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산삼자연휴양림, 숲의 시간이 반려동물에게도 열리는 공간
함양군 서상면의 어느 버스정류장 옆에는 이정표가 서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부전계곡 3.5km 서운암 2.5km 덕유올래촌 1.9km. 파란 표지판들이 저마다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사이에서 갈색 표지판 하나만 아래쪽을 향해서 가면 된다. 이곳에서 함양산삼자연휴양림 5.5km 정도 거리가 있었다. 10월에 만나보는 함양만의 휴양을 할 수 있는 산삼휴양림은 어떤 곳일까.
길은 계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나무로 깎은 안내판에 산삼을 든 캐릭터가 엄지를 세우고 남은 거리를 알려준다. 3.4km. 그다음 갈림길에서는 왼쪽이 산양삼 시범단지였고 오른쪽이 휴양림이었다. 산삼을 키우는 숲과 사람을 쉬게 하는 숲이 한 골짜기에서 갈라진다.
산삼의 이름을 얻은 숲은 함양은 오래전부터 산삼의 땅으로 불렸기에 제법 잘 어울린다. 지리산과 덕유산 사이에 1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겹겹이 서 있고 그 그늘진 비탈은 삼이 뿌리내리기 좋은 자리였다. 2012년 대봉산자연휴양림이 문을 열 때도 지역 언론은 그 산을 옛날부터 산삼이 많이 나던 곳으로 소개했다. 이 휴양림의 이름이 산삼인 것은 그런 땅의 힘을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휴양림이 자리한 골짜기는 깃대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흘러내려가면서 만든 길이다. 깃대봉은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다고 전해진다. 두 나라가 깃발을 꽂고 서로를 바라보던 능선에서 내려온 물이 지금은 서어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활엽수림 사이를 조용히 지나간다. 경계에서 시작된 물이 쉼의 자리로 흘러든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에 남는다.
반려견과 함께 묵는 곳인 만큼 기준이 있다. 객실당 반려견은 최대 2마리까지다. 놀이터 앞 안내판에는 일곱 가지 준수 사항이 적혀 있었다. 동물등록을 한 반려견과 동행한 13세 이상 보호자만 입장할 수 있고 13세 미만 어린이는 성인 보호자와 함께 들어가야 한다. 예방접종을 마친 반려견만 들어갈 수 있으며 사나운 견과 질병이 있는 견 미등록 견 발정 시기의 견 맹견은 출입할 수 없다. 배변 봉투와 안전줄은 반드시 챙기고 배설물은 보호자가 직접 치운다. 놀이터 안에는 음료를 제외한 음식물을 들일 수 없다. 목줄은 출입문을 지난 뒤 안에서 풀고 나올 때 다시 채운다.
주소는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 가르내길 202-1이고 문의는 055-964-9886~7로 하면 된다.
시월의 숲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가을이 오지 않아서 그런지 한 가지 초록으로 채워져 있었다. 숲 속의 집 옆 단풍나무 몇 그루만 이른 붉은빛을 띠고 있었는데 그 색이 오히려 계절을 앞질러 간 사람처럼 보였다. 시월이 되면 그 단풍나무들이 숲 전체를 따라잡을 것이다. 서어나무와 참나무가 주인인 활엽수림은 가을에 다채로운 색을 만든다.
산삼자연휴양림은 2012년에 개장한 함양군 공립 휴양림이다. 그리고 2023년 이곳은 한 번 더 이름을 바꿔 달았다. 반려견 전용 휴양림이다.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2024년 11월 이곳에서 반려견 프로그램인 숲 속 멍스토랑을 열면서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사람이 쉬던 숲이 이제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쉬는 숲이 된 것이다.
휴양림 입구의 안내도를 보면 계곡이 V자로 흐르고 그 양쪽 비탈에 시설들이 번호를 달고 앉아 있다. 산바카라로 관리사무소 산삼휴양관 숲 속의 집 관정 주차장 쉼터데크 목교 배수지. 몇몇 번호 위에는 갈색 테이프가 덧붙여져 있었다. 지금은 쓰지 않는 시설을 지운 흔적으로 보였다. 안내도조차 시간이 지나며 고쳐 쓰이고 있었다.
숙박시설은 세 가지 형태로 구성이 되어 있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2024년에 밝힌 규모로는 산삼관 1동 4실 휴양관 1동 8실 숲 속의 집 2동이다. 안내도에는 숲 속의 집이 4동으로 적혀 있어 현장 표기와 공식 발표 사이에 차이가 있다. 실제 객실 구성은 예약 페이지에서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숲 속의 집은 짙은 갈색 목재 외벽에 흰 처마를 두른 단층 건물이다. 문 앞에는 경사로와 난간이 이어져 있다. 비탈을 따라 놓인 길에는 둥글게 다듬은 회양목과 커다란 화강암 석축이 층층이 이어진다. 그 위로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섞여 있어 가을이면 이 길의 색이 가장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 휴양림을 다른 곳과 구별 짓는 것은 반려견 놀이터다. 초록 펜스로 둘러싼 인조잔디 마당이 숲 한가운데 펼쳐져 있다. 출입문은 이중으로 되어 있고 한쪽 끝에서 숲길이 이어진다. 놀이터로 내려가는 굽은 길목에는 하얀 강아지 조형물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한여름 반려견에게 버거웠던 인조잔디 마당도 선선한 바람 속에서는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운동장이 된다. 개와 함께 걷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있다면 아마 지금이지 않을까. 이 휴양림은 겨울이면 문을 닫는다. 그러니 시월은 숲이 한 해를 접기 전에 내어주는 마지막 긴 계절이다. 정확한 휴관 시작일은 해마다 공지되므로 떠나기 전 숲나들e 공지를 한 번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이곳의 예약은 산림휴양 통합 플랫폼 숲나들e에서 온라인으로만 받는다. 매월 1일부터 3일까지는 함양군민과 경남도민 그리고 산림복지바우처 이용자를 위한 우선 예약 기간이다. 일반 예약을 노린다면 그 이후를 기다려야 한다. 정기 휴장일은 매주 화요일이고 입실은 오후 3시 퇴실은 오전 11시다. 요금은 2026년 4월 갱신된 한국관광공사 계열 관광정보 기준으로 다음과 같다. 10월은 비수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한 성수기 구간은 예약 화면에서 확인해야 한다.
신라와 백제가 서로를 겨누던 능선에서 물이 내려오고 그 물가에서 산삼이 자랐고 이제는 개 한 마리가 낙엽 위를 뛰는 시간을 함께해 볼 수가 있다. 경계였던 자리가 함께 머무는 자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이 골짜기에 쌓였을까. 서상면 이정표의 갈색 화살표는 여전히 아래를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10월에 이곳을 방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빨리 예약을 해도 좋고 잠시 방문해 보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