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년 전 발자국

시민의 자산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주익룡발자국 전시

이제 전국에 자리한 혁신도시는 다음 단계를 모색하고 있다. 전국을 균형발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혁신도시 중에 하나가 바로 진주에 있다. 진주혁신도시를 걷다 보면 조금은 특별한 이정표 하나를 만나게 된다.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했던 진주에도 공룡의 흔적이 있는데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도 그 흔적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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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놓고 보면 아이들과 한 번쯤 찾아가 볼 만한 박물관처럼 보이지만, 이 공간이 만들어진 과정을 따라가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지게 된다. 도시를 만들기 위해 땅을 파다가 오히려 그 도시보다 훨씬 오래된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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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혁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이 일대에서는 익룡과 새, 공룡 등의 발자국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특히 익룡 발자국은 수량과 밀집도 측면에서 국내 최대이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학술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화석산지는 201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그 자리에 2019년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이 문을 열게 된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거대한 공룡 뼈가 아니다. 바위 위에 남아 있는 ‘발자국’이다. 발자국은 생물이 살아 움직였다는 증거로 어디로 걸어갔는지, 어떤 생물이 함께 살았는지, 당시 환경이 어떠했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생흔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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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화석산지에서는 익룡뿐 아니라 새와 공룡의 흔적도 함께 발견됐으며, 여러 층에서 익룡 발자국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 지역이 백악기 당시 익룡이 오랜 기간 살아갔던 서식지였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은 단순히 ‘공룡을 볼 수 있는 관광지’로 설명하기에는 아까운 공간이다.


오히려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진주는 이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시민에게 어떤 자산으로 돌려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내가 전시관을 돌아보면서 눈에 들어왔던 것은 화석만이 아니었다. 실제 발자국 화석과 복원 모형, 영상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직접 화면을 터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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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상반기에는 ‘누구 발자국일까?’라는 기획전시가 열렸고, 전시와 연결해 고생물의 흔적을 배우고 직접 흔적화석 티셔츠를 만들어보는 가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진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에서도 2024년 두 차례의 기획전과 어린이날 특별체험 등을 포함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운영이 보고됐다. 이는 익룡발자국전시관의 기능이 이미 단순 전시에서 교육과 체험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진주시는 202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어린이 과학체험공간 확충 지원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2026년부터 2027년까지 국비 10억 원과 지방비 10억 원 등 총 20억 원을 투입해 익룡발자국전시관을 어린이 체험 중심의 미래형 과학공간으로 재구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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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과 익룡을 소재로 과학 원리를 경험하는 ‘공룡연구소·익룡연구소’, 약 1억 년 전 지구환경을 실감형으로 경험하는 ‘지구시간포털’, 그리고 화석을 관찰하고 발굴·복원하는 과정을 어린이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탐구형 공간 등이 계획돼 있다. 이 지점에서 진주시의회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새로운 콘텐츠를 설치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는 것으로 사업이 끝나서는 안된다.


화려한 영상이나 대형 스크린은 시간이 지나면 낡게 된다. 반면 이곳에 보존된 발자국은 이미 1억 년을 견뎌왔다. 따라서 앞으로의 투자는 기술 자체보다 진주에서 실제 발견된 화석이라는 원본의 가치와 첨단 체험기술을 얼마나 잘 연결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진주시의회는 예산 심의와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시설을 몇 개 설치했는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민이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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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수뿐 아니라 어린이 프로그램 참여율, 학교 연계 수업 횟수, 재방문율, 시민 만족도, 시설 유지관리 비용 같은 지표를 함께 살펴본다면 투자 효과를 훨씬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좋은 공공시설은 개관할 때 화제가 되는 시설이 아니라 10년 뒤에도 시민들이 다시 찾아가는 시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시관 내부에서만 교육이 끝날 필요도 없다. 진주가 가진 장점은 실제 발자국이 발견된 장소에서 과학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공룡을 바카라으로 배우고 전시관에서 실제 발자국을 관찰하고, 다시 지질과 생태, 기후환경으로 관심을 확장한다면 하나의 살아 있는 과학교육 과정이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진주시와 교육기관, 지역 학교가 연계해 정규수업이나 자유학기제, 가족 과학 프로그램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앞으로 검토할 만하다.


그렇게 된다면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분명해진다. 아이에게 과학을 보여주기 위해 반드시 다른 지역의 대형 과학관을 찾아갈 필요가 없다. 우리 동네에서 실제 세계적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을 보고 과학을 배울 수 있게 된다. 공공문화시설의 가장 중요한 효과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런 교육 기회의 거리와 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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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설의 가치는 콘텐츠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누가 이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진주시는 2025년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기존 2자녀 이상 가정에 적용하던 주요 문화시설 관람료 50% 감면 대상을 1자녀 이상 가정으로 확대했고, 익룡발자국전시관 역시 그 대상에 포함했다. 관련 조례에는 문화가 있는 날 무료관람 운영과 관내 문화시설과 연계한 통합관람권 운영 근거도 마련돼 있다.


이런 변화는 작아 보이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정바카라이다. 전시관 한 곳의 입장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둘을 데리고 여러 문화시설을 방문하는 가족의 하루 비용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장애인, 고령자,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 동선과 전시 해설 방식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공공문화시설은 많이 만들어 놓는 것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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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는 진주성이나 남강유등축제처럼 이미 잘 알려진 역사·문화자원이 많은 도시다. 그러나 익룡발자국은 조금 다른 성격의 자산이다. 사람이 만든 문화유산이 아니라 1억 년 전 자연이 남긴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산은 혁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도시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개발되지만, 그 과정에서 발견한 과거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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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역할은 시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예산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예산이 시민의 삶에서 어떤 가치로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것까지가 의회의 역할이다. 익룡 한 마리가 진주의 땅을 밟았을 때 그 흔적이 1억 년 뒤 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리 없을 것이다. 우연히 남겨진 발자국 하나가 시간이 지나 자연유산이 되었고, 도시개발 과정에서 다시 발견돼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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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남겨야 하는 발자국도 있다. 아이들이 자기 도시에서 과학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과 가족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 세계적인 자연유산을 다음 세대까지 지켜내는 정바카라이다. 진주익룡발자국전시관의 미래는 더 많은 공룡 모형을 설치하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1억 년 전의 흔적을 오늘의 배움으로 바꾸고, 그 배움을 다시 진주의 미래로 연결하는 그 과정에서 진주시의회가 예산과 정바카라을 꼼꼼하게 살피고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면 익룡발자국전시관은 단순한 관광시설을 넘어 진주가 가진 특별한 과학교육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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