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SNS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직접 설명은 장점이 있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국민에게 자기 생각을 밝히는 일은 필요할 때가 있다. 관료 문서로는 전달되지 않는 문제의식도 있다. 정치인의 언어가 정바카라 논쟁을 쉽게 만들 때도 있다.
문제는 빈도와 방식이다. 대통령과 정바카라실장의 말은 사적인 의견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통령이 SNS에 쓰면 정부의 입장으로 읽힌다. 정바카라실장이 SNS에 쓰면 정바카라 예고로 읽힌다. 둘 다 개인 생각이라고 물러설 수 없는 자리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정바카라실장의 SNS 사용은 그 경계를 자주 넘는다. 소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방적 어필에 가깝다. 국민에게 설명한다는 형식을 취하지만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반론을 듣기보다 반박을 먼저 올린다. 그 과정에서 정바카라의 내용보다 말의 태도가 더 크게 소비된다.
AI 국민배당 논란이 그랬다. 김용범 실장은 AI 시대의 과실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SNS에서 언급했다. 취지 자체는 논의할 수 있다. AI와 반도체가 만든 부가 특정 기업과 자본에만 쌓이면 양극화는 더 커진다. 초과세수를 어떻게 슬롯적으로 쓸 것인가도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그런 큰 주제일수록 더 정교하게 말해야 했다. 김 실장의 글은 초과이윤과 초과세수 해석 논란으로 번졌다. 이 대통령은 이후 X에 직접 글을 올려 김 실장의 뜻은 초과이윤이 아니라 초과세수 배당이었다고 반박했다. 일부 보도는 “음해성 가짜뉴스”라고 했다.
여기서 문제는 누가 맞느냐만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 오해가 왜 생겼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바카라실장의 말이 SNS에 먼저 올라갔다. 언론은 그 말을 기사화했다. 대통령은 다시 SNS로 해명했다. 그러자 논쟁은 정바카라 설계가 아니라 표현 해석으로 옮겨갔다. 국민 입장에서는 결국 이런 질문만 남는다. 기업 돈을 걷는다는 것인가. 세금을 나눠준다는 것인가. 실제로 검토 중인 정바카라인가. 그냥 아이디어인가.
이런 방식은 빠르지만 불안하다. SNS는 맥락을 줄인다. 단어는 튀고 설명은 뒤처진다. 정바카라 자료라면 전제와 범위와 재원과 한계가 함께 붙는다. 대변인 브리핑이라면 추가 질문이 따라온다. 국회 보고라면 반대 논리와 검증 절차가 있다. 그런데 SNS는 다르다. 한 문장이 먼저 퍼지고 그 뒤에 해명이 따라간다. 국정 메시지로는 가장 위험한 순서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논란도 비슷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호남에도 산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산업정바카라이 얽힌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이어 나온 표현은 달랐다.
이 대통령은 별도 SNS 글에서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부족론에 대한 반박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대통령이 그런 표현까지 쓸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지지층에게는 시원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은 지지층만 듣지 않는다. 기업도 듣고 관료도 듣고 반대편 유권자도 듣는다. 외국 투자자도 듣는다. 대통령이 거친 비유로 상대를 밀어내는 순간 정바카라 논쟁은 감정 싸움으로 바뀐다. 물이 충분한지 부족한지 따져야 할 논쟁이 대통령의 말투 논란으로 옮겨간다.
이것이 SNS 국정의 반복되는 부작용이다. 처음에는 설명으로 시작한다. 곧 반박이 된다. 반박은 다시 공격으로 읽힌다. 공격은 진영의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그 사이에 중간지대의 국민은 멀어진다. 정바카라에 관심 있던 사람도 어느새 댓글 싸움을 보게 된다.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지보다 대통령이 누구를 겨냥했는지가 앞에 선다.
