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달리 일본 신문은 아직도 돈을 번다

by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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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달리 일본 신문은 아직도 돈을 번다.


정확히 말하면 이 문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일본에서도 종이신문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고, 신문사들은 독자가 사라지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일본의 일간신문 발행부수는 2004년 약 5300만 부에서 2025년 10월 약 2487만 부까지 줄었습니다.


20여 년 만에 시장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셈입니다.


그런데도 일본 신문사를 들여다보면 한국 신문사와 꽤 다른 장면이 발견됩니다.


신문이 쇠퇴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독자에게 직접 돈을 받고, 신문 밖에서도 상당한 돈을 벌고 있으며, 그 돈이 다시 뉴스룸을 지탱하는 구조가 남아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더 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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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신문산업 매출은 5조3050억원이었습니다.


그중 광고수입이 64.6%였고 구독수입은 11.4%에 불과했습니다.


기타 사업 수입이 18.4%, 콘텐츠 판매 수입이 4.8%였습니다.


같은 해 일본신문협회가 집계한 일본 신문사 85곳의 매출 구조는 상당히 다릅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신문 판매수입이 48.3%, 광고수입이 18.2%, 기타수입이 33.5%였습니다.


한국 신문산업에서는 광고가 매출의 절반을 훌쩍 넘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독자에게 받는 돈이 가장 큽니다.


물론 두 나라의 통계 기준이 정확히 같지는 않기 때문에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광고를 중심으로 독자 수익과 기타 사업이 붙어 있는 구조이고, 일본은 독자 수익을 바닥에 깔고 광고와 다른 사업을 더하는 구조라는 차이는 분명합니다.


이 구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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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문산업에는 오랫동안 집집마다 신문을 배달하는 판매점 네트워크가 있었습니다.


2025년에도 일본에서 판매되는 신문의 96% 이상이 개별 가정이나 사업장으로 배달됐고, 전국에는 1만2278개의 신문 판매점과 약 19만6000명의 종사자가 남아 있습니다.


신문을 편의점에서 우연히 집어 드는 상품이 아니라 매달 돈을 내고 받아보는 서비스로 만든 인프라입니다.


2019년 일본의 소비세율이 10%로 올라갔을 때도 주 2회 이상 발행되고 정기구독으로 배달되는 신문에는 8%의 경감세율이 적용됐습니다.


세제와 유통망, 정기구독 문화가 수십 년에 걸쳐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신문사의 생존법을 보면서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한국 신문사가 지금부터 일본식 종이신문 판매망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일본의 높은 구독수입을 보고 “우리도 종이신문 구독자를 늘리자”고 결론 내린다면 오히려 잘못된 교훈을 얻는 셈입니다.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종이를 오래 파는 방법이 아니라 독자와 직접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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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차이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회사가 아사히신문입니다.


아사히신문사를 보면 처음에는 조금 이상한 숫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2025년 3월 결산에서 아사히신문그룹은 2780억6800만엔의 매출과 56억1900만엔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거대한 종합일간지가 여전히 신문으로 수십억엔씩 버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업별로 뜯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2025년 3월 기준 아사히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매출은 약 2324억엔이었지만 영업손실은 약 28억8000만엔이었습니다.


반대로 부동산 사업의 매출은 약 432억엔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은 약 84억6000만엔이었습니다.


매출 규모는 신문과 콘텐츠 사업이 압도적으로 큰데 실제 돈은 부동산에서 벌고 있는 셈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아사히신문이 부동산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 아사히신문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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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 역시 최근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아사히 계열의 빌딩 사업은 수십 년 전부터 전국 주요 도시에 자산을 쌓아왔고, 2007년에는 오사카 나카노시마 일대의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2012년 나카노시마 페스티벌타워가 완공됐고 2017년에는 맞은편에 페스티벌타워 웨스트가 문을 열었습니다.


두 건물의 높이는 각각 200m이고 오피스와 상업시설, 공연장, 미술관, 호텔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웨스트 타워에는 힐튼의 최고급 브랜드인 콘래드 오사카도 자리 잡았습니다.


아사히신문사가 2009년 동쪽 타워 건설 계획을 발표할 당시 밝힌 투자액만 626억엔이었고, 회사는 당시부터 임차인을 유치해 수익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명시했습니다.


과거 신문이 잘 팔리던 시절 확보한 도심의 토지와 자본을 임대료가 들어오는 자산으로 바꿔놓은 것입니다.


신문산업의 호황기에 쌓은 자산이 신문산업의 쇠퇴기에 일종의 안전판이 된 셈입니다.


