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정읍 구절초 꽃축제

솔숲 아래 번지는 하얀 물결을 보면서 걷기에 좋은 정읍여행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가끔 찾아올 때가 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만들고 싶은 것도 있어서 늘 바쁘게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이따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그리워진다. 꽃과 정원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마음을 쉬게 하는 꽃멍 같은 시간 말이다. 하얗게 피어나는 정읍의 꽃 구절초를 보러 정읍으로 길을 잡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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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 아래 번지는 하얀 물결을 만드는 제19회 정읍 구절초 꽃축제는 10월 8일부터 18일까지 11일간 산내면 구절초 지방정원에서 열린다. 이곳은 전북특별자치도 제1호 지방정원이다. 추령천이 크게 휘돌아 나가는 자리에 솔숲이 서 있고 그 아래로 구절초가 흰 물결처럼 채워져 있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머무는 가을, 구절초에 담다'다. 보고 지나가는 축제보다 머물다 가는 축제를 담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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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정원은 구절초정원과 물결정원, 들꽃정원, 참여정원, 솔숲정원의 다섯 형태로 조성이 되어 있다. 그 사이로 구절폭포와 정상전망대, 운회루, 망경대, 출렁다리가 이어진다. 구절초 터널을 지나는 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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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중심은 결국 정원 그 자체다. 잔디광장과 중앙광장에서는 개막 축하공연과 광장 한마당 공연, 마칭밴드 거리공연과 버스킹이 이어진다. 꽃밭 야외무대에서는 명사 토크콘서트와 꽃밭음악회가 열린다. 반려식물 이동클리닉과 구절초 꼴라주 만들기, 나무놀이 감성체험처럼 손을 움직이는 체험도 마련됐다. 힐링테마관에서는 구절초 족욕을 해볼 수 있다. 집와이어를 타면 하늘에서 정원을 내려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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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부담스럽다면 솔숲 사이를 천천히 도는 구절초 꽃열차를 타는 방법도 있다. 공연과 일부 체험은 날짜와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리플릿 일정표를 미리 살펴두는 편이 좋다.


먹거리장터에는 향토식당 9곳과 특산물 먹거리 판매장 29곳, 푸드트럭 6대를 이용해 볼 수가 있다. 그동안 구절초 두부김치와 산채비빔밥, 정읍 한우 같은 향토색 짙은 메뉴가 장터를 채워왔다. 맛을 따라 걷는 여행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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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사람이 많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여유롭게 정원을 걷고 싶다면 오전 일찍 오거나 늦은 오후를 고르는 것이 낫다. 매표소는 정문과 후문을 합해 세 곳이다. 주차장은 다섯 곳으로 나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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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가운데 피어난 구절초를 오래 바라본다. 정원을 걷다가 문득 최근에 본 영화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수만 송이가 한 무리로 피어 있어도 꽃은 저마다 한 송이씩 피어난다. 무리 속에 섞여 있으면서도 각자의 시간을 피워내는 셈이다. 사람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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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본다. 정원에는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어린나무들이 있다. 소나무 가지는 하늘로 뻗어 있다. 오래 서 있던 것과 새로 시작하는 것이 한 정원 안에서 같은 가을을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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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의 산내면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곳이다. 정원을 돌아본 뒤에는 산내면 장금마을의 '장금이 파크'에 들러볼 만하다.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장금설화를 바탕으로 의녀 대장금의 정신을 잇는 전통문화와 음식을 주제로 한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이다. 약선요리나 발효음식을 맛보고 나면 구절초 향이 조금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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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로 오고 싶다면 농뚜레일 투어도 눈여겨볼 만하다. 농촌진흥청과 한국철도공사,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만든 농촌체험 기차여행 상품이다. 논두렁과 두레, 레일을 엮은 이름에 농촌과 철도의 연결이라는 뜻을 담았다. 구절초 축제와 연계한 상품이 열리면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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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겠다고 온 여행이었다. 돌아보면 생각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다만 그 생각들이 조금 느려졌을 뿐이다. 구절초가 피어 있는 동안 그 느린 속도로 한 번쯤 걸어보는것도 좋다. 이 가을이 건네는 질문은 어쩌면 그 정도의 크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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