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이 언급하는 선배

byhardy


아침부터 기분좋은 카톡이 하나 왔습니다.


제가 사건팀장(캡)으로 일할 때 수습으로 같이 있었던 후배에게서 온 연락이었습니다.


그는 원래도 일을 열심히 잘했고 인정받아서 정치부 정당팀 막내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도지사 선거 운동 르포 취재를 내려갔는데


그 보좌관이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줬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 이름을 언급하며 안부를 묻고 덕담도 해줬다고 합니다.



갑자기 기억이 확 하고 떠올랐습니다.


제가 문재인정부 청와대에 나갈 때입니다.


1월 1일 대통령의 새해 첫 행사 풀을 저 혼자 나갔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함께 갔던 그 보좌관과 가볍게 아침이나 먹자고 하고 청진동 해장국집에 들어갔습니다.


네.. 결과는 각자 소주 4병씩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그만큼 맘도 잘 통했고요. 서로 열심히 일 했다는 얘기겠지요.



아무튼 그 후배덕에 추억에 잠시 잠길 수 있었습니다.


기분도 좋고요. 그래도 내가 헛되이 기자생활 하진 않았구나.


후배 앞에서 제 기자 인생이 증명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최근에 또 다른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친한 한 경찰분이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과장을 맡고 있는데 간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 회사 수습기자를 만났다는 겁니다.


인사 한번 드리고 싶다고 찾아왔다네요.


어색한 시간이 흐르다가 그 경찰 분이 혹시 이런 기자 아시느냐고, 같은 회사 선배라고 물어봤는데


그 친구가 아 아는 선배고 언론진흥재단 교육도 하셔서 잘 들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후배 덕분에 그 과장님과 오랜만에 통화도하고 역시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후배들이 각자 맡은 곳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게 첫번째고,


두번째는 제가 그들의 대화 거리가 되었다는 게 또 뿌듯하고 좋았습니다.


후배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회사 선배를 기억하는 취재원을 보면서


나쁜 감정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도, 후배도, 취재원도 윈윈하는 그런 연락이자 전화였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지난 14년간 기자생활 하면서 취재원으로부터 우리 회사 선배에 대한 명성이나 무용담을 잘 듣지 못했습니다.


거의 못 들었던 거 같습니다.


공보나 홍보라인 말고, 실무라인에선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그게 너무 불만이었습니다.


왜 우리 회사는 이렇게 맨파워가 약한 것인가. 그래도 10대 일간지인데..


뭐라도 바꿔보고 싶어서 더 열심히 마와리를 돌고, 사람을 만나고, 취재원을 괴롭혔던 것 같습니다.


그런 나날들이 쌓여서 그래도 그나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취재원의 언급은 기자에겐 훈장같은 것입니다.


해당 취재원은 얼마나 많은 기자를 겪었겠습니까.


그들이 내이름을 기억하게 하려면 열심히 노력하고 어필해야 합니다.


남들이 안쓰는 기사를 쓰거나 취재를 열심히해서 이름과 인상을 남겨야 합니다.


취재원이 기억을 못하는 기자는 그냥 얘기 안되는 기자입니다.


통화도 별로 안하고, 본적도 없고 했다는 겁니다. 그냥 놀고 어영부영 살았다는 뜻입니다.


저는 그렇게 무색무취한 존재감 없는 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해왔습니다.


여전히 전 너무 두렵습니다.


제 후임이 새로 와서, 곧바로 저의 출입처 생활을 점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더 노력해서 취재원이 언급하는 기자가 되어야 합니다.


열심히 뛰면서 그들의 이름이 들려오게 하는 두 후배님을 온 맘다해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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