물론 이것은 한국 신문사가 그대로 복사하기 가장 어려운 모델이기도 합니다.


지금 서울 한복판의 땅을 사서 빌딩을 올리고 임대료로 편집국을 유지하자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희망사항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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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사례에서 배울 것은 “신문사는 부동산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본업에서 벌었던 돈을 본업과 경기 사이클이 다른 장기 수익원으로 옮겨 놓았다는 점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든든한 부동산을 가진 아사히조차 디지털 전환에서는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6년 디지털 뉴스 보고서는 아사히신문의 디지털 유료구독자가 최근 수년간 약 30만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사히는 현재 월 980엔의 베이직부터 1980엔의 스탠더드, 3800엔의 프리미엄까지 여러 디지털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기준 아사히ID는 658만 건에 달하고 이를 활용한 자체 데이터 기반 광고 사업도 벌이고 있지만, 그 많은 무료 이용자를 유료 독자로 바꾸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일본이라고 모든 신문이 디지털 유료화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 지점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 흔히 말하는 닛케이는 완전히 다른 길을 보여줍니다.


닛케이는 2010년 3월 일본에서 본격적인 유료 웹 뉴스 서비스인 니혼게이자이신문 전자판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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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36만3000명 수준이었던 유료회원은 2025년 1월 102만명으로 늘었고 2026년 1월에는 106만명까지 증가했습니다.


NIKKEI Prime 같은 전문매체까지 포함하면 디지털 구독은 2026년 기준 약 121만 건으로 종이신문 구독 약 125만 부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종이가 줄어드는 만큼 디지털이 실제 매출을 이어받기 시작한 몇 안 되는 일본 신문사입니다.


그렇다고 닛케이의 성공을 단순히 “기사에 유료벽을 쳤더니 100만명이 결제했다”고 이해하면 핵심을 놓칩니다.


닛케이가 파는 것은 뉴스만이 아닙니다.


회사의 시작부터 그랬습니다.


1876년 창간 당시 닛케이의 전신은 상품 가격과 시장 정보를 다루는 네 쪽짜리 신문이었습니다.


독자에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려주는 동시에 돈을 벌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였던 것입니다.


이 성격이 디지털에서 더 강해졌습니다.


닛케이의 유료 경제 데이터 서비스 NEEDS는 기업 재무, 주식과 채권, 거시경제, 지역경제, 산업 통계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금융회사와 일반 기업, 대학 등에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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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상당수 서비스는 개인이 아니라 기업 계약을 전제로 합니다.


일반 기사 검색 서비스인 닛케이텔레콘에서도 기사 한 건을 보는 데 250엔, 전문매체 기사 일부는 400엔씩 받습니다.


취재 결과를 오늘 한 번 읽고 사라지는 기사로만 두지 않고 검색할 수 있는 기록과 데이터로 쌓은 뒤 다시 파는 것입니다.


전자판도 점점 ‘읽는 신문’에서 ‘업무에 쓰는 도구’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2026년 개인 요금은 월 4277엔이고 같은 집에 사는 가족 4명까지 쓸 수 있는 패밀리 요금제는 6800엔입니다.


젊은 독자를 위해 23세 이하 할인 요금제를 따로 운영하고 기업과 학교에도 전자판을 판매합니다.


2024년 전자판 유료회원이 처음 100만명을 넘어설 당시 닛케이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의 직원 교육과 학교의 탐구학습용 도입이 회원 증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2026년 1월 기준 닛케이ID 회원은 1000만명 규모입니다.


기사 구독료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누구인지 알고, 무엇을 읽는지 알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광고와 기업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닛케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5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FT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인수가는 8억4400만파운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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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문의 쇠퇴를 해외 시장과 글로벌 비즈니스 정보 시장으로 확장해 돌파하려는 거대한 베팅이었습니다.


2024년 기준 FT의 매출은 5억4000만파운드까지 늘었고 매출의 약 3분의 2가 디지털 구독과 디지털 광고에서 나왔습니다.


닛케이그룹 역시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938억엔, 영업이익 168억엔을 기록했습니다.


닛케이가 보여주는 핵심은 “경제기사는 유료화가 잘된다” 정도가 아닙니다.


정보를 읽을거리에서 업무 도구로 바꾸면 개인 구독뿐 아니라 기업 구독, 교육 구독, 데이터 판매, 전문매체, 컨퍼런스, 광고까지 같은 취재 자산에서 여러 개의 매출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이니치신문은 또 다른 의미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사히가 부동산이라는 강력한 안전판을 가지고 있고 닛케이가 디지털 구독에 성공했다면 마이니치는 일본 전통 신문사가 얼마나 큰 압박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습니다.


