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환승역에서 만난 사람

낯선 라디오의 목소리로 피어난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

by호주아재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만든다."

참 쉽고 당연하게 입에 담는 말이지만, 그 실타래가 삶의 어느 길목에서 불쑥 풀어져 나가는 모양새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매번 묘한 감동을 느끼곤 한다. 밤 10시, 고요히 문장을 전해주던 BJ 'Go now'의 라디오를 듣다가 알게 된 또 하나의 다정한 인연, '우리°'라는 이름의 DJ 이야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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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온라인카지노에 '낯선 목소리로 흘러나온 내 마음의 조각'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어두운 방 안, 정성껏 꾹꾹 눌러 담았던 내 고백과 생각들이 타인의 목소리를 타고 라디오라는 파도를 탈 때의 기분. 내 안에서만 맴돌던 글이 낯선 목소리를 빌려 누군가에게 닿아 살아서 숨 쉬는 듯한 그 온전한 기쁨을 적어 내려간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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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깊은 울림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또 다른 방송에서 소중한 인연의 물꼬가 텄다. 얼마 전 세상에 나온 바카라《우리가 만난 환승역》에 관한 소소한 대화가 방송 중 이어졌다.

​《우리가 만난 환승역》은 저마다 다른 삶의 궤적을 그리던 26명의 작가가 각자의 정류장에서 건져 올린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오롯이 엮어낸 다정한 공저 에세이집이다. 누군가는 지나온 날들의 묵직한 회한을, 누군가는 찰나의 소소한 행복을, 또 누군가는 사랑과 이별의 아릿한 잔상을 담아냈다.

​저마다의 계절과 치열했던 시간을 지나온 26개의 시선이 한데 모여, 마치 삶이라는 긴 노선 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는 환승역처럼 차분한 온기를 건넨다. 거창한 삶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그저 "당신의 오늘도 참 애썼다"라고 나지막이 다독여주는 글이자, 삶의 수많은 갈림길에 서 있는 이들에게 조용히 띄우는 따스한 편지 같은 바카라이다.



​스쳐 지나가는 인쇄된 글자들의 이야기쯤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듣고 있던 'DJ 우리°'님이 가만히 마음을 열어주었다. 작가님들이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시기만 한다면, 방송 중간중간 틈이 날 때마다 시간을 내어 그 글들을 한 편씩 차근차근 읽어주겠노라 약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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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건넨 그 다정한 선의는 참 따뜻했다. 그 DJ는 자신의 스푼 라디오 방송 중에 짬을 내어, 바카라 속에 담긴 26명 작가들의 글을 한 편씩 정성스럽게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DJ의 우리° 님의 스푼 라디오 방송 화면

글을 담담히 읽어 내려간 후에는 가만히 숨을 돌리며 방금 읽은 문장들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여운을 숨김없이 드러내곤 한다. 청취자들에게 "여러분은 이 글에서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하고 나지막이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스스로 그 글에 깊이 공감해 가만히 감상에 젖어들곤 한다. 바카라장을 넘기며 방송을 이어가던 중 "아니, 이 바카라이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렇게까지 깊이 스며들 줄은 몰랐어요"라며 솔직한 감탄을 뱉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왈칵 차오르는 감정을 추스르며 조곤조곤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이다.


​타인의 문장에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얹어 함께 울컥하고 진심으로 여운을 느끼는 그 순수한 모습이, 낭독 뒤에 찾아오는 그 정적을 한층 더 다정하게 채운다. 단순히 남의 글을 대독 하는 것을 넘어, 글 하나로 DJ와 청취자 모두가 같은 결의 감정을 공유하게 만드는 깊은 소통의 순간이다.


​사실 이 DJ는 전문적으로 바카라을 낭독하거나 거창한 기획을 하는 분이 아니다. 그저 자신을 팔로잉하는 50명 남짓의 작은 온기들을 모아, 그날의 소소한 일상과 안부를 조곤조곤 나누는 정겨운 방을 꾸려가는 분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거창한 홍보 목적도 없는 그 작고 평온한 공간에서 26명 작가들의 문장이 차례로 타인의 목소리를 입고 피어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을 바카라 한 권의 존재를, 방송의 흐름 속에서 잊지 않고 기꺼이 한 자리를 내어 소개해 주는 마음. 나와 동료 작가들의 문장이 그 조용한 소통의 공간을 가만히 채운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진다. 숫자로 계산할 수 없는 온도가 그 작고 단란한 방 안에 묵직하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라디오 방송에서 시작된 작은 인연이 또 다른 방송이라는 파도를 타고 건너가 새로운 안식처를 찾는 과정. 이런 게 정말 대단한 인연이 아닐까. 홀로 써 내려간 고독한 마음의 조각들이 누군가의 다정한 목소리를 만나고, 그 목소리가 또 다른 이들의 소소한 일상 속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일. 세상이 아무리 차갑고 자극적인 소음으로 가득하다고 해도, 이렇게 자신의 시간을 가만히 내어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 밤 세상은 한결 보드랍고 따뜻해진다.

어쩌면 살아가며 이런 따뜻한 사람을 마주치는 것 자체가 삶이 우리에게 내어주는 또 하나의 다정한 '환승'이 아닐까. 차갑고 고단했던 길을 걸어오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온기 가득한 새로운 노선으로 갈아타는 순간. 매일 밤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덕분에, 나는 오늘 밤도 기꺼이 이 다정한 환승역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진다.


P.S.
감사하게도 세상을 향해 띄운 《우리가 만난 환승역》이 어느덧 3쇄를 발행하였습니다. 낯선 이들의 문장에 마음을 내어주시고, 선뜻 바카라을 펼쳐 함께 읽어주신 수많은 독자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마다의 환승역에서 마주친 이 작은 온기들이, 여러분의 하루 끝에도 오랫동안 따스한 위로로 남기를 바랍니다.


스푼 | DJ 우리° 님의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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