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대하, 바라보면

대하가 붉게 익어갈 때, 홍성 남당항에서 만나는 가을의 맛

가을을 만끽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높아진 하늘을 보며 계절이 바뀌었음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서늘해진 아침 공기에서 가을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바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에게 가을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수조 안을 힘차게 헤엄치는 새우와 꽃게, 불판 위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전어가 계절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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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시작되는 9월, 충남 홍성의 남당항을 찾아가면 그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천수만을 바라보고 자리한 남당항은 사계절 싱싱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지만 특히 가을이 되면 더욱 활기가 넘친다. 대하와 전어 꽃게가 한꺼번에 제철을 맞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남당항은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안면도와 마주하고 있으며, 수산물뿐 아니라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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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항으로 들어가는 길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도로 양쪽으로 횟집과 수산물 음식점의 간판이 길게 이어지고 주차장을 찾는 차량과 식당을 오가는 사람들로 포구는 분주하다. 가을이 되면 바다가 풍경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식탁까지 연결된다는 사실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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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당항은 더욱 활기가 넘친다. 제31회 홍성남당항 대하축제가 2026년 9월 4일부터 11월 8일까지 남당항 일원에서 이어진다. 9월 4일부터 6일까지 개막공연이 마련됐으며, 9월 25일부터 26일까지는 추석 특별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대하와 남당항 수산물 판매뿐 아니라 문화공연과 관광객 참여 프로그램 등이 함께 펼쳐지는 홍성의 대표적인 가을 먹거리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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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 쪽으로 걸어가면 바닷가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작은 어촌의 풍경과는 조금 다르다. 넓게 정비된 공간에 야자수를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늘어서 있고 바닥에서는 시원하게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아이들은 분수 사이를 뛰어다니고 가족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간다. 한쪽에는 공연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천막 아래에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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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이런 모습만 바라보면 아직 여름 같은 느낌도 남아 있다. 그렇지만 음식점 앞 수조를 들여다보는 순간 계절은 분명하게 가을로 바뀌어 있다. 수조 안에는 새우가 가득하다. 끊임없이 물을 움직이며 헤엄치는 새우도 있고 얼음 위에 가지런히 놓인 새우도 있다. 바구니를 들어 올리자 긴 수염을 가진 새우들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다. 손바닥보다 훨씬 큰 새우 한 마리를 직접 들어 보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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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항의 가을을 대표하는 주인공은 역시 대하다. 대하는 가을을 대표하는 서해안의 먹거리다. 특히 9~10월에 살이 오르면서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담백하면서도 은근한 단맛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 찾아온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남당항을 비롯한 서해안의 포구마다 새우를 맛보기 위한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대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소금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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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냄비나 팬 바닥에 굵은소금을 넉넉하게 깔고 그 위에 새우를 올린다. 처음에는 회색빛을 띠던 새우가 열을 받으면 조금씩 선명한 주황빛으로 변한다. 뚜껑을 열었을 때 올라오는 김과 함께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퍼지면 기다리는 시간도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전한 새우가 한입의 음식으로 바뀌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산지에서 바로 먹는다는 경험이 더해지면서 맛은 훨씬 풍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대하를 먹기 위해 남당항을 찾는 여행은 음식만을 먹고 돌아가는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수조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익어가는 냄새를 맡고, 뜨거운 새우의 껍질을 직접 벗겨 먹는 모든 과정이 가을 여행의 한 장면이 된다. 그렇지만 남당항의 가을을 대하 하나로만 설명하기에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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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포구를 걷다 보면 전어 굽는 냄새가 사람을 붙잡을 때가 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오래된 표현이 생겨났을 만큼 전어구이는 냄새부터 강렬하다. 숯이나 불판 위에서 껍질이 노릇해지고 기름이 배어 나오기 시작하면 입맛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대하의 탱글한 식감과 전어의 고소함이 서로 다른 가을을 보여준다면 그 옆에는 꽃게가 또 다른 맛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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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뒤에는 바다 가까이 조성된 공간을 걸어볼 수 있다. 넓은 광장을 지나 바다 쪽으로 향하면 천수만의 바람이 불어오고, 낮에는 파란 하늘과 바다가 펼쳐지며 늦은 오후가 되면 서해 특유의 노을을 기다려볼 수도 있다. 축제의 북적거림 속에서도 조금만 바다 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포구를 찾았다는 느낌을 다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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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옆에는 전어가 있다. ‘가을 전어’라는 말은 이제 너무 익숙하지만 그 말에는 이유가 있다. 전어는 봄과 여름의 산란기를 거친 뒤 먹이를 먹으며 지방과 영양분을 축적하는데, 가을이 되면 봄보다 지방 함량이 크게 높아져 특유의 고소한 맛이 짙어진다. 그래서 회로 먹어도 좋고 뼈째 썬 세꼬시로 즐겨도 좋으며, 불 위에서 노릇하게 구웠을 때는 전어가 가진 고소함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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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와 전어, 꽃게 이 세 가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을 남당항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다. 무엇을 하나 골라 먹어야 하는 여행이 아니라 조금씩 다른 바다의 맛을 이어서 경험할 수 있다. 먼저 대하를 소금구이로 먹고 고소한 전어를 곁들이고, 마지막에는 꽃게탕이나 해산물이 들어간 국물 음식으로 마무리하면 하나의 가을 코스가 완성된다.


벚꽃을 보면 봄을 떠올리고 눈이 내리면 겨울을 생각하듯 어떤 계절에는 음식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대하가 붉게 익어가는 모습과 전어 굽는 냄새, 꽃게의 단단한 껍데기 속에서 꺼내 먹었던 달큼한 살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바다와 함께 기억된다. 남당항이 가을여행지로 좋은 이유는 먹거리만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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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수조에서도 꽃게도 눈에 들어온다. 장갑을 낀 손에 들려 있는 꽃게는 두툼한 집게와 단단한 등딱지만 보아도 존재감이 상당하다. 꽃게 역시 봄과 가을 두 번 제철을 맞는다. 봄에는 알을 품은 암꽃게가 인기가 많고, 가을에는 살이 차오른 수꽃게가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찜으로 익혀 달큼한 살맛을 그대로 즐겨도 좋고, 꽃게탕으로 끓이면 시원하고 깊은 국물까지 맛볼 수 있다.



아직 낮에는 햇살이 뜨겁게 느껴지는 9월이다. 사진 속 하늘 역시 한여름처럼 짙은 파란색을 보여주고 있고 아이들은 분수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렇지만 수조 속 대하와 전어, 꽃게를 바라보고 있으면 가을은 이미 바다에서 시작됐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을은 꼭 단풍으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가을은 산을 붉게 물들이며 오고, 어떤 가을은 포구의 수조를 가득 채우며 찾아온다. 홍성 남당항에서는 후자를 만날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고, 축제를 즐기고, 소금 위에서 붉게 익은 대하 한 마리를 손으로 벗겨 먹는다. 고소한 전어를 맛보고 살이 오른 꽃게까지 만나볼 수가 있다. 가을의 맛이 어디에서 시작되느냐고 묻는다면, 남당항에서는 바다라고 대답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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