2023년 마이니치는 종이신문 월 구독료를 조·석간 세트 기준 4300엔에서 4900엔으로, 조간 통합판은 3400엔에서 4000엔으로 인상했습니다.


회사 측은 종이와 잉크 가격, 에너지 비용 상승을 이유로 들면서 전국 취재망의 지국을 재편하는 등 비용을 줄여왔지만 호별 배달망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2024년에는 발행부수 감소와 오사카에서 신문을 운송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야마현에서 신문 배송을 중단했습니다.


일본의 종이신문 생태계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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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이니치도 신문 이외의 사업 기반은 오래전부터 만들어왔습니다.


마이니치신문 계열의 파레스사이드빌딩 회사는 1963년 설립됐고 도쿄 황궁 인근에 마이니치신문 본사가 들어선 파레스사이드빌딩을 1966년 열었습니다.


이후 오사카와 나고야, 기타큐슈 등의 부동산 관리회사를 합쳐 2005년 마이니치빌딩으로 통합했고 현재 파레스사이드빌딩과 마이니치니혼바시빌딩, 미드랜드스퀘어 일부, 마이니치 인테시오 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마이니치신문과 스포츠닛폰신문을 한 지주회사 아래 묶었고 이후 인쇄회사와 영상회사까지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신문 한 종의 손익만으로 회사를 정의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디지털에서도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 디지털은 유료기사를 읽는 월 980엔짜리 스탠더드 요금제와 디지털 지면까지 포함한 월 3200엔짜리 프리미엄 요금제를 운영합니다.


프리미엄 가입자에게는 기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온라인 행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과거 행사 영상도 볼 수 있게 합니다.


여기서 최근 눈에 띄는 실험 하나가 있습니다.


마이니치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기사가 나간 뒤 제목과 요약문을 만들고 기존 기사를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AI로 제목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사 한 건당 작업시간을 40~70% 줄였고, 이렇게 재가공한 콘텐츠를 외부에 판매해 실제 새로운 매출도 만들었습니다.


기사 한 편의 수명을 하루에서 끝내지 않으려는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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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와 마이니치와 닛케이를 나란히 놓으면 일본 신문사가 살아남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 보입니다.


아사히는 과거에 축적한 자산을 부동산 수익으로 전환했고, 닛케이는 전문정보를 구독과 데이터 사업으로 만들었으며, 마이니치는 비용 구조를 줄이면서 부동산·스포츠·행사·디지털 콘텐츠 등으로 수익원을 넓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회사 모두 완벽하게 성공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사히의 본업인 미디어·콘텐츠 사업은 아직 적자이고 마이니치는 종이신문의 배달 지역까지 줄이고 있으며 일본 전체에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신문사는 여전히 소수입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2026년 일본의 79개 전국·지역 신문 가운데 74곳이 전체 매출에서 디지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신문이 한국보다 미래로 훨씬 앞서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거대한 종이신문 산업을 가졌기 때문에 그 산업이 무너질 때 치러야 할 비용도 더 큽니다.


그럼에도 한국 신문사가 눈여겨볼 대목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기사를 만드는 것과 기사로 돈을 버는 것이 분리돼 있었습니다.


기자가 기사를 쓰면 포털로 보내고, 독자는 포털에서 읽고, 신문사는 광고를 받아 수익을 냈습니다.


독자가 어느 기사를 좋아하는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독자가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돈을 낼 의사가 있는지는 신문사가 직접 알기 어려웠습니다.


2026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서도 한국에서 뉴스 이용 경로는 여전히 네이버 같은 포털이 가장 컸고 유튜브와 숏폼 영상의 비중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온라인 뉴스에 돈을 냈다고 답한 비율만 보면 오히려 한국이 19%로 일본의 9%보다 높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문제를 단순히 “한국인은 뉴스에 돈을 안 낸다”라고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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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한국에서 온라인 뉴스에 돈을 낸다고 답한 이용자 가운데 약 절반이 뉴스 회사가 아니라 뉴스 집계 플랫폼과 결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돈을 내느냐보다 그 돈과 독자 관계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입니다.


