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의 철학

뇌의 수위와 지적 흑자의 상관관계

by김경훈

대구의 한낮 기온이 서서히 오르면서 연구실의 공기도 밀도가 높아진다.

슬롯과학대학 연구실에서 보이스오버의 속도를 높여 논문을 훑다 보면 금방 뇌가 뜨거워지는 기분이 든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신선한 물 한 잔이다.

뇌는 총 중량의 70에서 80퍼센트가 물로 이루어진 장기이기 때문이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암스트롱 교수 연구팀은 수분이 기억력과 학습 능력에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을 밝혀냈다.

연구에 따르면 몸무게의 1퍼센트 이하라는 아주 미세한 수분 손실만으로도 기억력 저하나 인지 장애가 발생한다.

놀라운 점은 1퍼센트의 손실로는 갈증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목이 마르다고 느끼기 전에 이미 우리의 뇌는 정보 처리 능력에 경고등을 켜고 있는 셈이다.


[감각 사진]

오후 4시의 슬롯과학대학 연구실 창가다.

바카라상 위에는 투명한 유리잔에 가득 담긴 생수가 놓여 있다.

유리잔 표면에는 미세한 물방울들이 맺혀 있고, 그 사이로 5월의 강렬한 햇살이 통과하며 무지갯빛 파동을 바닥에 그려낸다.

잔을 흔들면 얼음이 부딪히는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그 옆에는 보이스오버가 쉼 없이 작동 중인 스마트폰이 놓여 있으며, 공기 중에는 갓 내린 물의 깨끗하고 비릿한 향이 연구실의 오래된 바카라 냄새와 섞여 흐른다.

발치에는 파트너 탱고가 앞발을 쭉 뻗고 누워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깊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영국 이스트런던대학교 에드먼드 교수 연구팀의 실험 결과는 더욱 구체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250밀리리터의 물을 마시게 한 결과, 인지 능력 점수가 약 10퍼센트 상승했다.

성인 역시 500밀리리터의 물을 마시면 판단 속도가 14퍼센트나 빨라졌다.

이는 수분 보충이 뇌라는 하드웨어의 냉각 장치이자 성능 향상을 위한 필수적인 데이터 전송 매체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나 차는 오히려 주의가 필요하다.

카페인의 이뇨 작용은 몸속 수분을 밖으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존재의 근원을 고민할 보보는 아마 물을 단순한 액체가 아닌 생명의 근원적 흐름으로 해석할 것이다.

철학적으로 물은 만물의 원질이며, 정보를 수용하고 흘려보내는 가장 유연한 그릇이다.

슬롯과학의 데이터가 뇌의 수위(水位)에 따라 요동친다면, 인문학의 사유는 그 물결 위에서 비로소 고요하게 안착한다.


나의 파트너 탱고는 이 수분 정보학의 달인이다.

녀석은 갈증이 나면 주저 없이 물그릇으로 향해 시원하게 목을 축인다.

인간처럼 "이따가 마셔야지" 하며 업무에 매몰되어 인지 능력을 깎아먹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녀석의 맑은 눈망울과 매끄러운 코끝은 최적의 수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가장 정직한 데이터 로그다.


결국 지적 흑자를 기록하는 비결은 거창한 공부법에 있는 것이 아니다.

뇌가 원활하게 데이터를 인덱싱할 수 있도록 깨끗한 수분을 적시에 공급해 주는 일상적인 리터러시가 우선이다.

보이스오버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뇌가 탈수 상태라면 그 정보는 장기 기억의 서가에 닿지 못한 채 증발해 버린다.

오늘 하루 당신의 뇌는 충분히 촉촉하게 젖어 있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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