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포도, 여름 과일이 가득한 2026 영동포도축제 다녀왔습니다.
올해 여름 마지막에 영동으로 발길을 해보았다. 영동 하면 생각나는 과일은 포도와 복숭아, 자두다. 내가 찾아간 날 하늘은 종일 흐렸고 바닥은 비에 젖어 있었지만 무지개 아치를 지나 관광지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기에 옅은 포도 향이 배어 있었다. 올해로 스물한 번째를 맞은 영동포도축제는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영동레인보우힐링관광지 일원에서 열렸다.
주차장에서 판매장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산바카라 코스로 조성이 되어 있다. 비에 젖은 화강암 보도블록이 짙게 색을 머금었고 길가에는 보랏빛 유도등이 촘촘히 서 있다. 한쪽 옹벽에는 전통 수묵화풍 벽화가 길게 이어져 걷는 즐거움 더했다. 포도 향과 물기 머금은 풀 내음이 뒤섞인 길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 올라가 본다.
올해 열린 영동포도축제는 눈으로만 보는 축제가 아니라 온몸으로 참여하는 축제에 가까웠다. 축제의 메인은 역시 판매장이었다. 커다란 천막 안으로 들어서면 영동의 읍면별 판매 부스가 길게 늘어서 있는데 학산면, 추풍령면, 양강면, 상촌면까지 각 지역 농가가 직접 나와 그해 수확한 과일을 내놓고 있었다.
주인공은 단연 포도다. 검보랏빛 캠벨얼리가 상자째 쌓여 있고 알이 굵은 샤인머스캣도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현장 안내판에서 본 가격은 부스마다 조금씩 달랐는데 자두 1kg 1만 원, 샤인머스캣 2kg 1만 3천 원, 캠벨얼리 3kg 1만 원에서 1만 4천 원 선에 형성되어 있는데 가격은 품질 등급과 그날 물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면 된다.
포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그레하게 익은 복숭아와 새콤한 자두가 눈길을 끌었고, 4kg 한 상자에 2만 5천 원에서 3만 원가량에 판매되고 있었다.
추풍령 면사무소 부스에는 생표고버섯과 슬라이스 건표고, 표고 가공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포도의 계절에 만난 산의 향이라 오히려 반가웠다고 할까. 5만 원 이상 구매하면 영동사랑상품권을 돌려주는 행사도 진행돼, 선물용으로 넉넉히 사는 분들이 많았다.
포도밟기 체험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보랏빛 포도를 직접 발로 밟아 보는 시그니처 코너로, 축제 기간 매일 하루 다섯 차례 진행된다고 한다. 올해 체험비는 2,000원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다. 포도를 직접 수확해 보는 포도 따기 체험도 함께 운영된다.
영동은 국내 최대 와인 생산지로 꼽히는 고장이다. 그 이름값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복합문화예술회관 앞 와인 부스존이었다. 여러 지역 와이너리가 나란히 천막을 펼치고 각자의 와인을 소개하고 있었다. 비 오는 평일 낮이라 자리가 한산했지만 그만큼 여유롭게 한 잔씩 맛보기에는 좋다.
부스마다 애플 스위트, 애플로제 스위트, 캠벨 스위트, 캠벨 드라이처럼 성격이 다른 와인을 갖춰 두고 시음을 권했다. 500mL 병 기준 1만 원에서 1만 5천 원 선,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캔 와인은 7,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눈길이 오래 머문 부스는 블루와인컴퍼니였다.
이곳의 베리와인 1168 CS가 2026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술 품평회는 2010년에 시작된 국내 유일의 정부 주관 전통주 경연대회로, 올해는 전국 294개 업체가 472개 제품을 출품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술이 바로 영동 포도로 빚은 이 와인이다.
베리와인 1168 CS는 충북 영동에서 재배한 당도 14 브릭스 이상의 캠벨얼리 포도로 빚은 알코올 13도의 과실주다. 포도를 파쇄한 뒤 발효에 앞서 즙과 껍질을 저온에서 접촉시키는 저 온침용, 짧은 1차 발효, 착즙 후 2차 발효를 거친다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원물의 신선한 풍미를 살리면서 예전에 집에서 빚어 마시던 과실주의 맛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명한 자줏빛과 딸기·꽃 향, 신선한 산도와 탄닌의 균형이 특징이다. 3대째 가족이 운영하는 와이너리이면서 와인 양조학을 전공한 인력이 품질을 관리한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동 와인은 2013년 도란원 샤토미소와인을 시작으로 이 품평회 과실주 부문에서 여섯 차례 대상을 받아 왔고, 최근에는 3년 연속으로 과실주 부문 대상을 이어 왔다. 부스 한편에는 그 시간을 증명하듯 그랑골드 트로피와 대한민국 주류대상 상패가 함께 놓여 있었다.
비에 젖은 축제장은 오히려 차분했다고 할까. 한 알의 포도가 상자에 담기고 한 방울의 즙이 와인이 되기까지, 이 고장이 여름마다 쌓아 온 시간이 축제라는 이름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나름 의미 있는 날이었다.
축제 기간 2026년 8월 27일(목)~30일(일)
장소 영동레인보우힐링관광지 일원 (충북 영동군 영동읍 영동힐링로 248)
상시 프로그램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저녁에는 콘서트와 공연이 이어짐
포도밟기 체험 하루 5회 진행, 체험비 2,000원
교통 축제 기간 관광지 내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됩니다. 주차장과 행사장을 잇는 순환버스가 증편 운행되고 외지 방문객을 위한 무료 셔틀택시도 운행됩니다.
우천 팁 실내 키즈파크와 판매장 천막, 건강체험관이 갖춰져 있어 비가 와도 즐길 거리가 충분합니다. 다만 산바카라로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편한 신발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