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나 말싸움을 하게 될 때, "생각"은 별로 개입하지 않아요. 몸이 먼저 반응해서 움직입니다. 이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은 심리학에서 관심을 갖고 다루는 것 중 하나죠. 생존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잘 다루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게 되니까요.
옛날, 그러니까 1915년 쯤, 심리학에서 처음 '투쟁-도피(Fight or Flight) 반응'이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은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의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20세기 후반에 한 가지 반응이 더 추가가 되어져요. 그게 바로 '얼어붙기(Freeze)'였어요. 트라우마 연구를 하다보니 신경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투쟁하거나 도피하거나가 아니고 말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은 상태에 있는 반응들을 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죠.
그래서 '투쟁-도피-얼어붙기(Fight or Flight or Freeze)'가 스트레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많이들 사용했었어요.
그런데 최근, 그러니까 2000년대 초반에 'Fawn'이라는 용어가 출현을 해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 중 하나로요.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C-PTSD)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관계에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맞춰주기, 잘 보이기, 달래기'라는 Fawn 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자신의 생존 전략으로요.
풀어서 얘기해드리면, 부모로부터 지적과 비교, 부정적 평가, 창피함, 불안함 등을 겪게 되는 환경에서의 경험이 많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갈등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투쟁-도피-얼어붙기 중의 반응이 아니라 그냥 자신에게 갈등과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과 존재에 맞춰주고 잘 보이는 행동을 하며 공존한다는 거예요.
쉽게 이야기해드리면, 안 좋은 기억으로 인해 그냥 스트레스를 느끼게 될 상황에서 그냥 맞춰주고 잘 보이는 것으로 공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죠. 그것도 아주 많이.
이쯤에서 네 가지 F의 반응에 대해 정리해드릴게요.
1) 바로 말이 세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 Fight
2) 대화 자체를 피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한다? → Flight
3) 그 순간은 아무 말도 못하다가 나중에 후회한다? → Freeze
4) 웃고 넘기고, 사과하고, 맞춰주며 좋게좋게만 간다? → Fawn
한번은 커플이 왔었어요. 여자 분은 남자 친구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는 말을 했었죠. 이런 걸 왜 이렇게 말했지 싶을 정도로 소소한 거짓말에서부터 이걸 어떻게 이렇게 거짓말을 했지 싶은 것까지 다양하다는 거였어요.
진지하게 말했고, 헤어지자고도 말했고, 정말 심각하게 화를 내면서도 말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또 스물스물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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