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이 품은 제천의 자연 속에서 쉼을 하고 물놀이를 해보다.
이제 8월도 후반부로 가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 휴가를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더운 여름날에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품고 휴가를 다녀오지 않았을까. 물놀이하면 깨끗한 곳에서 하고 싶은 사람들을 이끄는 곳이 바로 제천이라는 곳이다. 제천에 월악산이라는 곳으로 가보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계곡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면 시간 가는 것조차 모를 정도이다.
제천의 계곡으로 찾아가는 길목에서 이정표가 서 있다. 한쪽은 용하계곡, 한쪽은 월악산 영봉. 도전로라는 이름을 단 파란 표지판 아래로 낡은 버스정류장 하나가 있는 곳이다. 시골길은 항상 정감이 있어서 좋다. 계곡은 영봉에서 발원해 아홉 굽이를 돌아 내려온다. 그 굽이마다 이름이 붙어 용하구곡이라 불린다.
이름을 붙였다는 건 사람이 그만큼 많이 찾아왔다는 의미가 아닐까. 물이 바위를 깎는 데 걸린 시간과 그 바위에 이름을 새긴 시간은 단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막상 닿은 계곡은 물이 깊지 않은 편이다. 자갈과 반석이 강바닥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채 길게 이어져 있다. 바위 위로 얕게 파인 홈과 오래 물이 지나간 자리마다 남은 길도 보인다. 빛깔이 바랜 돌과 아직 젖어 검은 돌의 경계는 물이 빠지자 계곡은 자기가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제천의 계곡에는 무더위를 피해 사람은 물을 찾아 들어가서 더위를 식혀본다. 물이 맑아서 바닥의 돌멩이 하나까지 다 비친다.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앞서 걷고 노란 모자를 쓴 아이들이 뒤를 따른다. 어른의 걸음은 물살을 읽고 아이의 걸음은 물살을 즐긴다. 같은 물을 건너도 건너는 방식이 다르다.
이 계곡은 누군가에게는 조심해야 할 자연이고 누군가에게는 처음 만나는 놀이터다. 물은 그저 흐를 뿐인데 사람마다 다른 시간을 보내본다. 이렇게 시원하게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것도 1년에 두 달쯤 된다.
계곡을 등지고 돌아서면 캠핑장이다. 아름드리나무가 줄지어 그늘을 드리우고 그 아래로 야자매트를 깐 길이 물가를 따라 이어진다. 잘 관리된 자갈 바닥과 물가에 둔 튜브 하나 차를 세워둔 타프 아래로 접이식 의자에 앉은 사람도 보인다. 이곳에서는 자연 속에 들어왔다기보다 자연을 곁에 두고 머무는 방식에 가깝다.
캠핑을 하면 타프가 그늘을 만들고 그 아래로 테이블과 의자, 아이스박스, 물통, 화로가 각자의 위치를 잡는다. 집에서라면 몇 평의 공간에 흩어져 있을 것들이 여기서는 두어 평 안에 챙겨두고 오롯이 그 시간을 보내본다. 캠핑이란 결국 삶을 최소 단위로 접어 낯선 자리에 다시 펴는 일이지 않을까. 무엇을 챙겨 오고 무엇을 두고 왔는지가 그 사람의 우선순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캠핑이다.
캠핑장 한가운데에는 사람이 만든 수영장과 같은 공간도 있다. 계곡의 물을 끌어와 돌로 테두리를 두른 인공 냇가다. 마른 계곡과 달리 이쪽은 물이 가득하고 사람도 가득하다. 튜브와 보트가 떠 있고 아이들의 웃음이 물 위로 튄다. 흥미로운 건 이 대비다. 바로 옆 진짜 계곡은 물이 빠져 고요한데 사람 손으로 만든 물웅덩이는 여름의 절정을 담고 있다.
해가 기울면 계곡의 물소리는 낮아지고 캠핑장의 불빛은 하나둘 켜지게 될 것이다. 마른 반석은 여전히 제 시간을 견디고 인공 냇가의 물은 내일이면 다시 아이들로 즐겁게 놀 것이다. 오래 깎인 것과 방금 만든 것이 한 골짜기 안에서 같은 밤을 맞게 된다.
휴가라는 것이 언제든지 떠나도 되는 것이긴 하지만 한 여름에 떠나는 것은 그만큼 자연 속으로 편한 때이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의 휴가는 이제 끝나가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제천의 맑은계곡을 마음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