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제법 쓸만한 인생’을 읽고
나도 이제 노년을 향해 간다. 점심을 먹고 나서 거울을 보는데 입술 밑으로 된장찌개 국물이 옅게 흘러내린 한 줄을 볼 때, ‘벌써 늙어서 숟가락을 입에 딱딱 맞추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구나’라고 깨닫는다.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덤벨을 들어 올리며 운동을 했는데도 밤에 잘 때 어깨가 아파 몸을 돌리지 못할 때면 ‘나이 먹어서 몸이 서서히 망가져 가는구나’하고 혼잣말한다. 아들보다 밥도 적게 먹었는데 소파에 앉으면 아들이 앞으로 불쑥 솟은 내 배를 만지며 ‘엄마! 살 좀 빼!’하고 말하면 나이 들어서 속상하다. 밥도 많이 먹은 아들의 배는 판판해 너무 억울하다.
그러나 나이 들어서 좋은 때도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멈추어 버린 버스 뒤에 서서 아들이 답답해하면 나는 통쾌하다. ‘엄마가 아까 차선 바꾸라고 그랬지? 여기는 버스 다니는 차선이니까’ 오래 운전한 사람의 지혜가 있다. 아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프라이팬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가운데가 조금 올라와서 기름이 전체에 제대로 닿지 않을 때 내가 산 프라이팬을 들이댄다. 훨씬 더 오래되었지만 바닥이 편편해 기름이 고루 흩어지는 걸 자랑한다. 오래 살림한 여자의 지혜다. 옆집 할아버지한테 억울하게 야단을 맞는 아들을 보고 내가 나서서 설명을 하면 할아버지가 수그러든다. 맞는 말을 공손하게 하는 지혜가 나이 많은 나에게는 있다.
60대의 이야기꾼 윤혜연 작가님이 쓴 에세이 ‘제법 쓸만한 인생’에는 이런 노년의 지혜와 깨달음이 있다. 가르치려는 투는 아니다. 조근조근 속삭이듯 말한다.
‘너는 너대로 또 나는 나대로 꿋꿋이 제 생긴 모습대로 선을 넘는 사람은 선을 넘는 대로, 죽어도 선 넘는 것이 싫은 사람은 또 그대로. 결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겠으나 서로 인정해 주며 때때로 용납이 안 되면 차라리 못 본 체해주며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너무 늦지 않게 알아챘으면 해서였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거북스럽지 않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마카롱을 먹으면서 듣는 이야기 같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도 가득하다는 것을 그리고 궂은일 뒤에는 틀림없이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기다림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작은 씨앗도 우거진 나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비가 올 때 무지개를 찾고 어두울 땐 별을 찾으면 헤쳐나갈 수만 있다면 인생은 그럭저럭 살 만 하나든 것도 알게 되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 낸 할머니의 지혜가 이 바카라에는 가득 나온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때론 마치 내 얘기를 듣는 듯 웃기기도 하다.
‘전구도 하나 못 갈아 끼우는 남편에게 내 병시중을 맡기게 되는 속 터지는 일만은 생기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바이다.’
작가님은 솔직하고 유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는 노년의 걱정이다. 귀여운 할머니의 면모도 가득하다.
‘누군가 맛있더라 하면 먹어보고 싶고 괜찮더라 하면 해보고 싶었으며 남들이 거기 좋더라 하면 가보고 싶었다. 대부분 욕심 탓이었겠으나 저 포도 먹어봐야 시기만 할 거야 남들 쉽게 먹어지는 그 마음이 나는 어째 잘 먹어지지가 않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이것저것 다 해보는 기상이 백백하다. 20대 젊은 여성들의 소원이 ‘명랑하고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는 고백을 가끔 본다. 여기 명랑하고 귀여운 할머니의 당찬 외침이 있다. 또한 이 바카라에서 건강하게 나이 든 할머니의 지혜를 얻어 들을 수 있다. 2030 여성들에게 이 바카라을 권한다.
* 이 소개는 출판사 '달먹는 토끼'의 제공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이 소개를 끝으로 '여름 바카라읽기' 연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 일요일부터 '가을 바카라읽기'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