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과 데스크는 놀지 않는다

by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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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창 오만방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입사하고 5년차 기자쯤 됐을 때였습니다.


뭔가 기사를 쓰면 출입처에서 반응이 곧바로 오고, 또 취재원들이 막 알아주고, 타사 기자들도 저를 인정해주는 것 같고.


내가 맡은 출입처에서 좀 이름을 날리는 것 같기도 하고, 대한민국을 내가 조금이나마 움직이고 있다는


별 해괴망측한 말도 안되는 착각에 빠져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날도 취재원들과 신나게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부장 밑에 있는 데스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살짝 설명을 드리면, 각 부마다 부장이 있고요. 그 바로 밑에 데스크라는 직바카라의 기자가 있습니다.


부장이 없을때 부장 역할을 대행하고, 일정 등을 취합하거나 하는 그런 2인자라고 보시면 편합니다.


기사를 1차로 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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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데스크는 기사 그래픽 관련해서 뭘 물어보셨습니다.


근데 제가 술에 좀 취해있었고, 또 정신이 나가기도 해서 그게 별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나봅니다.


그래서 약간 귀찮다는 듯이 제가 전화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중요한 취재원과 저녁중이라서요~ 막 이런 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데스크는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야 정신좀 차려라"하고 끊으셨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번쩍하고 정신이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내 기사를 더블 체크하고, 또 미비한 걸 고쳐주려고 전화를 하신건데


내가 이렇게 반응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취재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파하고, 근처 까페에 들러 쿠키를 사서 회사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데스크께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하고 잘 풀었습니다.


다행히 데스크가 잘 받아주셨고, 저는 그 이후로는 회사에서 부장이나 데스크에게 전화가 오면


절대 함부로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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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저는 현재 경제부에서 데스크 겸 금융팀장 역할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없기도 하고요.


제가 데스크가 되어보니 참.. 과거에 많은 오해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저는 회사에 있는 분들이 그냥 별일을 안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취재기자가 열심히 기사를 발굴해서 발제를 하면 그걸 가지고 면을 짜고 하는, 어찌보면 좀 부수적인 역할을 할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근데 막상 회사에 들어와보니 뭔가가 너무 많았습니다.


잡일이나 행정적인 것도 그렇고요.


각종 협찬 증빙도 필요하고, 또 그래픽은 왜이리 고칠게 많은지. 사진설명도 써야 하고요.


다른 부서와의 기사 협업 논의도 수시로 있습니다. 기사 제목이나 주제를 바꾸기 위한 서로간의 상의도 빈번하게 이뤄집니다.


그러니 처음 데스크로 들어왔을때는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화장실을 갈 시간조차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지금 제 기사도 쓰고 후배들 기사도 가끔 고치고 합니다.


그런데 일은 몰려들고 바빠죽겠는데 기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후배나 팀원, 부서원에게 전화를 했을 때


과거의 저처럼 띠껍게 귀찮다는 듯이 받으면 화가 날 수 밖에요.


당시 데스크께서 많이 봐주신 거였습니다. 정말 정말 많이요.


스스로 빛나는 자리도 아니고, 뒤치다거리를 전문으로 하는 건데 대신해서 서비스하는 대상이 그걸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만방자하게 행동한다?


지금의 저라면 솔직히 가만두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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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가끔 후배기자들을 보면서 팀장이나 데스크, 부장이 기사를 고쳐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뭐 당연한 일이지요. 후배들 기사 고치라고 선배와 데스크, 부장이 있는 거니까요.


문제는 기사를 그냥 써서 올려두면 자신의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런 젊은 기자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기사를 잘쓰는 젊은 기자는 거의 없습니다.


전무한 수준입니다. 그러니 10년차 미만 기자분들 중에서 자신이 기사에 좀 도가 텄다는 말도 안되는 착각은 좀 버리셔야 합니다.


15년 한 저도 아직도 기사는 너무 어렵고 심오합니다. 일주일에 거의 100개가 넘는 기사를 보고, 고치고 있지만 아직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기사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1차적으로는 데스크와 부장이 자신의 기사를 어떻게 고쳤는지 봐야 합니다.


주의 깊게 보면서 자신이 쓴것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 버전과 또 다른 언론사 버전을 다음날 비교하면서 그 의도와 저변을 이해하는 작업이


수년간 쌓이면서 비로소 기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정치부 여당팀 부반장이나 슬롯부 사건팀장을 하면서도 비슷한 걸 느꼈습니다.


선배가 기사를 고쳐주면, 후배들은 그걸 잘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볼 수는 있어도, 그걸 가지고 공부하면서 자신의 실력으로 체화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바쁘고 힘들건 알겠는데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실력을 쌓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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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저는 정당팀 말진 기자들에 대해 좀 얘기하고 싶습니다.


온라인카지노를 통해서도 수차례 얘기했는데요.


전 솔직히 정당팀 말진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워딩봇인데, 워딩은 기자회견 끝나면 바로 받은글로 돌잖아요.


물론 말진들이 현장에서 바닥에 주저앉아 워딩 치는 것, 정말 좋은 훈련이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그걸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정당 말진은 저연차입니다. 기사를 뭐 잘 쓰겠어요? 대부분 못씁니다.


그러니 일은 자연스럽게 잡진한테 넘어옵니다. 5년차에서 15년차 정도까지. 보다 연차가 높은 기자가 기사를 씁니다.


부장들이 그걸 선호합니다.


말진들은 그냥 현장가서 워딩만 띡 올려놓고 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스스로 업무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당 부반장과 잡진으로 일하는 내내 데스크가 된 기분을 많이 느꼈습니다.


뒤치다거리는 제가 다 하고, 기사나 워딩에 문제가 있어 말진에게 전화하면 "아 저 의원이랑 술자리 중입니다. 전화가 어려울거 같습니다" 하고 맙니다.


물론 그것도 일을 하는거긴한데 뭐랄까요. 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사를 못쓰면 연습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냥 남들 다하는 워딩 받아치고 토스했다고 신나서 돌아다니면 안됩니다. 그럴거면 사람에게서 단독 기사등을 갖고 오든가요.


아무튼 저는 정당팀 말진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있습니다. 더 확실하고 강하게 관리해야 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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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저도 더 연차를 먹어갈 수록


바카라상머리에 앉아있을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가끔 답답하기도 합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 대신 내가 나갔으면 훨씬더 취재 잘 해올수 있을텐데 하고 말이지요.


왜 이렇게 뒤치다꺼리만 하면서 가끔 능력에 비해 오만한 기자들에게서 귀찮은 늙다리 취급을 당해야 하는 지 자괴감이 들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차에 따라 맞는 직급과 포지션이 있겠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부장과 데스크를 그저 논다고만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대로 기사판단도 안되고, 고공취재도 안 되는 것 같고, 현장 얘기를 제대로 알아먹지도 못하는 거 같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바보도 아니고 10년 20년 이상 일하면서 부장과 데스크를 맡게 됐다는 건 그만큼의 노력과 경험을 쌓았다는 뜻입니다.


물론 허송세월을 보낸 고연차 기자도 있겠지만..


부장과 데스크들이 회사 안에서 엄청난 시련과 고난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회의를 거치면서


현장 기자들의 기사를 잘 포장하고,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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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부장부터 데스크, 팀장과 팀원, 막내에 이르기까지 한팀이 되어야


고품질 기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아니, 그래야 재미있게 일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기자질 월급도 바닥인데 재미있게라도 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로 조금만 존중하고, 배려하고,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려 노력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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