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환승역》 - 또 다른 삶의 방향으로 환승
인생의 환승역은 버스나 지하철처럼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가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가 환승역을 지나칠 때가 있다.
잠시 딴생각을 하거나 휴대폰을 보다 보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내릴 곳을 놓치는 일들이 있고, 그럴 때는 대부분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반대편 플랫폼으로 건너간다. 귀찮고 번거롭기는 해도 다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하지만 삶에서는 그렇게 쉽게 돌아갈 수 있을까?
한 번 지나간 선택은 다시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으며, 비슷한 기회가 다시 찾아올 수는 있어도 그때의 시간과 마음은 이미 지나가 버린 뒤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망설인다. 지금 눈앞에 있는 선택이 정말 인생을 바꾸는 환승역인지, 아니면 그냥 스쳐 지나갈 작은 정거장인지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문과와 이과, 혹은 예체능의 길 앞에 서는 순간도 그렇고, 대학 입시와 취업, 결혼 역시 그렇다. 누군가는 익숙한 삶을 떠나 다른 나라로 향하기도 하며, 나 역시 그런 선택을 했던 사람이다.
호주에 와서 요리사로 살아간 시간은 내 삶에서 가장 큰 '환승'이었다.
처음에는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낯선 언어 속에서 일하며, 하루를 버티고, 다시 다음 날을 준비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특별한 일들이 많아서 기억에 남는 시간이라기보다 그렇게 겨우 한 정거장씩 삶을 이어 붙이며 절실하게 버텨낸 시간이었기 때문에 오래 남아 있다.
그래도 누군가 지금의 삶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돌아가는 길보다 낯선 길을 선택하며 잃은 것도 있었지만, 그만큼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행복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삶은 아니어도 지금의 나는 분명 예전보다 더 단단하고, 조금은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힘든 순간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갱년기'였다.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았고, 이유 없이 감정이 흔들리는 날들이 많아지며, 그 시간을 견디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무너지는 나 자신을 붙잡기 위한 글이었다.
잘 쓰고 싶은 마음보다는 어디에도 꺼내놓지 못했던 감정들을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사실 나는 원래 글과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다.
어릴 때 그림일기 아래에 짧은 문장을 적던 기억 정도가 전부였던 내가 어느 날 온라인카지노라는 공간에 들어오게 되었고, '미야의 글빵 연구소'라는 따뜻한 공간에서 사람들의 글을 읽고, 마음을 배우며 문장을 나누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것 역시 또 한 번의 '환승'이었다.
인생은 꼭 거창한 선택으로만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가장 큰 환승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저 글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장보다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상처를 조용히 꺼내놓았으며,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글 아래에 따뜻한 말을 남겼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이었다. 삶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기회나 대단한 성공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오래 남는 건 사람과의 관계였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도 달라지고, 버텨내는 힘도 달라진다.
글을 통해 만난 작가님들은 내게 그런 사람들이었다.
서로의 문장을 읽어주고, 서툰 마음을 응원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글벗이 되어주었다.
분명 혼자였다면 중간에 내려버렸을지도 모를 삶의 길을 함께 걸어 여기까지 오게 만든 사람들...
살아온 시간도 다르고 품고 있는 고민도 다르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있다는 점만은 닮아 있었다.
지금도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또 다른 환승역을 향해 가고 있다. 누군가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고, 누군가는 잠시 멈춰 쉬어가고 있다. 그래도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함께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조금 덜 외롭다.
그렇게 스물여섯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과 사연을 품은 채 하나의 환승역에 모였다.
누군가는 긴 고독의 시간을 견디며 글을 썼고, 누군가는 오래된 추억을 문장 속에 담아두었으며, 어떤 글에는 슬픔이 스며 있었고, 어떤 글에는 소소한 행복과 낭만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는 끝까지 버텨낸 시간을 이야기했고, 또 누군가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을 써 내려갔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글을 쓰고 있지만 스물여섯 개의 이야기는 모두 다른 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누구의 삶도 똑같지 않았고, 누구의 문장도 서로를 닮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다른 마음들이 모여 한 권의 바카라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만난 환승역》》
아마 이 글들을 읽다 보면 누군가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떠올릴 것이고, 또 누군가는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었던 감정을 조용히 꺼내보게 될지도 모른다.
"아, 나도 그런 적 있었는데."
"나도 저런 마음으로 버틴 날이 있었지."
그런 작은 공감들이 페이지 사이사이에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사람은 결국 비슷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조금 외롭고, 조금 그립고, 가끔은 흔들리면서도 다시 오늘을 살아내는 마음으로...
이번 바카라에는 그런 시간들이 담겨 있다.
고독과 기쁨, 슬픔과 낭만, 추억과 행복 같은 삶의 조각들이 각자의 문장 안에 천천히 스며 있고, 지금의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하나의 환승역에 함께 서 있다. 각자가 지나온 길은 달랐지만, 앞으로 이어질 인생의 여정을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