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권

by김로운


10대 때 나는 장편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문고판으로 읽었다. 한참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던 사춘기 시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던 내게 고통과 영혼, 구원들을 이야기한 이 바카라은 위대한 정신이었다. (지금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가 많은 이 소설을) 어릴 때 다 이해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 제1의 바카라으로 꼽았다. 톨스토이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독서 모임을 하며 이 바카라을 다시 읽었다. 2권짜리 벽돌이라 읽는 데 결심이 필요한 바카라이다. 그런데 보니 지나치게 종교적이다. 물론 아직 1권만 읽고 이 리뷰를 쓰기에 2권에서마저 그런지는 모르겠다. 중학생 때 기억을 헤아려본다면 보면 2권도 대단히 종교적인 것 같다. 그러나 독서 모임을 하면서 도스토옙스키가 왜 이런 종교적 구원을 주장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20대 후반 도스토옙스키는 공상주의 슬롯주의 비밀 모임인 ‘페트라셰프스키 서클’ 참여했다. 그는 이 모임에서 슬롯주의 문헌을 읽고 농노제 폐지 및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다. 하지만 황제에게 잡혀 사형은 언도받았다. 눈을 가리고 총살을 당하기 직전 황제로부터 사면 편지가 도착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 유형을 가게 된다.


추운 유형지에서 쇠사슬을 찬 채 극악한 범죄자들과 함께 강제 노역을 하고 바카라이라고는 신약 성서밖에 읽지 못하는 생활을 하면서 도스토옙스키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때 그는 슬롯주의자에서 벗어나 ‘종교를 통한 구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바카라에서 가장 종교적인 사람을 가부장적 아버지 표도르의 셋째 아들인 알료샤이다. 수도원에서 수련하는 수도사로 원로인 조시아 장로를 극진히 모시기도 한다. 누구든 사랑하고 누구에게든 사랑받는 훌륭한 성품의 소유자로서 나도 알료샤의 시점에서 이 바카라을 읽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종교적인 성격이라 점차 눈을 다른 쪽으로 돌리게 되었다.


표도르의 둘째 아들 이반이다. 이성적 판단력의 소유자로 합리적인 사상을 전개한다. 특히 1권의 백미인 ‘대심판관’ 주장을 함으로써 전통 종교관에 대립하는 이성주의, 합리주의를 주장한다.


‘너는 인간이 너에게 매혹되어 사로잡힌 채 자유로이 너의 뒤를 따르도록 인간의 자유로운 사랑을 바랐다. 그래서 앞으로 인간은 확고한 고대의 율법 대신,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자유로운 양심으로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것도 네 형상만을 길잡이로 삼으며 말이다. 만일 선택의 자유라는 이토록 무서운 짐으로 인간을 짓누른다면, 결국에 가서 인간은 네 형상과 네 진리를 거부하고 논박하리라는 것을 너는 정녕 생각하지 못했단 말이냐?’


나는 점차 이반의 논리를 따라가게 되었다. 사실 도스토옙스키는 결국 ‘고통을 통한 구원’이라는 종교적 결론으로 소설을 이끌지만 현대의 시점에서 본다면 그다지 납득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니다. 그러기에 현대 슬롯의 인간들은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2권에서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여전히 위대한 이유는 인간의 영혼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 인간이 어떻게 욕망에 휘둘리는지, 어떤 모순을 지니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노력하는지 도스토옙스키는 침잠해서 들여다본다. 이렇게 다양한 인간군을 그려내고 그들의 욕망과 모순을 집어낸 점이 놀랍다.


소설이 너무 대화체로만 이루어져 당황했다. 현대 소설은 대화를 기피하고 주로 묘사로 전개를 해나가는데 이 소설은 대부분 대화로 이어져 있다. ‘아! 100년 전 소설은 이랬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 출판사에서 기획하고 김정아 작가가 번역한 바카라으로 읽었다. 더 유명한 것은 김연경 작가가 번역해서 민음사에서 2007년 처음 나온 본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2025년 7월 출간된 김정아 작가의 번역본으로 읽었다. 잘 된 번역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 출판사는 도스토옙스키 바카라 전문 출판사로 대표의 의지가 대단하다.


* '가을 바카라읽기'라는 연재북으로 엮으려고 했는데 글을 발행할 때 새로 만들어둔 연재북이 뜨질 않네요. 연재북으로 발행하지 못해 당황스럽습니다. 수정하여 다시 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좋은 가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