한국 신문산업의 2024년 매출에서 광고가 64.6%를 차지하고 구독은 11.4%에 그친다는 수치는 그래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신문사가 독자를 모아 다른 곳에 보내고 광고주에게 돈을 받는 구조에서는 조회수가 늘어나는 것과 회사의 장기 가치가 커지는 것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신문사가 확보해야 하는 것은 페이지뷰보다 독자와의 직접적인 관계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고 모든 종합일간지가 내일부터 홈페이지에 유료벽을 세워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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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무료 속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오늘 발생한 사건을 30분 먼저 정리했다는 이유만으로 매달 1만원씩 결제할 독자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닛케이가 보여주는 더 현실적인 답은 모든 기사에 가격표를 붙이는 대신 돈을 낼 이유가 분명한 영역을 만드는 것입니다.


기업 인사와 재무, 부동산 실거래, 정바카라과 법률, 산업 데이터, 취업과 교육, 지역 정보처럼 독자의 의사결정에 직접 쓰이는 분야라면 일반 뉴스와 다른 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자가 취재한 기사 1000건이 쌓였다면 그것은 과거 기사 1000건으로 끝날 수도 있고, 검색 가능한 산업 데이터베이스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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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담당 기자들의 취재망은 기사 생산 조직으로 끝날 수도 있고 기업 임원들이 돈을 내고 참가하는 산업 컨퍼런스의 기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바카라 기사는 하루짜리 뉴스가 될 수도 있고 법안과 정부 정바카라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유료 서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신문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자와 취재망, 사진, 영상, 수십 년치 기사 아카이브를 새로운 사업의 원재료로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기사 하나를 만들어 포털에 보내 광고수입을 기다리는 모델에서 기사 하나를 뉴스레터와 영상, 데이터베이스, 교육 콘텐츠, 행사, 리포트, 기업용 서비스로 여러 번 사용하는 모델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이니치가 AI를 이용해 기존 기사를 재가공한 뒤 외부 판매까지 시작했다는 사례가 작은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신문사가 직접 독자 ID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사히에는 658만 건의 아사히ID가 있고 닛케이에는 1000만명 규모의 닛케이ID 회원이 있습니다.


무료회원이라도 누가 어떤 산업과 기자, 뉴스레터를 반복해서 보는지 알 수 있다면 언젠가 유료상품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독자가 네이버와 유튜브를 통해서만 들어왔다 나간다면 조회수는 수천만이 찍혀도 신문사에 남는 고객자산은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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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문사가 일본에서 배워야 할 마지막 부분은 사업의 포트폴리오입니다.


뉴스 사업은 경기에 민감하고 광고는 더 민감하며 종이신문은 구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신문사 전체가 같은 위험에 노출될 필요는 없습니다.


부동산을 이미 갖고 있는 회사는 부동산을 제대로 사업화할 수 있고, 경제 분야에 강한 회사는 데이터를 팔 수 있고, 특정 산업의 영향력이 강한 회사는 콘퍼런스와 B2B 서비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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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은 지역 행사와 교육, 커뮤니티, 지역 데이터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전문지는 좁은 분야에서 기업이 반드시 봐야 하는 정보를 상품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신문사가 닛케이가 될 수도 없고 아사히처럼 수백억엔짜리 빌딩을 지을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미 가진 자산 가운데 기사 이외에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일입니다.


다만 수익 다각화가 취재와 사업의 경계를 허무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업 행사와 협찬, 광고, 데이터 사업이 커질수록 편집권과 사업 부문의 경계를 명확하게 만들지 않으면 단기적인 매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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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본 신문사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신문으로 돈 버는 법”이라기보다 “신문이 만든 것을 여러 방식으로 돈이 되게 하는 법”에 가깝습니다.


한때 신문사는 종이를 인쇄해서 광고와 함께 파는 회사였습니다.


이제는 취재를 통해 만들어낸 신뢰와 정보, 독자와의 관계, 데이터와 브랜드를 여러 상품으로 바꾸는 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아사히의 부동산도, 마이니치의 행사와 콘텐츠 사업도, 닛케이의 전자판과 데이터베이스도 결국 그런 변신의 서로 다른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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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문 역시 계속 늙고 있고 종이신문 부수는 지금도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일본 신문사에 남아 있는 힘은 독자가 줄어들기 시작한 뒤에야 새로운 밥줄을 찾은 것이 아니라 신문이 잘 팔리던 시절부터 독자와 자산과 사업을 회사 안에 축적해 왔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 신문사에는 그만큼의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질문은 “종이신문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아니라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신문이 사라져도 사람들이 돈을 낼 만한 것 가운데 지금 신문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 신문사의 다음 밥줄은 아마 그 질문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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