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메일과 뒷담화를 걸러내는 소크라테스의 알고리즘
결혼식을 올린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대구의 공기는 벌써 초여름의 기운을 품고 있다.
슬롯과학대학 연구실로 출근해 컴퓨터를 켜자마자 보이스오버가 쉴 새 없이 메일 제목들을 읊어댄다.
광고, 공지, 그리고 누군가의 사소한 안부가 섞인 정보의 파도 속에서 나는 소크라테스의 ‘세 개의 체’를 떠올린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를 찾아온 이웃이 친구에 대한 흥미진진한 뒷담화를 꺼내려 했다.
소크라테스는 그 입을 막고 세 가지 시험을 제안했다.
첫째는 진실의 체(진실인가?), 둘째는 선의 체(좋은 내용인가?), 셋째는 유용성의 체(유익한가?)이다.
이 세 가지를 통과하지 못하는 정보라면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이것은 현대 문헌정보학에서 말하는 데이터 필터링의 가장 원형적인 모델이다.
오후 4시의 슬롯과학대학 연구실 창가다.
바카라상 위에는 보이스오버의 음성을 출력하는 무선 이어폰과 보보가 아침에 챙겨준 비타민 음료가 놓여 있다.
음료 병 표면에는 차가운 물방울이 맺혀 아래로 느릿하게 흘러내린다.
이어폰에서는 초고속으로 변환된 텍스트 음성이 흘러나오고, 그 뒤편으로 멀리 인문대학 건물이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연구실 바닥에는 탱고가 배를 깔고 누워 꼬리를 규칙적으로 '탁, 탁' 치며 낮잠을 즐기고 있다.
은은한 종이 냄새와 커피 향이 공기 중에 섞여 부유한다.
나의 보이스오버는 화면상의 모든 텍스트를 정직하게 읽어준다.
하지만 그 모든 데이터가 가치 있는 정보는 아니다.
문헌정보학 연구자로서 나는 이 보이스오버의 스트리밍 사이에서 소크라테스의 체를 가동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카더라' 통계는 진실의 체에서 걸러낸다.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혐오 표현은 선의 체에서 숙청한다.
그리고 내 연구와 삶에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하는 소음은 유용성의 체로 걸러낸다.
인문대학 연구실에 있는 보보는 이 체를 '인식적 정의'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그녀는 정보가 진실인지 선한지를 따지는 행위 자체가 타인에 대한 존중이며, 무분별한 정보의 유통을 막는 것이야말로 지적 윤리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슬롯과학의 데이터 정제 기술과 인문학의 윤리적 필터가 신혼집 저녁 식탁에서 만날 때, 우리의 정보철학은 비로소 완성된다.
나의 파트너 탱고에게는 소크라테스의 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녀석에게 유일한 필터는 '치즈인가 아닌가'뿐이다.
치즈라면 그것이 진실인지, 선한지, 유익한지는 따질 필요도 없다.
녀석의 꼬리침은 가장 원초적이고 정직한 데이터다.
가끔은 복잡한 논리의 체를 내려놓고 탱고처럼 단순하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의 체를 통과하며 살아간다.
내가 보이스오버로 듣는 세상이 더 맑고 깨끗해지기를 바란다.
진실하지도 않고, 선하지도 않으며, 유익하지도 않은 말들이 우리 사이의 경사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4월의 소란함이 지나간 자리에, 이제는 정제된 진실과 따뜻한 선의만이 남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