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으로 떠나는 기차여행

삼척시에 자리한 철도 테마파크 추추파크로 떠나보는 8월

안개가 산허리를 감고 도는 여름날 삼척의 산속으로 들어가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도로변에 롤러코스터처럼 굽이치는 파란 조형물이 서 있고 그 위로 하이원 추추파크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뒤로는 짙푸른 산이 겹겹이 솟아 있는데 그 봉우리들이 운무에 잠겨 반쯤만 모습을 드러낸다. 화창한 바닷가로 유명한 삼척이지만 이 깊은 산자락에는 또 다른 여름이 기다리고 있다. 서늘한 공기와 자욱한 안개, 그리고 오래된 철길이 놓여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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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추파크는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의 산속에 자리한 철도 테마파크다. 이곳은 그냥 세운 놀이공원이 아니다. 한때 기차가 실제로 다니던 옛 영동선의 폐선 구간을 그대로 되살려 만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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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일대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은 스위치백 철길이 있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철도 체험형 리조트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사라질 뻔한 산악철도가 여행지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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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백이라는 이름에는 이 산의 사연이 담겨 있다. 삼척과 태백의 경계인 통리재는 고개가 너무 높고 가팔라서 기차가 곧장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철길을 지그재그로 놓아 기차가 앞으로 갔다 뒤로 물러서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고개를 오르내리도록 만들었다. 빨리 가지 못하는 지형을 돌아가는 방식으로 통과한 것이다. 곧게 뻗은 길로는 넘을 수 없던 고개를 사람들은 이렇게 굽이굽이 넘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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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철길 위를 달리는 것이 스위치백 트레인이다. 옛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붉은 열차로 추추스테이션에서 출발해 도계 쪽 역까지 왕복한다. 지그재그 구간에 이르면 열차는 실제로 앞뒤로 방향을 바꾸며 천천히 산을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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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차 안은 난로가 놓인 칸과 고풍스러운 포토존 칸이 조성되어 있고 창을 활짝 연 오픈형 칸으로 꾸며져 있다. 빠른 것에 익숙해진 시대에 일부러 느린 기차를 타보는 일이다. 창밖으로 안개 낀 산과 계곡이 느리게 흘러가고 사람들은 그 속도에 몸을 맡긴 채 창밖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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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빠르게 달리고 싶다면 레일바이크가 있다. 이곳의 레일바이크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산악형이라고 한다. 평지가 아니라 내리막 철로를 따라 내려가는 구조라 페달을 세게 밟지 않아도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다. 중간중간 조명으로 꾸며진 터널을 지날 때는 어둠 속을 통과하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스위치백 트레인이 느림의 낭만이라면 레일바이크는 산비탈을 미끄러지는 속도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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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온 여행객을 위한 것들도 많다. 세계 유명 기차를 작게 축소한 미니 트레인은 실제로 석탄을 태워 증기를 뿜으며 달린다. 아이들에게는 그 모습만으로도 신기한 구경거리다. 관람차와 회전목마, 스윙 놀이기구 같은 어린이용 놀이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비가 오거나 안개가 짙은 날에는 실내 게임존으로 들어가 오락기와 인형 뽑기, 코인노래방으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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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곳은 하룻밤 머물기 좋은 곳이라는 점이다. 유럽의 작은 마을을 옮겨 놓은 듯한 시계탑 건물과 붉은 지붕의 숙소들이 산자락에 흩어져 있다. 실제 기차 객차를 개조한 숙박동도 있어 기차 안에서 잠드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밤이 되면 도시의 불빛 대신 산의 어둠과 풀벌레 소리가 방을 감싼다. 낮에는 기차를 타고 밤에는 기차에서 잠드는 하루가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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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들어앉은 이 여행지의 가장 큰 매력은 결국 그 고요함이다. 한여름에도 이곳의 공기는 서늘하고 안개가 자주 산을 덮는다. 바닷가의 뜨거운 여름과는 전혀 다른 여름이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도 시원한 동해가 그리 멀지 않으니 산과 바다를 하루에 오갈 수도 있다. 삼척을 찾았다면 바다만 보고 돌아서기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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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나오는 길에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철길을 오래 바라본다. 곧장 오를 수 없어 지그재그로 돌아 오르던 이 길은 한때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던 고단한 생계의 길이었다. 그 철길이 이제는 느리게 즐기며 오르내리는 여행의 공간으로 다시 탄생하였다. 빠름을 좇던 시대가 밀어낸 것을 이 산속 마을은 버리지 않고 다시 살려 냈다. 나는 천천히 방향을 바꾸며 산을 넘던 그 기차의 리듬을 떠올리며 안개 낀 여름 산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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