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16>(26-31)
'나는 가끔 당신이 그립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유독 당신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첫사랑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나?, 했다. 이 말을 하고 있는 이는 2018년 시골로 내려가 바카라방을 열었다.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바카라방 지기를 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이 그 증거 1호다. 그것도 벌써 8년이 다 되어간다.
그 문단의 마지막에서 그쪽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나의 삐뚤어진 오해에 얼굴이 절로 붉어진다. '당신은 손님, 나는 시골 바카라방의 주인'이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용운의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이라는 시구까지 인용하면서.
그런데,
바카라방에 오는 손님을 당신이라고 하다니, 그런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는 이가 있을 수 있는가,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손님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있다. 나와 그의 바카라으로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임후남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이번에 나온 신간 <우리는 바카라방에서 다시 다정해진다>(2026)에서 자신에게 이득(利)이 되는지 손해(害)가 되는지를 꼼꼼하게 따져서 셈(打算)하는 세상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그녀와 당신들이 만든 다정한 기록으로 말이다. 그 현장은 바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로 59-11에 있다는 '생각을담는집'이라는 시골 바카라방이다.
이제는 그곳을 '다정을담는집'이라고 불러도 될 터이다. 그럴 정도로 다정의 꽃과 열매들이 사시사철 지지 않고 그곳에 피어 있기 때문이다.
바카라방에 들어오는 손님들과 썸 타고 있는 그녀의 다정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녀의 천성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잘나가던 온라인 게임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 올만큼 정 없는 도시에 찌 들렸던 그녀다. 이제는 맘껏 게으름 피우자고 시작한 시골 바카라방 주인 역은 녹록지 않다. 사업의 생존이 그녀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온갖 지원을 받기 위해 수시로 몸부림을 쳐야 하고, 시골에 몇 명이 올지도 모르는 북 콘서트, 연주회, 글쓰기 방 등 그 진행을 홀몸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수시로 아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이 들어가는 것의 애잔함이 깊어지고 있다. 여전히 삶의 흔들림은 계속되고 있다. 도시와 다를 바 없는. 하나 다른 게 있다. 이제는 그것들이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로 작용한다. 다정을 만드는 거름이 되는 반전을 준다. 한적한 시골 바카라방의 문을 여는 사람은 우연보다는 '의지'를 가지고 오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게 들어오는 이들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픔, 슬픔, 고뇌, 외로움, 애잔함을 주는 그 무언가를 말이다.
바카라방 주인 시인 임후남은 이제 그것들이 보인다. 손님으로 끝내지 못한다. 다음을 기다린다. 그런 만남이 쌓여 아픔이 아픔을 만나고, 슬픔이 슬픔을 대하고, 애잔함이 애잔함을 안아 주면서 다정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간다. 마침내 '당신'으로 맞이한다. 그리워한다. 안부를 궁금해한다. 그러다 만나면 반가워 미친다. '별일 없으신지요?'라고 그동안의 그리움을 토로한다.
자기 자신만 아는 무정(無情)하고 박정(薄情)한 인생이 정(情) 하나를 얻는 것은 어쩌면 '고난'이 주는 인생의 메달이 아닐까? 고난은 축복의 통로라고 믿지만 가끔 흔들리는 나의 회복력에 이 깨우침은 도움을 줄 것이다. 나의 정은 몇 개나 될까? 나이 들어갈수록 나도 다정한 사람이고 싶다. 아니 소정(小情)한 사람이어도 좋다. 안부를 서로 물어가면서 소소하게 정을 나누는 지인 몇이 곁에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된다.
- 헤리의 반려바카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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