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애사심

by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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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딱히 애사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15년 가까이 한 회사를 다닌것 만으로도


회사에 익숙하고 적응은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는 기자를 떠나 일개 회사원이고요.


회사보다는 내 자신이 행복하고 중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차례 온라인카지노에 쓰긴 했는데요.


저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 충성하고, 회사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고 높은 직급에 오르려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스스로의 애사심을 남들 앞에서 드러내고, 이를 통해 다른 회사를 무시한다거나 자신처럼 살지 않는다며 남을 힐난하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행태를 정말 극혐합니다.


그냥 속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고 하면 됩니다.


저런 식으로 나오는 사람을 보면 도랑에 빠진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버리기가 어렵습니다.


더 넓은 세상, 회사 밖의 드넓은 세계를 전혀 모르고 나대는 것 같으니까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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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언론계만의 문제가 아니겠지만요.


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너무나 부럽긴합니다.


수억원에 달하는 성과급, 넘치는 복지체계 너무나 대단합니다.


근데 사실 따지고보면 일개 직원 하나의 공은 아니잖아요?


직원이 수만명, 수십만명이잖아요. 그 많은 사람중에 하나일 뿐이잖아요.


그냥 반도체 붐을 잘 타기도 했고, 여러가지 요소가 맞물려서 호황을 맞은 것입니다.


물론 직원들의 노력도 있었고, 그만큼의 성과를 인정받아 돈을 더 받고 하는 건 당연하지만


으스대는 꼴은 좀 민망하죠.


저는 건너건너 동탄 등에서 일부 삼성 직원과 가족들의 그 잘난체 사례를 들을때마다 너무 웃기고 황당했습니다.


하긴 그냥 그렇게 사는 것도 행복하긴 할것 같네요.


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메타인지가 너무나 빨리 되는 제 입장에선


그렇게 민망하게는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냥 남들도 열심히 살고 있고요. 더 열심히 조용하게 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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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기자중에는 이렇게 애사심을 밖으로 표출하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모 일간지, 모 종편방송 등등이 떠오르네요. 모 방송사도 그렇고요.


우리 신문의 기사가 최고다. 우리 방송의 보도가 세상을 바꾼다는 그 자부심은 일견 중요합니다.


하지만 다른 기자나 취재원 있는 자리에서까지 그런 식의 언행을 하면 좀 민망합니다.


그냥 남들도 그 매체가 대단하고 기자들이 열심히하는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다시 스스로 재탕하면.. 미성숙한 자아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제가 애사심 넘치는 기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이와 상관없는 과도한 인정욕구에 좀 질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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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애사심을 갖고, 그걸 여과없이 표출하는 기자는 조직 내에서도 민폐입니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부터 회사의 판단과 자신의 판단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잘하면 내가 잘한 것이 되고, 회사가 인정받으면 내가 인정받은 것처럼 느낍니다.


반대로 회사를 비판하는 말은 자신을 공격하는 말처럼 받아들입니다.


그러다보면 아주 사소한 이야기에도 필요 이상으로 발끈합니다.


그런데 회사가 그렇게까지 완벽한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느 언론사든 마찬가지입니다.


15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면서 오히려 더 확실하게 느낀 게 있다면 조직이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우연과 모순으로 굴러간다는 점입니다.


대단해 보이는 결정도 막상 안에 들어가보면 몇몇 사람의 판단과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밖에서는 황당해 보이는 결정에도 내부 사정이라는 게 있기도 하고요.


그러니 회사를 지나치게 신격화할 이유도, 반대로 필요 이상으로 깎아내릴 이유도 없습니다.


그냥 회사는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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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월급을 받고 일을 하는 곳이고, 그 안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싫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 곳입니다.


운이 좋으면 좋은 일을 할 수 있고, 운이 나쁘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특히 기자라면 조금 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남의 조직을 들여다보고, 권력을 의심하고,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 번쯤 뒤집어서 보는 일이니까요.


그런 사람이 정작 자기 회사 앞에서는 갑자기 판단력을 잃는다면 그것도 꽤 우스운 일입니다.


기업에는 지배구조를 따지고, 공공기관에는 조직 논리를 비판하면서 자기 회사의 조직 논리에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모습을 가끔 봅니다.


