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데가르송 모노클 센트 원 히노끼

by김경훈

[향수 설명]

히노끼는 패션 브랜드 꼼데가르송과 라이프스타일 카지노 게임 모노클이 협업하여 만든 향수이다.

일본 교토의 유서 깊은 여관에 있는 야외 온천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이름 그대로 편백나무 즉 히노끼의 향기를 아주 사실적으로 구현해 냈다.

달콤한 과일이나 화려한 꽃향기는 철저히 배제하고, 뜨거운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편백나무의 쌉싸름한 나무 냄새와 숲의 정기를 가득 담아낸 훌륭한 휴식의 향기이다.



[노트 구성]


탑 노트는 사이프러스와 캄포어, 그리고 화이트 시더이다.

처음 분사하는 순간, 코를 뻥 뚫어주는 듯한 박하향 비슷한 캄포어의 시원함과 쌉싸름한 잣나무 냄새가 아주 강렬하게 퍼진다.


미들 노트는 소나무와 타임, 그리고 베티버이다.

차가운 기운이 한풀 꺾이면 아주 진득하고 축축한 숲의 냄새가 올라온다.

이끼가 낀 젖은 흙바닥과 짙은 녹색의 솔잎 향이 어우러져 깊은 산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베이스 노트는 트리모스와 프랑킨센스이다.

시간이 흐르면 피부의 온도와 섞여 아주 편안하고 정갈한 나무의 잔향이 남는다.

사원의 조용한 향 연기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은은하고 마른 나무 냄새로 마무리된다.



[전체적인 리뷰]

깊은 산속의 고급스러운 편백나무 사우나실에 혼자 앉아있는 듯한 극강의 평화로움을 선사하는 향수이다.

달거나 무거운 향이 없어서 머리가 아프지 않고 아주 깨끗하다.

사람의 살냄새라기보다는 공간의 냄새에 가까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완벽한 힐링이 필요할 때 이보다 더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자연의 향기는 찾기 힘들다.



[대구 도심에 펼쳐진 깊은 숲 속의 온천, 히노끼가 선사하는 완벽한 고립]


오월의 대구는 벌써부터 여름의 문턱을 넘으려는 듯 후덥지근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에어컨 바람에 의지한 채 정보 리터러시 교육 모델 논문의 마지막 장과 씨름하던 김경훈의 곁에, 아주 이질적이고도 반가운 손님이 도착했다.

바로 꼼데가르송의 히노끼이다.

이 향수는 시끄러운 도심의 소음과 더위를 단숨에 차단하고, 나를 인적 없는 깊은 산속의 고요한 온천장으로 순간 이동시킨다.


첫인상은 대자연이 내뿜는 서늘하고 쌉싸름한 숨결 그 자체이다.

분사 직후 코끝을 때리는 캄포어와 사이프러스의 향은 잠시 호흡을 멈추게 할 만큼 시원하고 청량하다.



[감각 사진]

뜨거운 수증기가 꽉 찬 편백나무 사우나 문을 열었을 때, 물기를 잔뜩 머금은 짙은 갈색 나무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쌉싸름하고 상쾌한 피톤치드 향이 폐부를 가득 채우며 이마의 땀방울을 식혀주는 정갈한 풍경.



이 나무 향기는 인위적으로 가공된 매끈한 가구의 냄새가 아니다.

비바람을 맞고 자란 거친 나무껍질과, 그 뿌리를 덮고 있는 축축한 이끼의 생명력이 고스란히 담긴 날것의 자연이다.

달콤한 향에 지쳐있던 후각에 이토록 정갈하고 쌉싸름한 나무 냄새는 마치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

곁에서 낮잠을 자던 안내견 탱고마저 이 편안한 숲의 향기에 동화된 듯, 아주 깊고 편안한 숨소리를 내쉬며 평화로운 오후의 정취를 더해준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평가하자면, 이 향수는 누군가에게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의 냄새라기보다는 잘 지어진 목조 건물이나 고급 스파의 공간 냄새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젖은 나무 특유의 향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비 오는 날의 눅눅한 헌바카라방 냄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보보와 함께 외출을 할 때 입기보다는, 철저하게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깊은 사색에 잠길 때 필요한 개인적인 의식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꼼데가르송 히노끼는 세상과의 단절을 허락하는 합법적인 휴식처이다.

쏟아지는 업무와 일상의 피로에서 벗어나 아무도 없는 나만의 조용한 사우나실로 도피하고 싶을 때, 이 정갈하고 쌉싸름한 편백나무 향기는 가장 완벽한 피난처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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