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직업의 단점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바로
휴일에도 출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있어서는 신문기자와 방송기자가 좀 다른데요.
신문기자는 기본적으로 일요일에 출근합니다.
월요일 조간신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다수 신문기자들은 금요일과 토요일에 쉽니다.
요새는 토요일자 지면도 많이 찍지 않는 분위기지요.
저희 신문도 최소 인원이 금요일에 나와서 일하면서 토요일자 조간을 만들고요.
그 인원은 토요일 일요일에 쉽니다.
어쩔수 없는 신문기자의 숙명입니다.
이렇게 일요일에 출근한지도 어느덧 15년 가까이 되어가네요.
휴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휴일 다음날이 평일이라면 평일 조간 신문을 만들러 나와야 합니다.
물론 보고시간이나 이런건 좀 늦춰지고,
평일보다 브리핑도 적고 보도자료도 없고 하니 좀더 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기사를 뭐라도 만들어내야 하는 압박감도 있습니다.
방송기자는 더 바쁩니다.
명절때도 고속도로 통행소에서 중계를 한다든가
라이브로 마이크를 잡아야할 때도 있고요.
아무래도 영상이 필요하니 영상기자와 조율하는 것도 그렇고
출근이 더 빠르고 퇴근도 더 늦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돈을 많이 받긴 하겠지요.
이런 기자들을 대다수 지인과 친구, 가족 등은 이해하지 못 합니다.
아니 도대체 왜 휴일에 일을 해야하는건데?
하면 설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디 휴일만 그런가요.
퇴근도 너무 늦습니다.
사실 평기자때는 좋습니다.
야근을 제외하고 회사에 안들어와도 되고,
보고와 기사만 제때 하고 잘 쓰고 발굴하고 하면
운신이 좀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가끔 늦게 출근하거나, 낮술을 마시고 어디에서 뻗었거나 하는 것도 용인이 되긴 합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일인 직업이긴 하니까요.
문제는 차장을 달고 내근데스크를 거쳐 부장 이상의 직급까지 올라갈 때입니다.
일과시간에는 후배들과 팀원들, 부원들 기사를 고치고 회의하고 하느라 정신이 없다가
오후 7시 이후에도 저녁 약속 혹은 밤 사이 터질 중요할 일정이나 기사 탓에
회사에 밤 10시 넘어서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어릴때는 왜이렇게 선배들이 집에 안 가나 싶었는데
내근 데스크 비슷하게 회사안에 들어와 있으니 이해가 갑니다.
기사의 중요성과 바카라임감, 만에 하나 터질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쏟아붓는 겁니다.
예전에는 그게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단어 하나, 용어 하나, 문장 하나를 고치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게 퍽 대단해 보였습니다.
근데 요새는 저도 나이를 먹었는지 생각이 좀 달라지네요.
모든 나이대가 그렇겠습니다만 저는 40대의 저녁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한 분들은 아이들과 저녁을 보내거나
아니면 또 곧 닥쳐올 은퇴와 노후 준비를 위해
자기계발을 해야 할 나이입니다.
그저 막연하게 하는게 아니고 정확한 계획과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뛰어야할 나이입니다.
근데 낮에는 정해진 일을 해야 하지요.
그러면 남는 시간이 저녁밖에 없습니다.
저녁에 학원을 다니거나 귀인을 만나거나 대학원도 다니고 공부를 더 한다거나 해서
백세 시대를 준비할 플랜을 짜야 합니다.
그런데 기자는 그런게 거의 불가능하지요.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출입처 사람을 저녁에 만나도 시간이 금방금방 갑니다.
그마저도 회사에 저녁까지 있어야 하는 시간을 빼고 날짜를 맞춰서 나가는 겁니다.
너무 여유가 없고, 시간이 없습니다.
평기자 때만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을줄 알았는데
내근 데스크와 부장, 부국장과 편집국장이 훨씬 더 바쁘고 정신없습니다.
그만큼의 바카라임감도 증폭되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언론사에는 기자가 너무 적습니다.
국내 언론사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원맨쇼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일반 회사에선 5명 이상이 해야할 만한 일과 프로젝트를
혼자서 하도록 강요하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일 못하면 절대 묻어갈수가 없습니다. 바로 뽀록나고, 바로바로 평가되는 그런 조직입니다.
그러니 낮 내내 고생한 사람이 저녁시간까지 매일 고생해야 하는 겁니다.
일반 대기업이랑은 아예 분위기 조차 다른겁니다.
좀더 여유가 있고 해야 주위를 돌아볼수가 있습니다.
기자는 근데 폭주기관차처럼 매일 달려야만 하는 직업입니다..
남들 쉴때 일하고, 남들 퇴근할때 못하고 하는 생활이 무려 15년이 되니까
이게 당연한듯이 여겨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공포감이 몰려옵니다.
저녁에 운동을 하거나 내 미래와 노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은데
일에 집중하다보니 할수가 없는 겁니다.
20대와 30대에는 그런 삶이 괜찮았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때는 일주일에 평일 5일내내 점심 저녁 술을 마시면서
고관대작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분명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단독 기사로 정바카라이 바뀌면 뿌듯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올해 첫 40줄에 접어든 입장에선 이제 너무 이렇게만 살면 내 삶이 흔들릴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제가 살아온 것처럼 후배들에게 강요해서도 안되는 것 같고요.
취재와 발제, 기자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제 시간을 챙기는 현명한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치부나 슬롯부 등 주요부서로 갈 수록,
제 시간은 더 사라지는게 사실입니다.
회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계속 열심히는 하겠습니다만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함께 챙길수 있는 그런 방향을 더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기자 후배님들도 자신을 너무 갈아넣지 마시고
기자를 사랑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자신을 더 사랑하는 그런 지혜로운 기자생활 되시면 더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