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도시 창녕과 따오기

따오기가 돌아온 창녕, 생태도시라는 오래된 미래가 있다.

창녕에가면 조금은 독특한 풍경이 있는데 능선 하나가 통째로 무덤으로 채워져 이싿.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의 봉분은 산자락에서 흘러내린 것처럼 부드럽고 잔디는 방금 깎은 듯 부드럽기만 하다. 그 안에 누가 묻혔는지 이름은 대부분 알지 못한다고 한다. 1500년 전 이 땅을 다스린 사람들의 몸과 껴묻거리가 흙 아래 잠들어 있고 우리는 그 위를 걷는다. 무덤은 지나간 시간을 봉해 둔 그릇이다. 흙을 쌓아 올리는 것으로 죽음을 기념했던 사람들의 선택이 능선의 곡선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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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하나의 시간이 공존하고 있는데 생태의 공간이기도 한 우포늪이다. 이쪽은 사람의 시간이 아니라 물의 시간이다. 봉분이 1500년을 품었다면 늪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시간을 담고 있다. 우포늪은 1억 4천만 년 전에 형성되었다고 알려진 국내 최대의 내륙 자연습지다. 여의도와 비슷한 넓이에 1200종이 넘는 생명이 얽혀 살아가고 있다. 여름이면 가시연꽃이 피고 큰고니가 내려앉고 수달이 물가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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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는 잿빛 몸에 붉은 얼굴과 활처럼 휘어진 검은 부리를 가졌다. 학명은 니포니아 니폰으로 천연기념물 제198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흰 새로만 알던 이에게 잿빛 따오기는 낯설다. 부리를 물에 담그고 미꾸라지를 훑는 모습은 어딘가 고요하고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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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 새는 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었다. 「따오기」라는 동요가 온 나라 아이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흔한 새였다. 그러나 농약이 논에 스며들고 서식지가 메워지면서 새는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한반도에서 야생 따오기가 마지막으로 관찰된 것은 1979년이었다. 그 뒤로 하늘은 오래 비어 있었다. 동요만 남고 새는 사라졌다. 부재도 하나의 시간이다. 새가 없던 사십 년은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 뒤늦게 헤아리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그 선택에 응답했다. 복원센터에서 증식된 따오기는 2025년 기준 누적 658마리에 이르렀다. 2019년 5월 마흔 마리를 처음 하늘로 돌려보낸 이래 방사는 해마다 이어졌고 2026년 5월 열한 번째 방사까지 440마리가 우포늪으로 돌아갔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새들이 스스로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야생에서 태어난 개체들이 다시 새끼를 치는 3세대 번식이 확인됐다. 사람의 손이 시작한 일을 이제 새들이 이어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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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새는 깊은 산으로 숨지 않았다. 마을 곁 소나무에 둥지를 틀고 기와지붕 용마루에 앉아 깃을 다듬는다. 전깃줄을 횃대 삼았다가 날개를 펴 무논 위로 미끄러지는 모습도 볼 수가 있다. 사람을 피해 달아난 새가 사람 곁으로 돌아왔다. 이 담담한 공존이야말로 복원이 도달한 가장 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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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 한 마리가 돌아오는 데는 새 한 마리 이상이 필요하다. 이 새가 살려면 미꾸라지가 있어야 하고, 미꾸라지가 살려면 물이 맑아야 하고, 물이 맑으려면 논에 농약이 줄어야 한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물웅덩이도 있어야 하며 곧 생태둠벙이 있어야 새가 먹이를 찾는다. 우포늪 언저리의 농민들이 농약을 줄이고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키우는 것은 새를 위한 배려이자 결국 사람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새 한 마리를 되살리는 일은 그 새가 딛고 설 땅 전체를 되살리는 일로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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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따오기 복원은 자연스럽게 도시의 이야기가 된다. 창녕은 우포늪을 지역의 얼굴로 삼아 왔다. 1998년 람사르협약에 습지로 등록됐고 1999년 습지보호지역이 됐다. 2018년에는 세계 최초의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받았으며 2025년 재인증까지 받았다. 2024년 7월에는 우포늪과 화왕산 일대가 유네스코 창녕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지정은 늪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창녕군 전역 530.51제곱킬로미터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묶였다. 우포늪과 화왕산이 핵심구역, 두 곳을 잇는 토평천과 계성천과 창녕천 유역이 완충구역등으로 조성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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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군이 그리는 미래 구상의 골자는 분명해 보인다. 생태를 보전 대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도시의 미래 경쟁력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우포늪과 따오기, 생물권보전지역이라는 세계적 자산을 지역 브랜드로 삼아 생태관광과 지역경제로 연결하고, 생태와 관광과 교육을 하나의 성장축으로 묶겠다는 것이다. 우포늪은 이달의 생태관광지로 뽑혔고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들은 따오기학교라 불리는 인근 학교에서 새의 방사를 지켜보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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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생태도시의 무게는 브랜드에 있지 않다. 인증서와 관광객 숫자는 결과일 뿐 본질이 아니다. 생태도시란 결국 인간이 다른 생명과 같은 땅을 나눠 쓰기로 한 관계의 이름이다. 같은 논에서 벼도 자라고 따오기도 먹이를 찾는 일이 같이 공존하면 된다. 도시의 편의를 조금 늦추더라도 늪의 시간을 지키는 일도 있다. 그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합의가 생태도시를 지탱한다. 관광이 늪을 압도하는 순간 브랜드가 관계를 앞지르는 순간에 애써 되돌린 새는 다시 위태로워진다. 복원이 시작이지 완성이 아니듯 생태도시도 도달한 상태가 아니라 매일 갱신되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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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군으로 돌아와 본다. 흙을 쌓아 죽음을 기념한 사람들과 물을 지켜 새를 되살린 사람들 사이에는 1500년이 놓여 있다. 봉분은 지나간 시간을 봉해 두는 방식이었고 늪과 따오기는 다가올 시간을 열어 두는 방식이다. 한쪽은 잃은 것을 기념하고 다른 한쪽은 잃을 뻔한 것을 되찾는다. 창녕이라는 공간에는 그 두 방식이 같이 진행되고 있다.


우포늪 위로 따오기 한 마리가 긴 부리를 늘어뜨린 채 무논에 내려앉는다. 사십 년 만에 다시 채워진 하늘 아래, 새는 제가 얼마나 어렵게 돌아왔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먹이를 찾고 생존할 뿐이다. 그 무심함이 복원의 가장 온전한 얼굴인지도 모른다. 능선의 무덤도 늪의 새도 결국 같은 것을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시간을 남기기로 선택할 것인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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