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이라는 인덱싱
대구캠퍼스는 따뜻한 여운으로 가득하다.
문헌정보학 연구자로서 정보를 조직하고 배포하는 일에 매진하다 보면 가끔은 효율성이라는 명목 아래 순수한 호기심을 뒷전으로 미루게 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대학교 그루버 교수의 잡학 퀴즈 실험은 우리가 불필요하다고 여겼던 잡담과 호기심이 실제로는 얼마나 정교한 정보 저장의 토대가 되는지 증명한다.
연구팀은 112개의 시시콜콜한 잡학 퀴즈를 준비했다.
도시락의 어원이나 고속철도 최초 개통국 같은 사소한 질문들이었다.
실험 참여자들은 자신이 흥미를 느낀 지식에 대해서는 71퍼센트의 정답률을 보였지만 관심 없는 분야는 54퍼센트에 그쳤다.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더 있다.
퀴즈 정답을 기다리는 10초 동안 무작위로 보여준 인물의 얼굴 사진 역시 호기심이 높을 때 4퍼센트 더 많이 기억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람이 특정 대상에 흥미를 느낄 때 뇌의 보상 체계인 복측피개영역과 중격핵이 활발해지며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의 활동까지 덩달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즉 호기심이라는 엔진이 가동되면 그 주변에 흐르던 무관한 정보들까지 기억이라는 폴더에 함께 인덱싱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던지는 농담이나 수업과 무관한 잡담이 나중에 교과서 내용보다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구 연구실 바카라상 위에는 보보와 함께 찍은 신혼여행 사진 액자가 놓여 있다.
액자 옆에는 갓 내린 커피의 고소하고 쌉싸름한 향이 피어오르는 머그잔이 놓여 있고 그 뒤로 점자 정보 단말기와 스크린리더 음성이 흘러나오는 스피커가 자리한다.
발치에는 나의 충직한 파트너 탱고가 턱을 괴고 엎드려 있으며 녀석의 털 사이로 따스한 오후 햇살이 내려앉아 은은한 빛을 발한다.
연구실 벽면을 가득 채운 학술서들의 종이 냄새와 창밖에서 들려오는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평화로운 오후의 정취를 더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미술뿐 아니라 음악과 시에도 조예가 깊은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그는 식욕 없는 식사가 건강에 해롭듯 의욕 없는 공부는 기억을 해친다는 통찰을 남겼다.
그는 기억하고 싶은 대상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흥미가 동반된 상태에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함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연구실에서 보보와 나누는 사소한 일상의 잡담이나 탱고가 치즈를 갈구하며 보내는 엉뚱한 신호들 사이에서 뜻밖의 연구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정보 접근성과 리터러시를 연구하면서 나는 모든 정보가 반드시 딱딱하고 효율적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경로를 이탈하는 호기심과 유쾌한 잡담이 정보의 디지털 포용을 앞당기는 부드러운 중재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배리어프리 슬롯는 어쩌면 정교한 기술 이전에 서로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호기심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호기심이라는 유연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세계를 인덱싱할 때 우리의 기억 장부는 비로소 풍성한 흑자를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