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6월 15일 조간 스크랩 표지에는 평소와 다른 문장이 붙었습니다. 편파·왜곡 보도매체는 스크랩에서 제외한다는 문구였습니다.
그 아래 제외 매체로 적힌 이름은 MBC였습니다.
서울시는 MBC가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문제 등을 수십 차례 보도했고 사실관계와 균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내부 언론 스크랩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설명대로 이 스크랩은 외부에 배포되는 공식 자료가 아니라 시장과 간부, 관련 부서가 참고하는 내부 자료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단순히 내부 정보 관리 기준을 손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치는 단순한 행정 실무 조정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시가 특정 방송사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적고 시정 참고자료에서 배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메시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시장 입장에서 억울함을 느낄 만한 대목은 분명히 있습니다.
GTX-A 삼성역 철근 누락은 서울시정의 핵심 현안이자 시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지방선거 막판에 집중적으로 보도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깜깜이 기간에는 언론 보도 하나가 유권자 판단에 더 크게 작용합니다.
오 시장 측이 이를 단순한 검증 보도가 아니라 선거 막판의 정치적 공세로 받아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울시는 MBC가 특정 기간 GTX-A 철근 누락 관련 보도를 76차례 했다고 설명했고, 오 시장 측은 MBC 보도와 민주당, 정원오 후보 캠프 사이에 정치적 연결고리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했습니다.
만약 서울시가 보도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본다면 반박해야 합니다.
왜곡이 있었다고 판단했다면 정정보도 청구나 언론중재 절차를 밟을 수도 있습니다.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면 수사기관과 법원 판단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 시장이 문제 제기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공직자도 허위 보도나 왜곡 보도에 반론할 권리가 있습니다.
서울시장이라고 해서 선거 기간 보도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방식입니다.
굳이 조간 스크랩에서 MBC를 지워서 서울시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MBC 보도가 틀렸다면 틀린 지점을 시민에게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강한 반박입니다.
자료를 공개하고 시간표를 제시하고 안전 점검 결과를 내놓는 것이 더 설득력 있는 대응입니다.
그런데 스크랩 배제는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방식이라기보다 불편한 언론을 보지 않겠다는 신호처럼 읽힙니다.
서울시 내부에서 MBC 보도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이미 제기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 안전에 대한 질문이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논점은 GTX-A 철근 누락의 실체에서 서울시가 언론을 배제했느냐는 문제로 옮겨갑니다.
오 시장 입장에서는 MBC 보도가 억울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오 시장에게도 반드시 유리하지 않습니다.
지지층에게는 단호한 대응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도층이나 비판적 시민에게는 비판 보도를 견디지 못하는 권력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MBC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이 장면은 과거 윤석열 정부의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2022년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MBC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언론단체들은 이를 특정 언론사에 대한 취재 제한이자 언론 자유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물론 이번 서울시 조간 스크랩 배제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와 같은 수위로 볼 수는 없습니다.
전용기 탑승 배제는 현장 취재 접근권과 직접 연결된 문제였습니다.
서울시 스크랩 배제는 내부 참고자료 운영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두 사건은 닮은 문법을 갖고 있습니다.
권력이 특정 언론을 편파·왜곡 매체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을 근거로 해당 언론을 기존의 취재 또는 정보 유통 질서에서 배제합니다.
이때 핵심 쟁점은 해당 언론이 완전히 옳았느냐가 아닙니다.
권력이 자신을 비판한 언론을 행정적 방식으로 밀어내도 되느냐입니다.
언론 보도는 틀릴 수 있습니다.
언론도 비판받아야 합니다.
특정 언론이 선거 기간에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대응은 더 투명한 자료 공개와 정교한 반박이어야 합니다.
특정 매체를 지우는 방식은 질문 자체를 지우려 한다는 오해를 낳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MBC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거 막판에 반복된 보도가 정치적 효과를 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간 스크랩에서 MBC를 지우는 방식은 해명보다 보복처럼 보일 위험이 큽니다.
결국 이 조치가 남기는 것은 서울시의 반박 논리보다 서울시가 언론을 배제했다는 이미지일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언론 배제는 분명 위험한 방식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언론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선거 막판 특정 사안을 반복적으로 보도할 때, 그 보도가 공익적 검증이었는지, 아니면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의식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사마다 관점과 문제의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매체가 완전히 기계적인 중립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쏠림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면, 시민은 보도의 내용보다 의도를 먼저 의심하게 됩니다.
MBC가 서울시의 조치를 언론 자유 침해라고 비판하려면 동시에 자신들의 보도가 정파적 프레임에 갇혀 있지는 않았는지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권력이 불편한 언론을 지워서는 안 되듯 언론도 자신에게 유리한 진영의 질문만 크게 다뤄서는 안 됩니다.
공공기관이 언론을 상대로 이기는 길은 언론을 안 보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이 보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더 많이 공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이 권력을 상대로 신뢰를 얻는 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사실과 균형 위에서 시민이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더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