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재주가 그립다
기계가 고장 나면 나는 늘 아버지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어떤 고장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않고 툭툭 해결해 버리시던 그 정교한 손재주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얼마 전 밥솥이 말썽을 부렸다. 서비스 센터에 문의하니 수리비로 5, 6만 원은 줘야 한다고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었다. 고민하고 있으니 아버지는 평온하게 한마디 하셨다.
"그거 이리 가지고 와 봐라."
밥솥을 이리저리 들여다보시던 아버지는 메인보드 문제인 것 같다며, 며칠 후 어디선가 같은 기종의 중고 밥솥을 1만 5천 원에 구해 오셨다. 부품을 떼어 교체해 볼 생각이셨던 것이다. 그런데 보드를 바꿔 끼워도 증상은 그대로였다.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으셨다. 밤새 인터넷을 뒤지신 끝에 결국 진짜 원인을 찾아내셨다. 그 기종은 세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메인보드의 콘덴서가 나가버리는 고질적인 결함이 있었던 것이다.
콘덴서를 주문하려 하셨지만 낱개로는 팔지 않았다. 최소 10개 단위. 개당 가격은 300원이었다. 배송비 3,000원을 내고 300원짜리 부품 열 개를 손에 쥔 아버지는 낡은 공구함에서 납땜 인두기를 꺼내 드셨다. 그리고 돋보기안경을 쓰고서 문제의 콘덴서 세 개를 능숙하게 갈아 끼우셨다.
밥솥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압권은 그다음이었다. 부품을 떼어올 요량으로 사 왔던 중고 밥솥마저 남은 콘덴서로 말끔히 고쳐버리셨다. 300원짜리 부품과 아버지의 집념이, 버려질 뻔한 밥솥 두 대를 완벽하게 되살린 순간이었다.
그때는 그저 신기하고 대단하기만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장면이 유독 사무치게 떠오르는 건, 돈을 아꼈다는 기쁨보다 자식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려 묵묵히 인두기를 쥐시던 아버지의 등판이 먼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아내가 문득 내게 물었다.
"나중에 아버지가 안 계시거나 못 고치시면 어떻게 할 거예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족의 불편함이라면 무엇이든 고쳐내던 그 손길을, 과연 나는 따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