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 기자 vs 방어형 기자

by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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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을 아주 거칠게 두 종류로 나눠보겠습니다.


바로 공격형 기자와 방어형 기자입니다.


물론 실제 기자들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도 기자 생활을 조금 하다 보면 유난히 공격 성향이 강한 사람과, 반대로 방어 성향이 강한 사람이 분명히 보입니다.


공격형 기자는 없는 기사를 찾아다닙니다.


남들이 보도자료를 볼 때 보도자료를 낸 사람에게 전화를 겁니다. 실무자와 통화하다가 국장 연락처를 묻고, 국장과 얘기하다가 기관장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CEO든 기관장이든 유명인이든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일단 연락합니다.


누군가 “거기까지 직접 연락했어요?”라고 물으면 오히려 의아해합니다.


“왜요? 연락하면 안 되나요?”


이런 기자들에게 최고의 칭찬은 아마 이런 말일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 다른 기자들이 아직 모르는 숫자, 업계 사람들이 알음알음 알고 있던 변화를 기사로 만들어냈을 때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경쟁사 기자들이 자기 기사를 보고 취재를 시작할 때 더 묘한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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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방어형 기자는 조금 다릅니다.


없는 기사를 찾기보다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정리하는 데 능합니다.


오늘 기준금리가 발표됐다면 금리 인상이나 동결 자체보다 이것이 대출금리와 집값,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봅니다.


정부 정바카라이 나왔다면 과거 비슷한 정바카라의 결과를 찾아봅니다. 수백 줄짜리 엑셀 파일을 열어 지역별 숫자를 나눠보고, 몇 년치 통계를 이어 붙이다가 흐름을 찾기도 합니다.


공격형 기자가 “이거 아무도 안 썼습니다”라고 말할 때 방어형 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래도 이건 오늘 누군가는 써야 합니다.”


저는 이런 기사를 가끔 ‘국밥형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엄청 새롭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없으면 허전합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상황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독자가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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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는 당연히 공격형 기자를 좋아합니다.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새로운 사실을 찾아 세상에 먼저 알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사가 모르는 사실을 알아내고, 누군가 감추고 싶은 일을 공개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변화를 기사로 만드는 기자는 어느 조직에서든 귀합니다.


축구로 따지면 골을 넣는 공격수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공격수가 매일 골을 넣을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몇 주 동안 취재한 기사가 마지막 순간 엎어질 수도 있습니다. 믿었던 취재원이 말을 바꾸기도 하고, 결정적인 자료 하나를 확인하지 못해 기사를 접는 경우도 있습니다.


겉에서 보면 하루 종일 전화하고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데 정작 출고한 기사는 별로 없는 시기도 생깁니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신문은 나와야 합니다.


인터넷 언론사의 홈페이지도 기사로 채워져야 하고, 방송은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야 합니다.


기준금리가 발표되면 금리 기사가 필요하고, 집값이 갑자기 오르면 왜 오르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공격수가 상대 진영에서 골을 노리는 동안 자기 진영을 지키는 사람도 필요한 셈입니다.


이 역할을 상당수 방어형 기자가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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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점은 두 부류가 서로를 꽤 답답해한다는 것입니다.


공격형 기자가 보기에 방어형 기자는 가끔 너무 편해 보입니다.


“저건 이미 나온 이야기 아닌가요?” “왜 직접 확인을 안 하지?” “자료 조금 바꿔서 쓰는 것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정말 그런 기자도 있습니다.


풀된 기사를 조금 고치고, 이미 나온 기사를 다시 정리하고, 적극적으로 취재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큰 흐름을 보는 기자’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공격형 기자의 불만이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방어형 기자가 보기에는 공격형 기자가 꽤 피곤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다른 기자가 오래 관리한 취재원에게 갑자기 연락하기도 하고, 회의에서 아무렇지 않게 “그거 다 나온 이야기 아닌가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마감 기사 두세 건을 붙잡고 정신없이 일하는 날, 혼자 “저는 취재 중인 건이 있어서요”라며 데일리 업무에서 조금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몇 주 뒤 단독 하나를 터뜨립니다.


그 순간 지난 몇 주간 하루 두세 건씩 기사를 쓴 사람은 잠깐 생각합니다.


‘나는 그동안 뭘 한 거지?’


그래서 방어형 기자들은 공격형 기자를 보며 말합니다.


“조금 오만한 것 아닌가?”하고요.


반대로 공격형 기자들은 방어형 기자를 보며 생각합니다.


‘저렇게 해서 새로운 기사가 나오나?’ 하고 꼬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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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어느 언론사 편집국이든 표현만 다를 뿐 비슷한 감정이 조금씩 떠다닐 겁니다.


제 경험으로는 공격형 기자가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굳이 비율을 나누자면 공격형이 10%, 방어형이 90%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당연합니다.


매일 남들과 다른 질문을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하고, 거절당한 뒤 다시 다른 사람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열 명에게 연락해 열 명 모두 답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한 달을 취재하고도 기사 한 줄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대체로 실패 확률이 높은 일을 매일 즐겁게 반복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든 기자가 공격형이 되어야 좋은 언론사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격형 기자만 가득한 편집국을 한번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아침 회의는 매우 흥미로울 겁니다.


“제가 새로운 것을 하나 찾았습니다.” “그건 제가 더 취재해보겠습니다.” “기관장에게 직접 물어보겠습니다.”


그런데 오후 2시가 되면 데스크가 조용히 물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 나갈 기사는 무엇입니까?”


갑자기 회의실이 조용해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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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방어형 기자만 있는 편집국은 꽤 안정적일 겁니다.


마감은 잘 돌아가고 주요 뉴스도 빠지지 않습니다. 숫자는 꼼꼼하게 정리되고, 큰 흐름을 놓치지 않는 기사도 나옵니다.


다만 어느 순간 독자가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매체만의 기사가 하나도 없네?”


결국 문제는 공격형과 방어형 중 누가 더 훌륭한 기자인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중요한 것은 서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일입니다.


공격형 기자는 자신이 단독 하나를 취재하는 동안 누군가 매일의 지면을 채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가끔 잊습니다.


방어형 기자는 매일 기사를 열심히 썼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취재를 하지 않는 자신을 계속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공격형 기자의 가장 큰 위험은 오만함이고, 방어형 기자의 가장 큰 위험은 안주라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자신만 기자라고 생각하기 쉽고, 후자는 지금도 충분히 기자답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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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좋은 편집국은 공격형 기자를 방어형으로 만드는 곳도, 방어형 기자를 억지로 공격형으로 만드는 곳도 아닐 겁니다.


공격형 기자가 마음껏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면서도 가끔 뒤를 돌아보게 하고, 방어형 기자가 조직을 단단히 받치게 하면서도 가끔 앞으로 한 발 내딛게 하는 곳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축구에서도 수비수에게 매 경기 해트트릭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수비수가 평생 하프라인을 넘어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기자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가끔은 자기가 어느 쪽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더 불편한 질문도 하나 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정말 방어형 기자인 걸까요.


아니면 그냥 공격하기 귀찮고, 무서운 기자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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