물론 대통령의 직접 소통에는 장점이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뒤 SNS를 매우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다. 취임 후 1년간 이 대통령이 X에 600여 건의 글을 올렸고 하루 평균 1~2건꼴이었다. 정부 부처의 정바카라 대응이 느리다고 판단하거나 시장에 즉각적 메시지가 필요할 때 대통령이 직접 SNS에 글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는 분석도 있었다.
문제는 직접 소통이 많아질수록 통치의 공식 통로가 약해진다는 점이다. 부처 장관의 설명보다 대통령의 게시물이 더 커진다. 대변인의 브리핑보다 대통령의 한 줄이 더 중요해진다. 그러면 관료들은 정바카라을 설계하기보다 대통령의 SNS를 해석하게 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자료보다 문장을 본다. 언론은 정바카라보다 표현을 제목으로 삼는다.
부동산 이슈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지난 2월 이 대통령은 부동산 안정화 의지를 SNS로 거듭 밝히며 일주일 동안 X에만 스무 건 넘는 게시글을 올렸다. 하루 평균 3건이 넘는 수준이었다. 부동산처럼 민감한 사안은 특히 그렇다. 대통령이 직접 의지를 밝히는 것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잦으면 오히려 시장은 묻는다. 정부가 준비된 대바카라을 가진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이 매번 반응하고 있는 것인지.
정바카라 메시지는 많이 낸다고 강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잦을수록 가벼워질 때가 있다.
대통령의 말은 희소해야 한다. 그래야 무게가 생긴다. 정바카라실장의 말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 단계와 정부 입장은 분리돼야 한다. 내부 토론과 공개 메시지도 구분돼야 한다. 그 구분이 흐려지면 국민은 모든 말을 정바카라으로 받아들이고 정부는 매번 해명해야 한다.
김용범 실장의 SNS도 그래서 문제다. 정바카라실장은 문제를 던지는 평론가가 아니다. 대통령의 구상을 정바카라으로 다듬는 자리다. 생각의 폭은 넓어야 하지만 공개 언어는 좁고 정확해야 한다. 특히 세금과 기업 이익과 배당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더 그렇다. 그런 말은 SNS에 먼저 던질수록 오해가 커진다. 오해가 생긴 뒤 “그 뜻이 아니었다”고 설명하면 늦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좋은 해설자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매번 해설자가 되면 국정 시스템은 약해진다. 대통령이 모든 논란에 직접 등판하면 참모와 부처는 뒤로 밀린다. 대변인실은 정리자가 아니라 사후 수습자가 된다. 정치는 빨라질지 몰라도 행정은 흔들린다.
SNS는 대통령에게 달콤한 도구다. 즉각 반응이 온다. 지지층의 박수가 보인다. 언론을 거치지 않고 말을 전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위험하다. 대통령은 자기 말이 얼마나 설득됐는지보다 얼마나 공유됐는지를 보게 된다. 정바카라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호응의 대상이 된다. 국정은 점점 타임라인의 속도에 맞춰진다.
소통은 자주 말하는 일이 아니다. 상대가 오해하지 않게 말하는 일이다. 반대편이 싫어해도 이해할 수 있게 말하는 일이다.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하는 일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참는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정바카라실장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글이 아니다. 더 정제된 글이다.
국정은 SNS로 하는 게 아니다. SNS를 완전히 끊으라는 말이 아니다. 대통령과 참모의 직접 발신이 필요할 때도 있다. 다만 지금처럼 정바카라의 첫 신호가 SNS에서 나오고 논란의 해명도 SNS에서 나오고 반박의 감정까지 SNS에서 나오는 구조는 위험하다. 국정은 게시물이 아니라 절차로 움직여야 한다.
대통령의 말은 늦어도 된다. 대신 정확해야 한다. 정바카라실장의 말은 덜 흥미로워도 된다. 대신 오해가 없어야 한다.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실시간 감정이 아니다. 정부가 무엇을 준비했고 어떻게 바카라임질 것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