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이 흐르는 공간에 자리한 금강수목원 재개장 산바카라기
금강수목원이 자리한 곳은 아버지의 묘소가 가까이 있는 곳이어서 자주 지나쳐간 곳이었다. 금강수목원은 불티교를 건너면 돛을 단 돌배 하나가 보이는데 다리 이름을 새긴 표석이 배 모양이라는 것이 우연 같지 않아 보인다. 이곳은 금강이 휘돌아 나가는 자리이고 그 강을 등에 업은 숲이 1년 넘게 문을 닫았다가 막 다시 열린 것이다.
금강수목원이 포함된 충남산림자원연구소는 충남도 소유지만 실제 소재지는 세종시에 자리하고 있다. 충남도가 지난해 7월 연구소의 청양 이전과 매각을 결정하면서 같은 해 6월 말 시설 운영이 멈췄다. 연구소 부지 안에 금강자연휴양림과 수목원이 있어서 주민의 여가 공간과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공공성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그러던 중 세종시와 충남도는 2026년 9월 16일 산림박물관 잔디광장에서 금강수목원 재개장과 공동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추석을 앞둔 9월 21일 황토 메타길과 산바카라로 같은 야외 공간을 무료로 임시 개방했다. 숙박시설과 열대온실과 산림박물관은 종합 점검과 리모델링을 거쳐 차례로 열고 완전 개방은 내년 1월쯤으로 내다보고 있다. 운영비는 두 지자체가 함께 내고 시설비는 관리주체인 충남도가 맡는다. 두 기관은 이곳이 모두의 공공 자산이 되도록 정부에 국유화도 건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공원이 사람을 위해 공간을 조성해 둔 곳이라면 수목원은 나무를 위해 사람이 드나드는 곳에 가깝다. 문을 닫기 전 이곳 수목원 구역에는 산림유전자원 2383종이 보존돼 있었고 산림박물관에는 1869건 3541점이 전시돼 있었다. 숫자는 곧 시간이다. 한 그루를 기르는 데 수십 년이 걸리고 한 종을 지키는 일은 세대를 넘겨 이어져야 한다.
그래서 수목원의 폐쇄는 단순한 휴장이 아니다. 관리가 끊긴 1년은 사람에게는 짧아도 식물 수집원에게는 긴 공백이다. 걷다 보면 새로 지주목을 세운 어린 나무와 막 흙을 뒤집은 화단이 곳곳에 보인다. 숲이 다시 사람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서둘러 몸을 추스른 흔적이다.
안내도를 보면 이 숲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금강이 흐르고 아래로는 도남천이 지나며 안쪽에는 연못이 자리한다. 숲은 물에 둘러싸여 있고 물은 숲을 거쳐 강으로 간다. 무장애나눔길 데크를 따라가다 만난 낙우송 한 그루가 그 의미를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강 곁의 숲은 몇 가지 일을 조용히 하고 있다. 빗물을 머금었다가 천천히 흘려보내 하천으로 쏟아지는 물의 속도를 늦추는데 흙이 쓸려 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뿌리가 붙잡아준다. 여름이면 강변의 열기를 식히고 물가 생물이 오가는 통로가 된다. 금강 수계처럼 도시와 농지와 하천이 맞닿은 곳에서 이런 숲은 강의 건강을 떠받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수목원은 그 완충지대를 가장 잘 관리하고 가장 가까이서 보여주는 방식 가운데 하나다.
금강수목원은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숲이다. 금강숲 무장애나눔길 입구에는 휠체어와 유모차 표시가 나란히 붙어 있다. 경사를 누그러뜨린 데크 길은 휠체어를 탄 사람과 아이를 태운 부모와 걸음이 느린 어르신도 같이 이곳을 걸어볼 수가 있다.
자연의 장점은 쉼의 다양함이다. 황토메타길에서는 맨발로 흙을 밟고 숲 속 쉼터에서는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른다. 문학의 숲 창연정 가는 길 안내판 아래 숲 속바카라방 표지가 붙어 있는 것도 반갑다. 숲이 산바카라로에 머물지 않고 읽고 머무는 장소로 확장된다.
계절을 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 9월 하순의 수목원에는 붉은 꽃무릇이 길섶에 피었고 은행나무 잎 끝은 아직 초록이다. 도시에서는 달력으로 아는 계절을 이곳에서는 색으로 알 수가 있다. 경계를 넘는 공공성을 가진 이곳은 세종에 있고 충남이 소유한 숲을 두 지자체가 함께 운영하기로 한 선택은 주민의 쉼에 행정구역이 따로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발권기 화면에 충남도민과 세종시민과 대전시민 버튼이 나란히 놓인 모습이 그 뜻을 작게 보여주고 있다.
열대온실의 유리 돔은 아직 조용하다. 삼각형 유리판 사이로 햇빛이 들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산림박물관과 동물마을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반쯤 열린 숲을 걷는 일에는 묘한 여백이 있다. 다 갖춰진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새로 세운 지주목 한 쌍과 다시 칠한 노란 차선과 50미터 앞으로 옮겨진 매표소 같은 것들은 누군가 이 숲을 다시 열기 위해 준비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은 1년 동안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숲도 닫힌 문 안에서 자라기를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멈췄던 것은 사람의 발길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발길이 다시 이어지는 지금 이 숲이 강에게 무엇을 돌려주고 우리에게 무엇을 남길지는 내년 봄의 돔이 열릴 때쯤 조금 더 선명해질 것이다. 올해는 조용하게 걸어보기에 좋은 금강수목원을 방문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