취재원에게는 “회사 입장 말고 본인 생각은 어떻습니까”라고 집요하게 물으면서 정작 자기 생각은 회사 생각과 완전히 겹쳐버리는 것이죠.


저는 그게 좋은 기자의 태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회사를 좋아할 수는 있습니다.


좋은 선배를 만나고, 좋은 동료들과 일하고, 내가 쓴 기사가 세상에 영향을 주는 경험을 여러 번 하다보면 당연히 애정이 생깁니다.


저 역시 제가 다니는 회사에 좋은 기억이 많습니다.


고마운 사람도 많고, 이 회사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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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회사가 내게 기회를 줬다고 해서 회사의 모든 선택에 박수를 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오래 일했다고 해서 회사의 명예가 곧 내 명예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 다닐수록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커지면 사람을 보는 기준까지 이상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가 그 사람의 능력과 인격을 설명해준다고 믿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더 큰 회사, 더 유명한 언론사, 더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에 다니면 자신까지 더 대단한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은 은근히 낮춰봅니다.


저는 이런 태도가 제일 민망합니다.


회사의 간판은 개인에게 아주 편리한 명함이지만 결국 빌려 쓰는 것입니다.


퇴사하는 순간 회사 이메일도, 사원증도, 직함도 대부분 사라집니다.


그때도 남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계에서는 특히 회사 이름의 힘이 셉니다.


전화 한 통을 해도 어느 매체인지에 따라 상대방 반응이 달라지고, 같은 질문을 해도 회사 간판 때문에 더 빨리 답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능력이 있어서 모든 문이 열리는 것인지, 회사 명함 때문에 열리는 것인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저 역시 늘 경계하려고 합니다.


내가 잘해서 되는 일이 어디까지이고, 회사의 브랜드 덕을 보는 게 어디까지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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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정확히 나누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적어도 전부 내 능력이라고 착각하지는 말아야겠죠.


반대로 회사도 직원 한 사람의 인생을 바카라임져주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조직을 줄일 수도 있고, 내가 잘했다고 생각한 일이 인사평가에서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제까지 중요한 일을 맡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한직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게 회사입니다.


그런데 회사와 자신을 지나치게 동일시해놓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상처도 훨씬 커집니다.


평생 충성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회사는 원래 그럴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적당한 거리가 서로에게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합니다.


월급을 받는 만큼, 맡은 일이 있는 만큼 바카라임지고 합니다.


잘하고 싶고, 좋은 결과를 내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회사가 제 삶의 중심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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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잘됐다고 제가 위대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제 인생까지 실패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기사를 한두 개 썼다고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언론사에 들어갔다고 갑자기 통찰력과 인격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날그날 자기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 정도의 자의식이 오히려 편합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고, 내가 모르는 영역에서 놀라운 일을 하는 사람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회사 밖으로 조금만 나가도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걸 일찍 아는 게 꼭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괜히 회사 이름을 등에 업고 목소리를 키울 일도 줄어들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내가 지금 운 좋게 좋은 조직에 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은 잠시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몇 년 뒤에는 위치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고요.


그러니 그냥 자기 자리에서 잘하면 됩니다.


애사심은 본인이 가지면 되는 것이지 남에게 요구할 덕목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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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애사심이 별로 없는 지금의 제가 딱히 부끄럽지 않습니다.


저는 온라인 기사 진짜 열심히 쓰거든요?


조회수를 챙겨서 상금을 받아 투자에 활용하기 위해섭니다.


철저히 저 자신을 위한 거지요.


회사보다 제 삶이 조금 더 중요하고, 회사의 성공보다 제가 어떤 사람으로 남는지가 조금 더 중요합니다.


회사가 잘되면 물론 좋습니다.


성과급도 많이 주면 더 좋고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제가 남보다 대단한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반대로 회사가 흔들린다고 제 가치까지 함께 흔들릴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오래 다녔다는 이유로 회사를 사랑하는 척하지 않고, 좋은 것은 좋다고 하고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


회사 안에서는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회사 밖에서는 회사 이름 없이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정도.


저에게 애사심은 아마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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