군청 직원의 관광 지도


경북 군위군의 한 마을.

김경훈은 장애인 지역슬롯 자립 지원 실태 조사를 위해 이 마을을 찾았다.

대구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보보가 운전대를 잡고 탱고는 뒷자리에서 잠들어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그들을 맞이한 사람은 군청 주거재생 담당 이주현 주무관이었다. 서른 초반의 그는 손에 출력된 사업 계획서를 들고 있었다.


"박사님, 이쪽입니다. 이번 빈집 정비 사업 대상지입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대문이 반쯤 열린 채 방치된 오래된 농가 한 채가 나왔다. 마당에는 녹슨 경운기 부품들이 흩어져 있었고, 처마 끝에는 지난겨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빗물받이가 비틀린 채 매달려 있었다.


"주인 어르신이 돌아가신 지 사 년 됐어요. 구조는 멀쩡한데 방치되어 있었고요. 저희는 이런 빈집들을 리모델링해서 귀촌 체험 숙박 시설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농촌 체험 수요도 있고, 관광 자원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서요."


이주현 주무관의 목소리에는 뿌듯함이 담겨 있었다.


그때 담장 너머로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일흔두 살의 강정순 할머니였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왼쪽에 편마비가 남은 채, 이 골목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분이었다.


"이 집이 그렇게 되는 거에요? 도시에서 오는 젊은 사람들이 여기서 자고 가는 거?"


"네, 어르신. 그렇게 되면 마을도 활기가 생기잖아요." 이주현 주무관이 밝게 답했다.


할머니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나는… 그냥 이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은데. 애들은 다 대구 갔고, 나 혼자 있으면 무서울 때가 많아. 넘어지기라도 하면 알 사람이 없어."


그 말이 골목 안에 조용히 가라앉았다.

뒷자리에서 깨어났는지, 탱고가 어느새 담장 쪽으로 다가가 할머니의 손등에 코를 갖다 댔다.



비어 있는 것들


김경훈이 입을 열었다.

"주무관님, 이 마을에 강 할머니 같은 분이 몇 분이나 계십니까."


이주현 주무관이 잠시 멈칫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혼자 사시는 고령 분들이 꽤 있죠. 장애 있으신 분들도 몇 분 계시고요."


"그렇겠죠." 김경훈이 천천히 말했다.

"빈집이 늘어나는 속도와 비슷하게, 이 마을에서 혼자 남겨지는 분들의 수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바카라은 비어 있는 집은 보이지만, 비어 있는 돌봄은 잘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귀촌 체험 숙박은 도시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강 할머니는 그 숙박 시설이 생긴다고 해서 넘어졌을 때 발견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이주현 주무관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그건… 복지 담당 쪽에서 따로 챙기는 부분이라서요."


"따로 있으면 결국 없는 겁니다." 김경훈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주거 정바카라과 돌봄 정바카라이 분리되어 있는 한, 이 빈집은 채워지지만 이 마을의 진짜 빈 곳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습니다."



다른 질문을 하는 사람


그때 골목 안쪽에서 자전거 소리가 났다.

자전거에서 내린 사람은 정은숙 씨, 인근 읍내 슬롯복지관의 지역슬롯 돌봄 담당 슬롯복지사였다. 땀을 닦으며 다가온 그녀는 이주현 주무관보다 먼저 강 할머니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할머니, 오늘 혈압약 드셨어요?"

"아이고, 정 선생. 왔어."


정은숙 씨는 마당 안의 빈집을 잠시 바라보다 이주현 주무관에게 물었다.

"이 집, 군에서 귀촌 숙박으로 쓴다고 하던데요."


"네, 그렇게 추진 중입니다."


정은숙 씨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집을 볼 때마다 다른 게 보여요. 이 골목 반경 오백 미터 안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여섯 분이에요. 그중 두 분이 장애가 있으시고요. 가장 가까운 보건소가 차로 이십 분이고, 응급 상황 때 구급차가 도착하는 데 평균 사십 분이 걸립니다."


"이 집이 체험 숙박이 되면 가끔 도시 사람이 와서 자고 가겠죠. 근데 이 집이 작은 돌봄 거점이 된다면, 이 여섯 분의 생존 조건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주현 주무관이 말문이 막혔다.


보보가 조용히 거들었다.

"같은 집인데 누가 거기서 사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정바카라이 되는 거네요."


"맞아요." 정은숙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빈집 한 채에 활동지원 거점을 붙이고, 응급 안전 시스템 연결하고, 주간에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돌봄 공간을 만들면요. 할머니들이 시설에 가지 않아도 이 동네에서 계속 사실 수 있어요. 근데 그러려면 주거 예산과 복지 예산이 따로 놀면 안 됩니다. 지금 이 나라에서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에요."


김경훈이 조용히 웃었다.

"어려운 일을 가장 정확하게 보고 계시네요."



집이라는 것


강 할머니가 담벼락에 손을 짚으며 마당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탱고가 아무 말 없이 그 옆을 나란히 걸었다.


"나는 이 동네서 시집와서 오십 년을 살았어. 여기 말고는 갈 데가 없어."

목소리에 떨림이 없었다. 담담했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김경훈이 할머니 곁에 조용히 섰다.

"어르신, 여기서 계속 사셔도 됩니다. 그게 당연한 일이어야 합니다."


그는 덧붙였다.

"장애인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은 거창한 시설에서 오지 않습니다. 지금 이 집처럼 이미 이 마을 어딘가에 비어 있는 작은 공간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경사로 하나, 응급 연결 체계 하나, 이웃의 얼굴 하나. 그것들이 쌓이면 한 사람이 이 땅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이주현 주무관이 한참 마당 안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저도… 솔직히 귀촌 말고 다른 방향은 생각을 못 했어요. 위에서 그 방향으로 기획하라고 해서요. 근데 오늘, 복지 담당자랑 같이 한번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은숙 씨가 작게 웃었다.

"그 말 꼭 지켜주세요. 저 매달 이 골목 옵니다."



제목: 빈집의 아키텍처, 혹은 비어 있는 돌봄을 다시 채우는 일.

슬롯는 빈집을 보면 묻는다. 어떻게 쓸 것인가.

그 질문은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사람을 바라봐야 한다. 이 공간이 누구의 생존 조건을 바꿀 수 있는가.

지방의 빈집은 단순히 남아도는 부동산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에서 사라져 가는 돌봄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아마도 마지막 기회에 가까운 물리적 가능성이다.

장애인이 시설이 아니라 지역슬롯 안에서 살아가려면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한 게 아니다.

비어 있는 집 한 채에 응급 연결 체계 하나, 활동지원 거점 하나, 이웃의 안부 하나가 더해질 때, 그 집은 단순한 건물이기를 멈추고 누군가의 삶이 된다.


결론: 비어 있는 집을 다시 채운다는 것은 건물에 사람이 들어가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에서 사라져 가던 연결을 다시 잇는 일이고, 혼자 남겨진 사람에게 당신은 여기서 계속 살아도 된다는 신호를 보내는 일이다.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은 결국 누구도 혼자 남겨지지 않는 지역이다.

그나저나 보보는 신혼집 구할 때도 "이 건물 나중에 우리가 늙으면 못 살아"라며 접근성 체크리스트를 들고 부동산을 누볐다. 덕분에 우리 집은 경사로도 있고 단차도 없다. 미래의 노인 두 명과 탱고는 살기 좋은 집에 잘 정착했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주파수의 아키텍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