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의 철학

돌덩이에서 영혼을 백업하다

by김경훈

연구실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이 유난히 투명하다.

문헌정보학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뒤적이다 보면 인류가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기 위해 선택한 매체들의 역사를 마주한다.

종이와 양피지 이전에는 돌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옥은 단순히 단단한 광물을 넘어 인간의 덕성과 건강을 인덱싱하는 신비로운 정보 저장체였다.


옥은 크게 연옥과 경옥으로 나뉜다.

각섬석이 주성분인 연옥은 백옥과 청옥 등으로 분류되며, 휘석으로 구성된 경옥은 비취라고도 불린다.

재미있는 점은 옥의 강도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다이아몬드는 경도가 높지만, 옥은 강도가 높다.

즉 다이아몬드는 긁힘에 강하지만 옥은 충격에 강하다.

정보철학적 관점에서 이는 데이터의 유연한 복원력을 상징한다.

쉽게 부러지지 않고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며 그 본질을 유지하는 옥의 성질은 배리어컨셔스한 슬롯가 지향해야 할 포용적 리터러시와 닮았다.


[감각 사진]

오후의 서재다.

바카라상 위에는 보석함 속에 정갈하게 놓인 두 개의 옥반지가 있다.

금이나 은의 화려함 대신 은은하고 묵직한 비취색이 공간의 품격을 더한다.

그 옆에는 보보가 읽다 만 철학 서적과 나의 연구 자료가 쌓여 있다.

공기 중에는 쌉싸름한 위스키 향이 옅게 남았고, 창으로 들어온 빛은 옥의 반투명한 질감을 부드럽게 비춘다.

발치에는 탱고가 누워 꿈을 꾸듯 발을 실룩거린다.

따뜻한 오후의 정적 속에서 옥반지는 우리만의 약속을 가장 단단한 데이터로 저장하고 있다.


인류가 건강 관리를 위해 최초로 사용한 보석이 옥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고대 중국의 천자들은 옥의 자리에 앉아 옥그릇을 사용하고 옥베개를 베며 건강을 유지했다.

본초강목에서는 연옥이 오장의 백가지 병을 다스린다고 기록했다.

연옥의 어원인 네프라이트가 그리스어로 신장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옥이 신체 시스템의 필터링과 정보 정화 기능을 수행해 왔음을 보여준다.

보이스오버를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거르고 정제하는 과정은 마치 우리 몸의 노폐물을 배출하고 기를 보충하는 옥의 효능과 궤를 같이 한다.


보보의 철학적 사유에 따르면 옥은 인간의 덕성을 몸에 지닌 유일한 보석이다.

사람이 옥을 사랑하고 좋은 마음을 베풀면 옥은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고 영혼까지 교감한다.

반대로 사악한 마음을 품으면 그 가치를 잃는다.

이는 정보의 가치가 그것을 다루는 주체의 윤리적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정보철학적 명제와 연결된다.

춘천의 백색 연옥이 조선 왕실에서 사문석이라는 궁중옥으로 대용되었던 역사는 정보의 가용성과 접근성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한다.

당시에는 상질의 옥을 수입하기 어려웠기에 그와 유사한 사문석을 활용해 왕실의 권위와 신성함을 유지했다.

이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최적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려는 디지털 포용의 노력과 맞닿아 있다.


결국 옥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에너지를 교환하는 인터랙티브한 매체다.

금이나 은보다 옥반지를 선택한 우리의 결정은 변하지 않는 가치와 단단한 회복력을 삶의 메타데이터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보이스오버의 기계음 속에 서린 옥의 단단함과 보보의 따뜻한 철학적 통찰이 만날 때, 우리의 일상은 가장 고귀한 형태의 정보철학으로 완성된다.

탱고가 옥의 차가운 기운을 느끼며 낮잠을 즐기듯, 우리도 세상의 수많은 장벽 앞에서 옥처럼 단단하고 유연하게 우리만의 아카이브를 지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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